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위즈돔 사람도서관 제주 총괄 매니저는 콘텐츠기획가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제주토박이 청년이다. 그가 <제주의소리>를 통해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은 제주의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사람간의 연결로 창조적 발상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센터와 위즈돔이 손을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제주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풀어져 나온다. 그의 만남과 이야기가 제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자 주]

[박경호의 제주 사람책] (9) 차영민 작가

제주시 애월읍에서 차영민 작가를 만났다. 그는 밤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사람을 만나고, 그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혹 늦은 밤 애월에 있는 편의점에 들렸는데 해맑게 당신을 관찰하는 시선을 마주한다면 반갑게 말을 걸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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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영민 작가. ⓒ 박경호

- 반가워요,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에 온 지 8년차 됐습니다. 밤에는 편의점을 지키면서, 낮에는 글을 쓰고 있는 차영민입니다. 그냥 제가 본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제주엔 어떤 계기로 오게 됐나요?

어머니가 편찮으셨고 건강을 위해 제주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제주로 오게 돼 저도 잠깐 살다 갈 계획이었죠. 원래 하고자 하던 일이 있어서요. 그렇게 내려왔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계획하던 일을 제주에서 준비하기로 하고, 제주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주에서 살다보니 제주가 좋아진 것은 당연하고, 제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바로 글을 쓰게 되는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당시 제 목표를 위해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많이 했죠. 그리고 집안 사정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정말 가난하게 생활했죠. 그런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어느 잡지를 읽었는데요. 거기서 원고를 보내주면 돈을 준다기에 한 번 써보자고 해서 했습니다. 그런데 덜컥 채택이 돼 버렸어요. 돈을 떠나서 잡지에 제 이름으로 글이 실리는 게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왠지 모르게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 새롭게 찾아가는 기분도 들기 시작했고요.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소설을 한 번 써보면 어떠냐는 제안에 처음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한 편 써보니 이게 좋은 글인지, 나쁜 글인지가 궁금해져서 출판사에 피드백을 해달라고 보냈습니다. 그렇게 피드백을 기다리는데 계약을 맺자는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계약을 하게 되고, 돈을 받게 되다보니 이제는 글 쓰는 게 업이 돼버렸죠.

- 차 작가가 쓴 작품에 대해서도 말해주세요

저의 첫 작품은 <그 녀석의 몽타주> 입니다. 또 전자책인 <소년 달리다>도 있습니다. 공모전 등에도 몇 번 당선이 됐죠. 최근에는 제주 언론사에 역사 장편 소설을 연재하면서, GS25 공식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차작가의 심야편의점>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효리누나 혼저 옵서예>라는 에세이를 작년 4월에 출간했습니다. 사실, 제가 애월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다보니 이효리님이 와주시길 바라는 맘이었지 제가 이효리님과 절대 친한 것은 아니예요. 이 책은 편의점을 찾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민낯을 보게 되는 이야기의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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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서관'을 통해 제주도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차영민 작가(맨 왼쪽). ⓒ 박경호

-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인연이 있으신가요?

제가 공부를 할 때 나이 드신 분이 평론가 한 분이 있으셨어요. 그 분이 IT기기를 다루는게 익숙치 않아서 쓰신 글들을 제가 대신 옮겨주는 일을 몇 번 했어요. 자연스럽게 그 분의 글을 읽게 되었고, 비록 IT기기로 옮기는 일이지만 문학에 감각을 찾아간 거죠. 그렇게 아주 우연히 제가 글을 쓰는 일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글을 쓰게끔 용기를 주셨던 분이고요.

- 앞으로 제주에서 어떤 만남을 갖고 싶나요?

제가 쓰고 싶은 글이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쓴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표현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쓰는 게 그 어떤 표현보다도 좋은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여러 사람들이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만남을 하고 싶어요.

-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가요?

무엇보다 꾸준하게 글을 쓰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일이 해결돼야 하는 것이죠. 좋은 작품이 나오면 당연히 해결되겠지만, 바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힘들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 되면 작품의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고 싶어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삶 속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소소하게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는 게 제 목표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쓰고 싶습니다.

차영민은? 198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8년 가족들과 제주로 이주했다. <그 녀석의 몽타주>, <소년 달리다>, <두 번 벼락 맞은 사나이>, <7인의 에세이>, <효리누나, 혼저 옵서예> 등의 작품을 펴냈다.

*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요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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