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위즈돔 사람도서관 제주 총괄 매니저는 콘텐츠기획가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제주토박이 청년이다. 그가 <제주의소리>를 통해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은 제주의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사람간의 연결로 창조적 발상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센터와 위즈돔이 손을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제주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풀어져 나온다. 그의 만남과 이야기가 제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자 주]

[박경호의 제주 사람책] (10) 아멩이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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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멩이나 카페 입구에 선 세 모녀. 왼쪽부터 둘째 딸 오상은씨, 어머니 이복자씨, 첫째 딸 오상미씨. ⓒ 박경호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사람책들이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세명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바로 이복자, 오상미, 오상은 세 모녀다. 그들은 ‘아멩이나’라는 카페에서 사주, 네일, 카페, 플리마켓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이 독특한 카페의 이름 ‘아멩이나’는 제주어 그대로 ‘하고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다. 이들의 유쾌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세 모녀와의 만남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 세 분을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네요! 어머니부터 독자들께 인사해주시겠어요?

이복자=안녕하세요. 아멩이나 카페와 유정철학관을 오가며 사주 카운셀링을 하고 있는 이복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상미와 상은이의 엄마입니다.

오상미=저는 큰 딸 오상미입니다. 아멩이나 카페를 같이 오픈했고, 지금은 1층에서 네일살롱 OHNL(오늘)을 운영하며 네일리스트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오상은=저는 아멩이나 카페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아서 하고 있는 막내 딸 오상은입니다. 저는 카페에서 캘리그라피와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하고 있으며, 가끔씩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각기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각자 ‘아멩이나’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뭉치셨네요. ‘아멩이나’는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오상미=처음에 제가 네일샵을 운영하려 했어요. 고교시절부터 네일아트 공부를 했고,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제주에 돌아와서 직접 운영해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어머니가 네일샵만 할께 아니라 카페를 같이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복자=네, 그렇게 5년 전에 시작을 하게 됐죠. 저도 특별한 계기로 사주를 공부하고 15년이상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고, 상은이도 이것저것 하는 게 많다 보니, 이것을 다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또, 그 즈음에 일반적인 카페들은 많았지만, 음료만 마실게 아니라 편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게 되었죠. ‘아멩이나’라는 이름도 그렇게 붙이게 됐죠.

- 실제 운영을 맡고 계신 상은님은 직접 주도적으로 경영을 하다보니 고민되는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오상은=직접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죠. 매출이 바로바로 보이기 때문에, 매출이 적은 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리고 가족과 함께 일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가족이지만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 강한 만큼 의견도 갈릴때가 있어요(웃음). 그래도 결국 제 편은 가족이더라고요. 그런 점이 힘이 들어도 또 힘을 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아, 또 같이 일하는 동생이 있는데, 저에게는 정말 가장 고마운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분이죠. 이 동생도 이제는 저희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 가족과 일 하는게 쉽지만은 않죠? 장단점이 있을까요?

이복자=제가 사주를 직접 보다보니 오히려 결정을 잘 못해요. 특히 딸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들으면 열심히 응원하고 싶지만, 내 딸들이다 보니 걱정 되는 게 한두개가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많이 섭섭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마찰이 있더라도 가족인만큼 금세 풀고 일하는 것이 참 좋죠. 남이였으면 너무나 힘들었을 거예요.

오상미=처음에는 사공이 많아서 결정이 쉽지 않았죠. 가족이 다 같이 하는 일이다보니 잘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오히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5년씩이나 되다 보니 오히려 서로 더 많이 이야기를 하고, 알게 되어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건비가 많이 줄어든 점을 얘기할 수 있겠죠?(웃음)

오상은=엄마와 언니 같은 경우는 철학관과 네일살롱을 운영하다보니 카페는 주로 제가 전담을 하죠. 그런데 제가 표현을 잘 못해서 부딪히는 편이 생겨요. 저는 부딪히지 않으려고 말을 아끼는 편인데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되죠. 솔직히, 저는 아직도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든든한 가족이 항상 옆에 있다는 생각이 그 과정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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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이복자씨. ⓒ 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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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딸 오상미씨. ⓒ 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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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딸 오상은씨. ⓒ 박경호

- 각자 개성이 강한 분들이 꾸려가는 만큼 아멩이나의 컬러도 독특한 것도 같아요. 세 분이 생각하는 아멩이나의 지향점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복자=카페 이름처럼 사람들이 와서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체험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쉬었다 가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주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사람을 편하게 한다는 것인데, 아멩이나를 찾는 사람이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상미=아멩이나의 뜻인 “뭐든지 괜찮다”인 것처럼 이 카페에서는 “뭐든지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어떤 곳을 만족할 수 없는 까다로운 사람들이 와서 뭐든지 해도 괜찮은 공간. 처음의 시작은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아무거나 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상은=엄마와 언니가 추구하는 것처럼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지향점에 공감해요. 다만, 저는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많이 고려하게 되요. 그래도 결국은 고객들을 위한 공간이란 목표는 변함없어요.

- 지난 5년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나 인연이 있으신가요?

어머니=특별히 기억나는 한 친구가 있어요. 온 몸에 문신을 했던 친구였죠. 그 친구의 사주를 보니 상당히 힘든 시기인데, 내색을 안하더라고요. 학교도 안 다니던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 지금 힘들 시기이고, 털어놔도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금세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를 들으며 카운셀링을 해주었죠. 그러고 난 후 그 친구가 군대를 다녀와서 저를 찾아왔어요. 그 때 정말 힘들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왔어요. 지금도 가끔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오상미=인연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보니 사소한 인연도 잘 유지하려고 해요. 그 중에서 네일살롱을 자주 찾아주시는 분이 계신데, 저도 엄마랑 비슷하게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 하다 보니, 네일아트도 좋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주더라고요.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요. 저한테 말하는 게 꼭 자신에게 얘기한다는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런 친구를 만나다 보니, 네일 케어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오상은=아까 잠깐 얘기했지만, 지금 같이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서울에 있다가 아멩이나를 오픈하면서 제주에 돌아올 때 함께 왔어요. 처음에는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데 부담감이 엄청 컸어요. 그런데 제 곁에 항상 누군가 같이 있다는 게 너무나도 고맙더라고요. 가끔은 서로의 책임감 때문에 부딪히는 애증의 관계죠(웃음).

- 가족이면서도 동업자인,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마무리 해볼까요?

어머니=어머니이다 보니, 두 딸이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막내딸인 경우에는 가족이 많은 것을 투자한 카페를 운영하는 만큼 부담이 되고, 제가 잘 따라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해요. 그리고, 우리 딸이 표현을 좀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조금만 더 어머니의 말을 귀 기울여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오상미=엄마는 조금 더 엄마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딸들을 위한 삶이 아닌 자기만을 위한 삶을. 서로 너무 배려만 하다 보니 미안해 하고, 가슴 속에 쌓아 두는 것 같아요. 조금 뻔뻔하면서도 이기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남한테 폐도 끼쳐야 미운정도 쌓이고 더 돈독해지는 정이 쌓이는 것 같아요.

오상은=저도 나름 표현한다고 하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서로 잘 하려다보니,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부담감도 없지 않아 많았던 것 같고요. 그냥 잘 되는 것도 좋지만, 그냥 모두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서로 너무 바쁘다 보니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정말 좋네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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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24년전인 1992년 찍은 가족사진. ⓒ 제주의소리

아멩이나 가족은? 세 모녀는 모두 제주출생이다. 어머니 이복자씨는 1961년생. 오상미씨는 1989년생으로 대학에서 뷰티아트를 전공했고, 오상은씨는 1990년생으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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