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⑫ ‘도정(搗精)’에 주목하라

이전 글에서 50세가 지나면 쌀밥을 덜 먹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얘기했다. 다만 덜 먹으라는 것이지 아예 끊어 버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쌀밥을 주식으로 해왔던 우리의 식생활에서 쌀은 주된 탄수화물 공급원이며, 오랜 동안 쌀 맛에 길들여져 왔기에 하루아침에 딴 것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쌀밥을 먹더라도 도정을 많이 하지 않는 것(8분도 이하)이나 현미 또는 잡곡을 먹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런 것에는 섬유소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빵이라면 덜 도정된 쌀이나 밀로 만든 것을, 면류라면 밀가루 국수보다 메밀국수를 먹는 것이 좋다. 이러한 식품에는 ‘텔로미어(telomere)’가 짧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마다 기호가 달라서 쌀밥이나 라면, 빵 등을 매우 좋아해 이것들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매일 먹는 쌀밥의 양을 줄이라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 된다. 괴로워도 자기의 건강을 위해서 ‘하루 한 끼 점심만이라도 잡곡밥을 먹어야지’ 결심하고 실행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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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50세가 지나서 잘 도정된 곡물만을 먹으면 ‘해당(解糖) 엔진’이 즉시 가동돼 버려서 신체에 좋지 않다. 잘 도정된 쌀이나 밀가루로 만든 식품은 섬유소가 깎여져 없어졌기 때문에 장에서의 흡수가 빠르고, 혈당치(혈액중의 포도당량)를 높이게 된다.

혈당치가 급상승하면 해당엔진이 순간적으로 가동하지만, 현미나 잡곡 등의 곡물은 섬유소가 쌀알을 싸고 있어서 당질(전분 따위)의 소화 흡수를 지연시킨다. 또한 곡물의 섬유소는 장내 세균의 먹이가 되므로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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