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영화를 꿈꾼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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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극장을 지켜야하는 이유] (6) 문재웅 영화감독 지망생·제주대 정치외교학과

옛 현대극장(제주극장) 매입 문제가 쉬이 해결되지 않을 조짐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지어진 이곳은 문화환경이 척박했던 제주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제주 근현대사가 스며든 의미 있는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보존이냐, 철거냐 운명의 기로에 놓인 옛 현대극장을 두고 각계의 다양한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이번 차례엔 제주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대학생의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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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웅 영화감독 지망생·제주대 정치외교학과.
옛 현대극장이 철거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귀중한 건물을 그동안 방치시키고 있던 것도 모자라서 부수고 뭔가 다시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뭔가를 파괴하고 다시 짓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오래된 건물을 잘 보존하고 개선하면 새 건물보다 많은 매력과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오래되었다 싶으면 다 부수어버려서 옛 건물을 보기 위해서 특정 관광지에 찾아가야만 한다. 그것도 비싼 대가를 치르고, 옛 건물을 모방해 지은 새 건물일 뿐이지만. 

내 경험으로 미루어 영화는 사람들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해줄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는 영화가 한쪽으로만 편중되어서 제공된다면 이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변할 수 있을까. 현재 제주에 있는 영화관 5곳 모두 대기업 가맹점으로 운영되는 영화극장뿐이다. 그곳에서 상영되는 수익이 우선인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상업영화가 대부분이다. 

필자도 상업영화로 일컬어지는 대중영화를 사랑한다. 재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영화만 공급되는 것은 문제이다. 최근 개봉해 극장에 걸리는 영화 대부분이 살인, 죽음, 파괴, 경쟁, 복수, 피, 범죄, 부패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들로 가득 차 있다.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는 성격도 갖고있지만, 세상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공간으로 묘사하는 영화들이 극장에 가득 차게 된다면 큰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 도민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알려주고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필자는 영화를 만들기로 한 이후, 극장에서 상영되는 대중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배웠다. 이런 영화만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단편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면서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대중영화가 다루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소재, 비슷한 느낌, 비슷한 카메라 구도, 비슷한 컷, 비슷한 대사, 비슷한 연기와 배우, 수 없이 비슷한 무언가들. 보고 배울 알맹이가 부족했다. 한계에 부딪치자 스스로 노력해서 찾아보게 된 다양한 영화들. 유럽,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 접하기는 어렵지만, 세상에는 독특한 영화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이런 좋은 영화를 제주에선 쉽게 소개해주지 않을까. 영화를 만들려는 필자뿐만 아니라 도민들과도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함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대극장이 부수어지지 않고 새로 개관한다면 이런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전문 프로그래머가 정성들여 고른 영화를 제주도민에게도 소개해주고 상영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감독을 초청해서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도 기대해본다. 초청하는 것이 힘들다면 관객들끼리라도 영화가 다루고자 했던 가치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제주 출신 영화감독이 많아졌다. 작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영화를 만든 감독들도 여럿이다. 제주의 지역사회를 고민하면서, 제주에서 만든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지역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영화가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그러나 내가 겪어본 제주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지속해서 교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교류할 공간조차 없으므로 누가 뭘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심지어 대다수의 지역마다 있는 영화학교가 제주에는 하나도 없다. 새로운 인재들이 손쉽게 영화를 만들어보고 실험해볼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감독을 꿈꾸는 사람은 다른 지역의 영화학교에 가거나, 가지 못했을 땐 제주에서 억척스럽게 독학해서 영화를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현대극장이 영화학교까지는 아니라도 영화를 꿈꾸는 새싹들과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제주의 독립영화감독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 다양한 영화를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새로운 작품 제작에 대해 교류를 하고, 영화의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제주의 문화 예술을 이끌어나갈 사람들을 양성하는 허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발자취들이 모여서 좋은 사회를 만들고, 좋은 공동체를 만들 거라 확신한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은 원도심을 제주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고자 한다고 들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어느 때보다 인간의 감성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인간에 대해 다룬 다양한 영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제주의 차세대 영화인들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그 공간을 현대극장에서 생각해볼 순 없을까. 현대극장을 부수고 나서도 현대극장과 같은 시설을 또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지은 현대극장은 결코 현대극장이 아니다. 우리는 소중한 걸 부수기 전에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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