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인문학상' 수상자 신태희 첫 시집 <분홍여우가 온다> 펴내


2013년 ‘제주신인문학상’ 수상자 신태희(46) 시인이 첫 시집 <분홍여우가 온다>(문학의전당)를 최근 펴냈다.

시집에는 그녀에게 상을 안겨준 <바늘귀 이야기>, <목련 빵집>을 비롯해 64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책 전반에는 섬세한 듯 감각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찰나의 순간을 섬세한 표현과 묘사로 그리는 작가의 진행은, 읽는 이의 피부를 천천히 간지럽게 하는 깃털을 떠올리게 한다. 깃털은 깊은 마음 속 담아둔 감성까지 파고든다. 

서로의 사랑을 붉은 녹이 슨 쇳덩이로 표현한 <붉은 감옥>, 애완견과의 추억을 기억하는 <해피라는 이름과 걷다>, 나무 방망이로 빨래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목련꽃을 떠올린 <빨래꽃>, 담 너머 핀 목련나무와 꽃을 빵으로 표현한 <목련 빵집>. 

사소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소중했을 순간을, 작가는 마치 그것만의 고유한 색감을 간직한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듯 감각적인 어휘력을 발휘한다. 

색감과 질감에 대한 상상력을 분홍여우라는 상상 속 존재로 극대화시킨 <분홍여우가 온다>에서는 여성성을 흠뻑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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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훈 시인은 “그녀의 시는 눈동자이고, 치맛자락이고, 웃음소리이고, 가느다란 손가락이다. 어느새 시는 그녀의 몸의 일부가 돼 있었다”고 호평 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그녀는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제주출신 남편을 만나 1999년부터 제주에서 살고 있다. 201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제주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시와 조우했다.

'제주도 새색시'가 된지 10년에서 채모자란 7년이지만 그녀의 문학적 촉은 서서히 제주섬으로 향하고 있다. 4.3이 벌어진 1948년 무자년을 작품 속에서 꺼내든 <생이밥>은 조심스럽지만 지나치지 않는 작가의 몸짓이 역력하다. 멸치가 은빛 춤사위로 바다를 가르는 순간을 포착한 <멜>은 제주생활에 서서히 적응해감을 느끼게 한다.

스스로에게는 분명 기념비적인 첫 시집일테지만 자신이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챙피하다’며 부끄러워하는 신참 작가. “사람들과 따뜻하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를 쓰고 싶다”는 짧은 소감만을 어렵게 남겼다.

그녀는 제주시 연동 뉴월드마트 인근에 위치한 문학 북카페 ‘시집’을 운영하며 시와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고 있다.
 

목련 빵집

신태희

골목 어귀 파란 대문집
담 너머 목련이 둥둥 떠있네
목련구름이네
향그러운 구름빵이네
볼 때마다 가슴 뛰는 맛이네
어느 날 품절된 구름빵
목련 빵집이 없어졌네
흩어진 부스러기들
밑동 잘린 채
아침에 구운 빵
매달고 가네
트럭 위
쏟아지는 봄볕 아래
조금씩 떼어놓은 반죽
마악 발효되고 있네
한참을 부풀며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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