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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학의 집은 14일 강원도 출신 소설가 강기희를 초청해 문학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소설가 강기희 제주문학의 집 초청 토크콘서트...“차기작은 김달삼 이야기”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반백 살이 넘도록 고향을 지키며 소설가로 활동하는 강기희(52)가 제주를 찾았다. 전업 작가의 길을 고수하며 ‘연봉 180만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펜으로 한국사회의 현실을 가감 없이 파헤치는 강직함은 그의 전매특허다. 고향 정선을 소재, 배경으로 한 작품을 꾸준히 써내는 이유에 대해 “정선에는 아직 써야하는 이야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제주가 고향이라면 평생 글을 써도 다 못쓰고 죽을 것 같다. 그만큼 제주는 아픔도 많고 작가로서 다룰 이야기가 많은 곳”이라고 제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제주문학의 집은 14일 오후 6시 30분 강기희 작가 초청 문학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정선 출생인 작가는 1998년 <문학 21> 신인상으로 소설가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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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희 작가가 올해 5월 펴낸 장편 소설 <원숭이 그림자>. 한국정치와 사회를 동물로 빗댄 우화소설이다. ⓒ제주의소리
줄곧 장편소설을 고집해온 작가는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1999),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1999), <은옥이 1, 2>(2001), 도둑고양이(2001), <개같은 인생들>(2006), <연산>(2012) 등을 펴냈고 올해 5월 신작 <원숭이 그림자>(도서출판 작가)를 펴냈다. <원숭이 그림자>는 한국정치, 사회를 동물로 빗댄 장편 우화소설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인상적인 화제작이다.

현재 정선의 산속 마을인 ‘붉은 숲’에서 창작과 문화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제주와 관련해서는 4.3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고 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에도 문인으로서 동참한 바 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작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김수열 시인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김 시인은 “모든 작품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책을 잡았을 때 막히지 않고 쭉쭉 읽히는 그런 소설이나 시가 있기 마련이다. 그 작품은 누가 뭐래도 자신과 잘 맞는 작품이다. 내게 <원숭이 그림자>는 그런 소설이다. 막힘없이 읽혀지는 멋진 소설”이라고 호평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펜을 겨눈 소설 <원숭이 그림자>는 2008년에 처음 나온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 광우병 파동이 한참 전국을 휘몰아치던 시기, 정선군 지역 신문에 이 작품을 처음 연재했는데 한 동안 글을 쓰다가 소재가 민감했는지 연재가 중단되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2013년부터 오마이뉴스를 통해 올렸는데 여기서도 제대로 글을 제대로 쓰기 어려워 한 번에 소설로 내게 됐다”고 밝혔다.

<원숭이 그림자>는 원고가 완성되고 나서도 많은 출판사에서 꺼려해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왔다. 작가는 “출판하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1980년대 금서를 몰래 출판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만큼 답답한 상황이 많았다”고 씁쓸함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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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강기희 작가, 오른쪽은 토크콘서트 사회를 맡은 김수열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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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희 작가는 왜 고향 정선을 작품 속에 계속 등장시키고 소재로 다루는지에 대해 "정선에는 아직 다뤄야할 이야기가 남아있고 작가로서 그것을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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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는 작가. ⓒ제주의소리

여기에 “제 별명이 ‘연봉 180만원’이다. 흡사 대기업이 꽉 잡고 있는 스크린 시장처럼 작가에게 책 구입비 10%밖에 떨어지지 않는 국내 출판 시장에서는 전업 작가로 살아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인들의 도움 덕에 버티면서 살고 있지만 소설가는 ‘꼴리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써야 된다. 주변 도움에 보답하는 길은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쓰는 길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말 속에는 현실적인 고뇌와 함께 굽히지 않은 글쟁이로서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시인은 “강기희 작가를 보면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돌려서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격려를 보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제주4.3과 깊은 인연이 있는 무장대 김달삼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1950년 3월 22일 강원도 정선에서 토벌대와의 전투 중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으로 도피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정선군 화암동굴을 배경으로 한 <은옥이>, 연산군 아들이 정선에 유배돼 생을 마감한 역사를 담은 <연산>에 이어 김달삼 이야기까지, 그는 고향 정선을 꾸준히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이런 노력은 작가로서의 숙명이자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정선에는 아직까지 써야할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그것은 지나칠 수 없는 작가로서 써야할 몫”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만약 내가 제주에서 태어났다면 평생 글을 써도 다 못쓰고 죽을 것이다. 평생 써도 못 쓸 아픈 역사와 이야기가 제주에는 남아있지 않냐”고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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