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돈의 4번째 4.3 노래기행, 즐거운 소풍을 다녀오다...

▲ 도착하자마자 故 김경률 감독 묘소앞에서 간단한 제를 지냈다. 김 감독이 세상을 뜬지도 벌써 5개월 보름이 지난 오늘...

간만에 햇빛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자연에서 뒹굴며 놀아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날이다.

밖으로 나섰다. 사람들과 '소풍'을 갔다. 도시락 싸들고, 어린아이 손잡으며 노래도 부르러 산으로 향했다. 바로 58년 전. 이 맘때 쯤이다. 그 때도 사람들은 등짐을 지고,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며칠만 올라갔다 오자면서  산으로 향했을 것이다.

 5.10 단선에 반대하는 제주도 인민들의 입산은 그런 것이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에서 보름 동안 선거 보이콧을 외치며 그들은 산으로 올랐다. 한라산 자락의 백성들이다.

우리도 오늘 그 때 그들처럼 산으로 올랐다. 누가 무서워서 피한다거나, 무엇을 특별하게 반대하기 위해 오른 것이 아니었다. 그저 5월의 푸르른 신록을 즐기려고만 한 것 또한 아니다.

▲ 김경률 감독의 묘소 왼쪽에는 이날 미술 퍼포먼스로 마련한 토우와 나무팻말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 점심을 먹고 있는 기행자들. 소풍을 나온 것 마냥 즐겁다.

최상돈의 4번째 4.3 노래기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언제나 마찬가지로 오전 10시. 신산공원 입구 4.3해원방사탑에 하나 둘씩 모인 일행들은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지난 번 처럼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것은 아니다. 4.3 당시, 마을주민들이 올랐던 한라산 자락으로 향했다.

 제주시 용강동.
 4.3 극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의 故 김경률 감독의 묘소를 찾았다. 제주시와 조천읍이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우리는 '소풍'을 왔다. 김 감독님의 산소에 제사도 지내고, 음복도 하면서 그렇게 5월의 한라산 자락을 즐기고 돌아왔다.

▲ "김경률 감독 혼자 외롭지 말라"며 세워둔 토우(흙인형). 김 감독의 절친한 후배 김영훈씨(조각가)가 직접 만들었다.
삼겹살에 소주, 두부김치에 막걸리.
 나무그늘은 없지만 지나가는 바람에 뜨거운 햇살도 그저 따스하게 느껴지는 오후였다. 고사리도 꺾고, 김경률 감독을 기리며 그와 함께 한라산 자락을 느꼈다.

 늦게온 사람들은 늦게온 마냥, 미안한 척 양 손에는 먹을 거리를 가득히 들고왔고, 우리는 우리마냥, 기타와 장구를 이용해 그들을 반겼고, 함께 했다.

 어린아이는 풀밭을 돌아다니며 도마뱀을 잡으며 즐거워 했고, 어른들은 한 손에는 호미를 들고 더덕을 캐러갔다. 사진도 찍으며 말그대로 '소풍'을 즐겼다.

   
 
▲ 이날 놀이패 한라산의 윤미란씨의 아들 다빈군은 도마뱀을 잡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먹을 만큼 먹고, 마실 만큼 마시며, 이야기 할 만큼 이야기를 한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슬슬 자리에서 일어서 산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올라올 때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갔다. 시간이 약간 남아서 주변 마을인 월평동 유적지를 찾았다.
4.3당시 토벌대의 비석이 길가에 방치되 있는 곳. 그리고 4.3 당시 성터. 이 섬 어디에 유적지가 아닌 곳이 있으리..

 그렇게 우리는 산에서 내려왔다.

▲ 4.3평화공원 옆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골프장 현장이 보인다.

 잊지못 할 한 장면.
 거친오름 자락 밑으로 4.3 평화공원이 보인다. 그러나 그 아래는 온갖 대형중장비들이 왔다갔다하면서 흙을 깎고,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 빼고는 오늘..너무나 아름다운 날이었다.

 나에게는 골프장이, 58년 전 산으로 올랐던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짓밟는 외세와 그들의 앞잡이가 이토록 아름다운 날을  슬프게 만든다.
 
▲ 김경률감독 묘소. 이날 참가자들은 임시로 나무 표석을 세웠다.

 

▲ 김 감독 영전에 바치는 글팻말.

▲ 참가자들이 정성껏 꺽은 고사리
▲ 이날 기행에 나선 김 감독의 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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