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견] 나와 타인의 신체와 마음을 지켜주는 피임기구를 나눠주자


# 성년의 날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로써, 올해는 스승의 날과 우연히 겹치게 되었다. ‘성년의 날’과 같이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대접받는 의식은 나라와 민족별로 다양하게 있었다. 한반도에서는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찌는 관례(冠禮) 의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어른이 되었음을 알렸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의식은 점차로 사라지게 되었고, 따라서 정부는 지난 73년부터 성년의 날을 지정하여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해왔다. 국가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선후배나 애인 사이에서는 ‘성년의 날’을 기념하여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선물을 주고 받는다.
 
 나 또한 선배로부터 향수와 책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흔하게 들리는 이야기로 “성년의 날에는 장미꽃 스무 송이와 향수, 그리고 첫 키스”라는 말이 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을 너무 낭만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물론 낭만적이다. 더는 어리다고 무시받지 않아도 되고, 술집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부담이기도 하다. 그러한 양자의 조화를 잘 이뤄어야 말 그대로 성인(成人)이 된다.
 
▲ 콘돔
# 피임않는 성관계?

  성인이 된다는 것은 법적, 도덕적 책임감을 부여받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게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청소년을 비롯해 누구에게나 그러한 권리는 있다.) 나는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그러한 권리를 보호하고 실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향수 대신 콘돔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고, 그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이성친구들과 만나며 교제를 한다. 그런 만남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간단한 스킨쉽에서 부터 시작해서 좀 더 밀접한 관계를 모두 포함한)성적 접촉을 갖는다.
 
 지난 해 11월, ‘제주대신문’(www.cnupress.com)이 ‘재학생 성의식 실태’를 조사하여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혼전성관계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400명의 학생들 중 75.2%의 학생들이 ‘나도 혼전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400명의 학생들 중 30.3%(121명)의 학생이 성관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여학생의 경우도 16%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정도가 대학 입학 후인 ‘20세~21세’에 첫경험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에 비해, 피임을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이 ‘경우에 따라 피임을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등 책임감이 결여된 것으로 발견됐다. 많은 학생들이 혼전성관계와 혼전동거 등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성지식과 책임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

# 향수 대신 콘돔을
 위 조사/보도 내용을 보면, 지역의 젊은이들이 성에 대해 갖고 있는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떠한 해결방안이 있는 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물리적인 성적 접촉에 비해, 젊은이들의 준비가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해주는 ‘성년의 날’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성적접촉에 준비하고, 당황하지 않도록 콘돔을 나눠주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피임기구 중에서 콘돔이 가장 보편적이고, 피임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평소에도 주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가 그런 것에 대해서 개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날을 이용해서라도 한번 실천해보자.

 
▲ 김동주
필자가 다니던 대학에서는 이와 관련해 콘돔자판기를 대학구내에 설치하려던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지역정서(대구!)와 대다수 남학생들의 근거없는 우려로 인해 계획이 취소되었고, 구내 보건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개인의 인권침해소지가 있어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성관계에 대해 준비/대처할 수 있는 것은 피임기구의 배포가 가장 확실하고도 현실적인 방안이다. 향수도 좋고, 장미꽃도 좋지만, 그 안에 자신과 타인의 신체와 마음을 지켜주는 콘돔을 넣어주는 센스(!)를 이제는 발휘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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