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내걸고 허리잘린 한반도 남쪽 국토 대장정 길에 오른 도법 스님과 수경 스님의 탁발 순례행렬이 22일 4.3의 상흔을 지닌 이 곳 제주에서 마침내 시작된다.

지난3월1일 해발 150m 지리산 노고단에서 한반도 우리민족의 아픔을 껴안기 위한 3년여에 걸친 고행에 들어간 탁발순례단은 50일간에 걸친 지리산권 순례를 마치고 22일 오후 성산포항을 통해 제주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날 제주에 들어오는 탁발 순례단은 1949년 한림읍 동명리에서 태어난 전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과 함께 새만금 '3보1배'로 잘 알려진 수경스님, 이원규 시인, 박남준 시인 등 본대 20여명이며, 여기에 제주참여환경연대 문용포 생태교육팀장과 장소영 시민사업국장 등이 합류해 28박29일간의 제주전역 순례에 들어간다.

탁발순례단은 23일 오후7시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순례단 제주순례 전야제 행사를 가진 후 24일 오전10시 제주4.3의 기화점으로 1947년 3.1절 행사가 열렸던 관덕정에서 생명평화의 탁발순례, 그 아름다운 첫 발자욱을 찍는다.

도법 스님을 단장으로 한 탁발순례단은 애월읍쪽으로 순례를 하기 시작해 한경과 대정, 안덕 → 서귀포시 → 남원 → 표선 → 성산 → 우도 → 구좌 →조천을 돌아, 오는 5월18일 제주에서 탁발순례를 마치게 된다. 그리고 19일에는 한라산 정상에 올라 한반도와 민족, 우리 모두의 아픈 상처를 씻어내고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천도제를 올리는 것으로써 제주순례의 대장정을 마치게 된다.

탁발순례단은 각 읍·면, 각 마을을 순례하며 현지 주민들과 토론을 통해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우리 자연의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 마다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전파할 예정이다.

특히 순례단은 12번 국도(일주도로)를 걸어서 이동하면서 모슬포 섯알오름 학살터를 비롯한 4.3유적지와 일제 유적지, 환경훼손 현장을 찾아 천도재를 올리게 된다. 또 읍·면장과 시장·군수, 좌익과 우익도 만나 이념를 뛰어넘은 생명과 평화의 사상을 전하게 된다.

한편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4.3유족회 등 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생명평화탁발순례 제주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임문철·김수열·이지훈)'는 21일 오전10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평화의 섬을 향한 장정에 도민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탁발순례 제주조직위는 이날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생명평화 탁발순례는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고, 대립과 갈등을 만남과 소통으로 풀어내며, 생명평화의 기운을 전국 곳곳에 속속들이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조직위는 "3년여의 긴 여정을 향한 출발지가 되는 제주야말로 역사적으로 가장 상처를 받은 고통의 땅, 비극의 땅이자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생태계의 보고이면서도, 각종 난개발로 그 터전을 위협받고 있는 위기의 땅"이라면서 "외세의 수탈과 냉전이데올로기로 가장 큰 수난을 받았던 비극의 땅에서 우리는 새롭게 희망을 만들어 가야하며, 경쟁과 속도, 효율 제일주의를 앞세우며 거대하게 몰아치는 개발의 바람을 잠재우고, 온 생명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땅을 우리는 함께 일궈 나가야 한다"며 제주탁발 순례의 의미를 밝혔다.

탁발순례 조직위는 이어 "탁발순례단은 이제 제주의 사람들과 만나고, 제주의 자연과 교감하며, 역사 속에 묻혀간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한 한 달 간의 여정을 시작한다"며 "제주순례는 제주가 세계인이 모여드는 국제교류의 장일 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향한 생명평화의 성지로 거듭나게 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탁발순례 장정에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제주순례 주요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