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16) 날씨보기, 동물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선택.

a1.jpg
▲ 대문과 마당 사이에 있는 무언가 부실해 보이는 철망. 쉽게 무너질 것 같지만 그 너머에 이 집 터줏대감인 백구 ‘태양이’가 있어 넘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괜한 힘자랑으로 상황을 복잡하게 하지 않는다. 그대로 서로 바라만 보며 평화를 유지한다. ⓒ 김란영

덩치가 큰 개, 작은 개 거기다 고양이까지 집에 도착하는 차 소리는 어찌나 잘 아는지 하루 중 가장 곤란한 시간이다. 오랫동안 집 나간 가족이 제 발로 들어오는 비슷한 상황을 하루 두 차례 이상은 겪어야 하니 말이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듬성듬성 이어진 시골집 창문은 낮이건 밤이건 모두 열어두는 상황이니 되도록 귀가 시간을 서두른다. 덜 소란스럽게 하려고 하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 

처음 이사 오는 날 담장너머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앞 집 삼촌은 기겁한다. 밖으로 나와 나란히 줄지어 있는 녀석들을 본 게다. “메시께라, 무슨 개들이 영 하영 이서?” 그 후로 가끔씩 담장 너머로 마주칠 때면 강아지들이 줄었나 늘었나 손가락을 가리키면 수를 세어본다. 그럴 때면 괜스레 필요 없는 말을 먼저 꺼내게 된다.

요 꼬맹이들은 친구가 여행을 가서 며칠 동안 맡겨 둔거라며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린다. 누가 물어봤나. 묻지도 않았는데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어떤 거짓말도 불편한지라 금세 후회하지만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다. 집이 외지면 외진대로, 마을 안에 있으면 있는 대로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이웃과 탈 없이 지낼 방법을 궁리해야만 한다. 모든 건 역지사지 아니겠나.

a2.jpg
▲ 2011년에 태어난 지구, 사랑. 오는 9월이면 만 다섯 살이 된다. 사랑이는 아픈 적이 없지만 지구는 아토피와 요로결석으로 고생했었다. 녀석들은 웬만해서는 아픈 표시를 내지 않는다. 고통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견디기 힘들다. 고통을 표시하지 않는 건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끙끙 아픈 표시를 낼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다. 그 모든 걸 혼자 견뎌냈다는 거다. 인내심이 대단하다. ⓒ 김란영

다행인건 시골이라 낮에는 일을 나가거나, 연세 드신 분들은 노인정에 계신지 동네 골목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덩달아 강아지들도 주변 상황에 따라가는지 내가 집에 도착할 때를 제외하고는 큰 소리가 없다. 또 그 사이 시간이 흘러 주변 관심도 덜하다.

간간히 마주치는 앞 집 삼촌도 스윽 지나치며 강아지들이 줄었는지 요새는 조용하다 말에 “아, 예…” 흐린 대답을 하게 된다. 줄어도 다시 또 숫자가 채워져 변한 건 그리 없지만 그 표현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이유만 보자면 여름보다는 겨울이, 여름이면 비오는 날이 맘 편하다. 논쟁이 녀석들에게는 유감이지만 비 오는 날은 먹는 것도 덜 먹고 축 늘어져 시큰둥하다. 그래서 온 마을이 조용하다.

a3.jpg
▲ 백목련 나무 아래 평상 밑, 흙을 파서 만든 웅덩이는 여름 피서지 중 하나다. 곧 찾아올 무더위에 덩친 큰 녀석들이 몸을 식히기 위해 자기 몸집만한 크기로 애써 만들어 놓았다. ⓒ 김란영

동물가족과 함께 지내기에 민감한 부분 중 하나가 날씨이다. 일주일 날씨는 물론 하루 이틀은 시간대별로 날씨가 나와 있어 비가 오는 날은 꼼꼼히 살피게 된다. 비가 몇 시에 시작하여 끝나는 가를 말이다.

기상청 예보에 비가 5시에 온다하면 그날은 평소보다 좀 더 앞서 준비한다. 몇 시간 전부터 더 많이 움직이게 하고 이른 식사를 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같은 양의 음식을 주어도 비를 예감하는지 알아서 덜 먹는다. 그런 날에는 종종 간식으로 주는 고구마도 일절 주지 않는다. 상상이 맞다. 왕성한 소화기관의 역할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날씨예보만 그대로 믿을 수도 없다. 보기 좋게 빗나갈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고 해서 안 오는 건 큰 탈이 없지만 '강수확률 20%' 뭐 이런데 비가 오는 날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그래서 인터넷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안팎 상황을 살피게 된다.

a4.jpg
▲ 청아의 귀가 날개가 되어 여름 하늘을 날아갈 듯 보인다. ⓒ 김란영

뜬금없이 따스하게 바람이 불거나, 공기가 갑자기 후덥지근하거나, 줄을 지어 일을 하던 개미들이 띄엄띄엄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거나, 새들이 낮은 비행을 하고, 우리 집 강아지들이 행동이 약간 굼뜨고 먹는 게 신통치 않은 날은 영락없이 긴 비가 아니어도 소나기가 내린다.

그런 날은 집을 나설 때면 문단속이 중요하다. 겨울에는 비와 상관없이 모든 문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창문 사이로 바람 한 점 없는 여름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사방으로 몰아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지만 비가 직선으로 내리는지 아닌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동쪽 혹은 서쪽 창문을 잘 선택해서 문단속을 해야 한다. 가끔 낭패를 보긴 하지만 그마저도 가만해서 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에는 물건을 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

a5.jpg
▲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하늘이가 오늘따라 감성에 빠져있다. 사내 녀석이 자세 한번 요염하다. ⓒ 김란영

동물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비를 맞는 걸 싫어한다. 개구리 달팽이 지렁이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작은 벌레들조차 몸을 꽁꽁 숨기니 말이다. 심한 경우는 우울증을 보이기도 하고 공포감을 느낀다고도 한다. 천둥 번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주변 동물을 잘 살피고 돌볼 필요가 있다. 벌판 위 고스란히 비를 맞고 있는 묶여 있는 말들도 마른자리가 간절하다. 우리 집 터줏대감 태양이는 발이 비에 닿는 걸 유독 싫어한다. 처음 태양이를 보았을 때 덩치가 큰 녀석이 몸을 있는 대로 웅크려 평상 밑을 집 삼아 지낸 것으로 보아하니 그럴 만도 하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날씨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냐며 놀라는 눈치다. 아마 날씨에 민감한 농부들 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구구절절 설명한 적은 없지만 이 글을 보면 그 내막을 아려나. 더불어 잘 살기 위한 꼭 필요한 선택이란 걸. 

a6.jpg
▲ 지난 겨울 몰아친 한파에 신이 났던 차돌 군. 매서운 바람을 가르는 차돌 군의 시원하고 행복한 웃음처럼 이 여름을 나시길 바란다. ⓒ 김란영

165063_187202_0309.jpg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