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 고광민 신간<제주 생활사>...“고유한 지혜 간직했던 새마을운동 이전 시기 연구”


지금은 희미해진 제주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정리한 의미 있는 책이 나왔다. 제주 출신 민속학자 고광민이 펴낸 신간 <제주 생활사>(출판사 한그루)다.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6월 15일부터 2012년 7월 4일까지 도내 언론사에서 <제주생활사 이삭줍기>라는 이름으로 106회에 걸쳐 연재한 내용과 <제주학>에 실은 6편의 글을 묶은 것이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제주 생활사>는 연구 범위를 새마을 운동 이전 시기로 잡았다. 일명 '원초 경제사회'다. 그 시대에는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풍토에서 창조하고 계승한 지혜와 기술이 효율적으로 작동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대를 이어오던 지혜는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그 삶의 모습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고 점점 잊혀졌다. 

저자는 책 속에서 ‘땅’을 중심으로 그 당시 제주도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제주 동쪽과 남쪽의 생활사 ▲산야의 생활사 ▲오름의 생활사 ▲곶의 생활사 ▲갯밭의 생활사 등 사람들이 살아온 터전을 살피면서, 자연스레 그들이 어떻게 땅에 의지하며 살았는지 ▲사냥의 생활사 ▲소(牛)의 생활사 ▲거름의 생활사 ▲음식의 생활사 등으로 뻗어나간다. 

이러한 접근은 생존에 초점을 맞춰 실리적인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사진, 그림 같은 풍부한 참고 자료는 보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옛 제주사람들이 제주섬에서 어떻게 생명을 이어가며 살아갔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제주 생활사>는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한그루 출판사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문헌과 자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오래전 제주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어르신들의 기억, 가르침, 당부의 말을 기록하며 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시대의 삶의 모습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의 사례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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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은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나 현재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2000년부터 제주와 섬사람들의 삶에 대해 다양한 조사를 진행하며 <제주도의 생산기술과 민속>(2004), <제주도 추는굿>(공저, 2006), <섬사람들의 삶과 도구 5>(2016) 등의 저서를 펴냈다.

한그루, 668쪽,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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