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모험가 송경태의 남극마라톤대회 이야기 <남극의 꽃> 발간


결코 원하지 않았던 실명(失明). 군 복무 중 일어난 수류탄 사고로 두 눈을 잃어버린 비극적인 인생이었지만 그는 밑바닥까지 떨어진 뒤 다시 일어섰다. 내 앞을 가리는 어둠은 절망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믿으며 전 세계 오지를 누빈 시각장애인 모험가 송경태의 남극마라톤대회 이야기 <남극의 꽃>(도서출판 시사랑음악사랑)이 최근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지난 2008년 남극 대륙 마라톤을 완주한 송경태의 모험기가 실려 있다. 남극 대륙 마라톤은 특별한 사람들만 참가할 수 있다.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사막 250km 마라톤 완주자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남극 대륙 레이스까지 완주하면 ‘어드벤처 레이스 그랜드슬램’이라는 철인의 증표가 주어진다. 송경태는 세계 최초로 1급 장애인 그랜드슬래머라는 유일무이한 칭호를 얻으며 전 세계 모험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한다.

책 속에는 살을 에는 칼바람과 추위를 견디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생생한 경험이 녹아있다. 남극으로 떠나는 준비 단계부터 4일 간의 험난한 시간들이 날짜 별로 상세하게 묘사돼 있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마치 송경태의 손을 잡고 눈보라를 헤치듯 흥분된 마음으로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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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극한의 땅 남극, 그곳에서도 난 인간이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비록 실 날 같은 희망이라도 붙들고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체험했다. 믿기지 않은 그 신비, 그 진실이 없었다면 도저히 완주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남극에서의 시간을 기억했다. 

남극을 포함해 세계 4대 사막 극한마라톤을 완주한 송경태는 여전히 모험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려 한다. 네팔 대지진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에베레스트산 정복이 바로 남은 숙제다. 

송경태는 책 속에서 “만약 내가 빛을 잃지 않았다면 볼 수 있는 가시거리 안에서 안주했을 것이다. 빛과 영원한 결별이라는 역경이 내게 도전정신을 심어주었고 한 걸음, 한 걸음 순간에 최선을 다 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줬다”면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전라북도 오수에서 태어난 송경태는 전주시 의원, 우석대·서남대·한일장신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 전라북도시각장애인도서관장, 한국산악회 전북지부장, 아름다운제주 국제마라톤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2012년 3월 시인으로도 등단하며 시집 <삼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2008), 수필집 <아들의 눈이 빛이 되어)>(2013)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2004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2009년 올해의 전북인상, 2016년 엄홍길 도전상 등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도전정신을 인정받았다.

도서출판 시사랑음악사랑, 1만2000원,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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