노조간부 원직복직 약속 등 어겨…노조, 최후통첩·투쟁 방침 천명

장장 300일에 걸친 장기파업 사태를 겪었던 한라병원이 노사합의안을 제때 이행하지 않아 또다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한라병원지부(지부장 고혁진)에 따르면 노조가 비정규직(계약직) 차별 철폐와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02년 5월29일 파업에 돌입한지 300일만인 지난해 3월24일 극적으로 파업이 타결됐다.

당시 파업은 유례없는 기간도 기간이려니와, 병상수 등 규모면에서 1, 2위를 다투는 병원 운영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지역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병원측은 조합원 150명을 일괄 해고해 파장을 키웠고, 급기야 노동부가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병원측은 도민 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한때 자치단체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으나 별다른 효험이 없었다.

우여곡절을 겪던 파업사태는 10개월을 끈 끝에 지난해 3월 극적인 노사 합의로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노사가 타협을 본 잠정합의안은 크게 4가지. 해고기간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고, 비정규직의 경우 단체협약상의 절차(징계)를 거치지 않고는 계약해지 또는 재계약 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고용안정을 꾀했으며, 정규직 직원과의 임금격차도 해소키로 했다. 1년단위 계약을 통해 채용된 비정규직 직원은 전체 조합원의 40%를 웃돌 만큼 비정규직 채용은 일상화됐다.

또 미 복직된 조합원은 전원 원직에 복귀토록 하고 이중 노조간부 6명은 사측의 '복직 1년유예' 요구를 받아들이되 1년이내에 '당시의 근로조건'으로 재고용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때 노조원들은 파업이전의 체불임금과 상여금을 전액 반납키로 결의하는등 사측과 고통을 나누기도 했다.

노조는 그러나 병원측이 이같은 합의 내용을 어느것 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우선 해고기간의 임금을 제때 주지 않았고,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도 1년넘게 이행을 늦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간부 6명에 대해선 복직 합의시한(2004년 3월24일)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 원직에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특히 사측은 이들에 대해 '해고 당시 근로조건'으로 채용키로 해놓고 '신규 계약직'으로 받아들이겠다며 합의안을 완전히 뒤집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구나 신규 채용때나 제출하는 구비서류인 '신용보증보험증서'도 모자라 '인(人) 보증'을 세우라며 사실상 합의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노조측은 주장했다. 이들 간부 6명은 입사 경력 8~9년차인 정규직 사원이다.

고혁진 지부장은 "병원측이 진정 노사화합을 원한다면 합의안을 제때 이행하고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데 인보증을 세우라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조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병원은 합의안을 이행해야할 시점만 되면 여지없이 휴지조각처럼 '노사합의안'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라는 합의내용을 8개월이나 이행하지 않아 노사갈등을 야기한 병원측이 또다시 노조 전임 간부들을 1년안에 복직시키기로 한 합의안을 어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또 "병원은 '경영이 어렵다' '재단에서 결정한 문제다'라며 복직을 미루더니 얼마없어 전임간부들을 '신규계약직'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근로조건의 유지'를 내용으로 한 합의안을 뒤집었다"며 "특히 입사때나 필요한 신용보증보험증서도 아닌, 인보증을 세우라며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복직 약속을 어기고 업무를 주지않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 간부 6명은 현재 모두 신용보증보험증서를 제출한 상태다.

노조는 이날 병원에 합의안을 지키도록 최후 통첩을 보내고,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병원과 재단에 대해 법적조치를 취하는 한편 합의안 불이행 및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탄압에 대해 공개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 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노조는 이와함께 '환자·보호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사측의 합의안 이행 거절에 따른 투쟁의 불가피성을 알렸다.

노조는 당장 20일부터 병원 앞에서 피켓시위에 나서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를 도민들에게 알릴 방침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