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천만인구 놔두고 50만 제주 결정 상상도 못해"

4.15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에 대한 일방적인 편들기로 언론단체와 자사 기자들로부터 '편파보도'란 비판을 받았던 부산일보가 이번에는 APEC 유치와 관련해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제주도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

지방언론의 얼굴이며, 부산지역의 대표적 언론인 부산일보가 제주와 부산, 서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APEC 정상회의 유치와 관련해, 애향심 수준을 넘어 치졸한 지역이기주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개최지 선정 이후 심각한 지역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APEC 부산 유치를 거의 기정 사실화하던 부산일보는 자신들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제주와 부산이 APEC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자 사설과 칼럼을 통해 전혀 근거 없는 정치적 논리를 부각시키는가 하면, 인구 천만의 영남을 배경으로 한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 4월20일자 부산일보의 APEC 관련 사설.
부산일보는 지난 20일자 사설을 통해 자신들과 경쟁을 벌이는 제주도가 4.15총선의 결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황당무계한 '소설'을 '사설'로 써 내려가고 있다.

"'부적격 판정' 제주도 APEC 유치 상상도 못해"

'국익 위해 APEC 부산 개최 마땅'이라는 제하의 사설은 "늦어도 5월 1일까지는 결정될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보도다"라고 서두를 꺼낸 후 "특히 듣기가 민망한 것은 이번 4.15총선 결과 제주도가 열린우리당에 많은 지지를 보내주었으므로 APEC 회의 개최도 제주로 결정해 '보은'해야 할 것 아니냐는 목소리이다"라며 4.15총선결과와 APEC유치를 연계해 정치쟁점화 하려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일보는 이에 대해 "정말 황당한 논리이다"라고 꼬집고는 "우리가 알기로는…(중략) 예컨대 제주도는 공항 안전 시설에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정상회담 장소로 제시한 모 호텔이 너무 협소해 사실상 '부적합'에 가까운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이다"라면서 제주도를 노골적으로 헐뜯었다.

이 사설은 또 "오로지 자연경관과 총선 결과 10% 포인트 정도 정당 지지도가 높았다고 제주도로 결정해 달라는 주장은 자칫 대회를 그르치고 국익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상대도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수준 낮은 안하무인격 사설로 제주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부산일보는 그러나 제주도가 4.15총선 결과를 근거로 '보은'을 요구했다는 어떤 근거도 사설은 물론 지면을 통해서도 제시하지 못한 채 마치 '도둑이 제발 저린 것'처럼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만을 갖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인구 1천만명 영남권- 인구 50만명 제주도' 지역갈등으로 몰아가

▲ 4월21일자 부산일보의 APEC 관련 칼럼.
부산일보는 또 21일자 김종명 논설위원이 쓴 칼럼 '창가에서 - APEC과 새 부산시장'에서 6.5보궐선거로 선출될 부산시장의 역할에 대해 주문하면서 지역이기주의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김종명 논설위원은 "APEC 개최지 선정이 5월 1일로 미뤄졌지만 부산 아닌 제주로 결정 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 위원은 "그것은 우리 속담의 '길을 두고 뫼로 갈까'와 같다"면서 "1천만 울산 경남·북 동남경제권의 중추도시인 부산을 내팽개치고 50만 인구의 제주를 선택한다는 것은 국익을 도외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제주와 부산간 지역갈등을 노골적으로 부채질했다.

즉 인구 1천만의 부산은 '길'이고 인구 50만의 제주도는 '뫼(산)'이라는 것으로 부산을 택하면 '국익'이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제주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오만방자한 보도태도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 4월21일자 부산일보의 APEC 관련 사설.
부산일보의 이 같은 태도는 21일자 사설 'APEC, 서울 개최 무슨 소린가'에서는 정말 황당무계한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설은 제주와 부산이 APEC 유치를 놓고 과열경쟁을 벌이자 일부 개최도시선정위원들 사이에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서울에서 개최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데 따른 반론적 사설이다.

서울에 대해서는 "상생하자" 호소…제주도에는 '부적격 판정" 악담

부산일보는 이 사설에서 "우리는 지역이기가 아닌 국익차원에서 단언코 서울 개최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것은 일부 위원들의 주장대로 서울은 숙박, 공항시설, 행사운영 능력 등에서는 지방 도시보다 나을지 몰라도 자연 경관 등 환경문제와 회의 시설, 특히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점에서는 전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설은 "게다가 부산과 제주가 대회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지만 '사생결단'을 한다는 논리는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지방도시의 상생을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유치에 대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부적격 지역이다' '인구 50만에 불과하다'며 악담을 퍼부었던 부산일보는 서울에 대해서는 꼬리를 내린 채 하루 만에 '지방도시의 상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사설은 또 말미에서 "거듭 강조하지만 지역 갈등을 해소한다거나 총선 결과에 대한 '보은'이라는 등의 볼멘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오로지 국익을 고려하길 바란다"며 보는 이에 따라서는 다분히 정부에 대한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충고 아닌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오로지 부산으로 APEC을 결정하는 것만이 '국익'이라는 억지를 부리는 부산일보는 '강자(서울)'에게는 허울좋은 '상생'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들 보다 인구도 적고 정치적 영향력도 없다고 생각하는 '제주'에 대해서는 오만불손한 무례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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