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 10년, 어디까지 왔나] ② 제왕적 지사에 주민만족도 '부진'...원희룡 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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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1일 대한민국에 새로운 자치모델이 탄생했다. 바로 '제주특별자치도'가 그것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를 모범적이며 선도적인 지방자치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그 모델이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목적은 제주특별법 제1조에 명확히 나와있다.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로 규정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받은 것만 4537건이다. 전국 최초로 자치경찰과 감사위원회가 설치되고, 보훈청 등 정부 특별행정기관이 이관됐을 뿐만 아니라, 투자진흥지구, 각종 개발 인허가권이 포함된 관광3법, 교육·의료기관 설립 등 막강한 권한을 가져왔다.

문제는 고도의 자치권 보장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기 위한 권한 이양이 오히려 제주에서 '제왕적 도지사'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이양된 모든 권한이 도지사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 최초로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이 통폐합돼 법인격이 없는 2개 행정시 체계가 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 체감도는 항상 낮은 편이었다.  

7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실적 성과평가'에서 전체적인 점수는 80.89점으로 비교적 양호했다.

하지만 주민만족도 평가에서는 65.38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거의 매년 특별자치도에 대한 주민 만족도는 50~60점대를 보였다.

특별자치도의 '특별한 도민'이라는 체감이 낮은 대신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주민 불편이 가중됐다. 

주민 손으로 뽑던 시장과 군수를 없애 임명제로 전환되면서 행정시장은 아무런 권한이 없고, 지역현안이 발생하면 모두 '도청'으로 향하게 됐다. 

행정시장을 역임한 김영훈 전 제주시장은 "행정시장은 도청 과장만도 못하다"는 자조섞인 발언까지 했을 정도다.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행정체제를 개편하려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원-마산-진해나 청주-청원군 통합만 있었을 뿐 기초자치단체 폐지 계획은 사라졌다.

오는 7월4일부터 시행되는 부천시의 일반구 폐지-대동제 시행도 제주와는 다른 상황이다. 부천시의 일반구는 자치권이 없는 구였다. 한마디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제주도만 기초자치단체를 없앤 꼴이다. 

기초자치 폐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자치권 부활 논의는 특별자치도가 시행된지 4년만에 선거국면에서 나타났다. 2010년 우근민 전 지사는 선거공약으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으로 당선됐다.

우 전 지사의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지방자치법과 달랐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되 기초의회를 두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 직선제'만 하겠다는 얘기였다. 우 전 지사는 이를 '제주특별자치도형 기초단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우 전 지사는 임기 3년차인 2013년 10월7일 '시장 직선제' 공약을 포기하며, 행정시 권한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우 전 지사는 2014년 3월5일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또 '행정시장 직선제'를 꺼내들었지만, 원희룡 지사가 새누리당 간판으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행정체제개편 논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원 지사는 선거기간에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이렇다할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렇기에 원 지사는 오히려 행정체제개편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양영철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체제개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정부 차원에서 포기했다"며 "제주의 행정체제개편은 더 이상 시범 모델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양 교수는 "도민들의 불만은 특별자치도 이후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시장이 도청 과장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행정시 강화라고 해도 법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강화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고 모든 권한이 도지사에게 몰리면서 '제왕적 도지사'라는 명칭이 생겨났다"며 "특별자치도에 이양된 권한이 4000개가 넘는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생활자치,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자치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얘기했다.

강 대표는 "과거처럼 4개 시군으로 회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특별자치도 10년 동안 기초자치단체 폐지로 인한 공과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치단체 부활 공론화를 꺼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당장 지방자치법상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어렵다. 하지만 '제주특별법 제8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특별법 8조는 '지방자치법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따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도의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한마디로 제주도의 정치환경에 맞는 제도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 등 법인격을 갖지 못하지만 도민 총의만 모은다면 행정시장 직선제가 됐든, 다른 무엇이 됐든, 얼마든지 새로운 '제주형 자치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자치도라는 단일행정체제로 인해 발생하는 효율성이라는 편익 못지않게 지방자치의 최고 가치인 민주성이 훼손됐다면 새로운 자치모델을 모색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자유가 제주도에 부여됐다. 

지난 10년은 그 자유를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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