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만난 청춘들, 제주에 단비를 내리다
문화예술로 만난 청춘들, 제주에 단비를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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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 이슈’가 대한민국 전체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제주지역에서도 청년 당사자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네 차례에 걸쳐 제주에서 함께 뭉쳐 자발적으로 공공성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들을 조명해봤다. 이들의 이야기가 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편집자 주]

[꿈틀대는 제주 청년] (2) 플레이리더와 유니브엑스포, 새로운 문화 ‘판’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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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4일 '행화탕 프로젝트'를 주제로 열린 '크리에이티브모닝스'. ⓒ 제주의소리

평일 아침 8시. 제주시내 한 카페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내부는 앉을 자리 없이 금세 들어찼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온 ‘행화탕 프로젝트팀-61311'이 오늘의 주인공. 이들은 1976년 서울 아현동에 지어진 목욕탕 행화탕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젊은 문화예술기획자들이다.

재개발을 앞둔 동네, 쓸모없는 건물처럼 여겨지는 문 닫힌 목욕탕을 다양한 문화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이들의 이야기에 제주의 참가자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내부 동선의 설정과 디자인에 대한 질문부터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다. 대화의 스펙트럼은 다양했고, 젊은 참가자들의 면면 또한 다양했다.

행화탕 프로젝트의 공간기획자 이원형씨는 “아침 일찍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일 줄은 미처 몰랐다”며 “기회가 더 있다면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행사의 이름은 ‘크레이티브모닝스’.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전 세계 142여개 도시에서 아침을 새롭게 맞는 강연이다. 제주에서는 대한민국 첫 번째, 아시아로 따지면 세 번째로 열렸다.

지금 제주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단체는 바로 ‘플레이리더’. 이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둔 컨퍼런스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플레이리더는 20~30대 12명으로 구성된다. 디자이너도 있고, 미술 전공자도 있고, 공학이나 간호학, 언론홍보학 같은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13년 10월. 각기다른 배경을 지녔던 청춘들은 우연찮게 ‘할로윈 파티’를 기획하게 됐는데 이게 시작이었다. 유독 맘이 잘 맞았고 “이것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다”, “우리끼리 뭔가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된 게 플레이리더다.

제주지역 청년들의 ‘밤문화’가 한정돼있다는 게 이들의 첫번째 문제의식이었다. 술 먹고 노래방가는 것만 반복하는 또래집단의 모습은 뭔가 두고두고 아쉬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선을 보인 게 ‘심심한 밤 배고픈 밤’. 문화예술을 접목한 플리마켓이다. 제주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도깨비 장터다. 로컬밴드의 공연과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끊임없이 즐길거리를 던져준다. 제주 청년들이 직접 만든 ‘오감만족 놀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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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형 플리마켓인 '심심한 밤, 배고픈 밤'은 제주청년들에게 제공하는 하나의 '놀이터'였다. 이들이 나타나면 시청 근처 건물 옥상, 건물 옆 발코니가 축제장으로 변했다. /사진 제공=플레이리더 ⓒ 제주의소리

플레이리더의 멤버 디자이너 고은지(27)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주에 놀 것이 없고, 문화가 없다고 해서 안주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제주 청년들은 뭔가 활동은 해보고 싶은 욕구는 강한데 어디를 돌파구로 해야 할 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독특한 도심형 플리마켓으로 시작한 이들은 더 큰 날갯짓을 향한 준비 중이다. 파티나 공연을 기획하는 등 다른 새로운 시도를 계속한다는 구상이다.

디자이너 고희숙(31.여)씨는 플레이리더의 지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토마스 거스너(IBM 전 CEO)라는 분이 이런 말을 하셨더라고요. ‘문화는 절대로 한순간에 만들어지거나 명령해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영기법으로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도 말라’. 그들 스스로를 바꾸도록 초대할 뿐이죠. 만들어서 내보이면 사람들이 와서 점점 커져가는 게 문화가 아닐까, 참여자가 스스로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들은 그들의 움직임이 다른 청년들의 자극제가 되길 소원한다. 고은지씨의 얘기다.

“플레이리더가 제주 청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실천사례였으면 해요. 제주 청년들이 겁을 많이 먹기도 하죠. 어떤 일을 꼭 서울의 유명한 이들이 와서 해야하는 것처럼. 하지만 제주는 기회도 많이 열려있고 각광받는 도시잖아요. 제주에서 나고 자라서 제주를 잘 이해하는 청년들이 플레이리더를 하나의 실천사례로 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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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열린 유니브엑스포제주의 '강토링'. ⓒ 제주의소리

“제주선 다양한 경험 힘들다? 우리가 바꾸고 싶었다”

2010년 서울에서 시작된 유니브엑스포는 부산, 대전, 전주를 거쳐 2013년 10월 제주에서도 닻을 올렸다.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모임이다.

대학생들을 위한 강연, 멘토링, 동아리, 대외활동, 기업프로그램 등 대학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모아놓은 대학생활 박람회를 연다.

매달 한 번씩 진행하는 ‘강토링’이 대표적인 예다. 대학생들이 관심있을 법한 주제를 선정해 연사를 초청하고 참가자들끼리 네트워크를 나눈다. ‘취업’, ‘대학생활의 지혜’, ‘여행’에 이르기까지 주제의 폭을 넓혔다. 지난 5월 강토링에는 20대 여성 여행자로 수많은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SNS스타 ‘청춘유리’가 마이크를 잡아 큰 호응을 얻었다.

1년에는 두 번씩 제주 청년들끼리 연결시켜주는 네트워킹 파티도 연다. ‘참가자들끼리 어떻게 재미있게, 의미 있게 놀 수 있을까’가 지향점이다. 여기서 만난 이들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작당을 하기도 한다. 청년들끼리 모여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하나의 축이 되는 셈이다.

유니브엑스포 제주의 멤버 지다운(20.여)씨는 경기 일산 출신으로 제주지역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만큼 그들의 활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제주에서는 서로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 친구들 얘기만 들어보면 학교끼리, 다양한 사람들끼리 교류와 프로그램도 많은데 제주는 그런 게 아주 적더라고요. 경험을 얻는데도 제한적인 것 같았어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다양한 '도전'의 경험들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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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열린 유니브엑스포제주의 네트워킹 파티. ⓒ 제주의소리

다 같이 즐길 대외활동을 고민하다 시작하게 된 유니브엑스포는 이제 ‘우리 대학생들이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7월말로 다가온 제주 원도심 페스티벌에서 한 꼭지의 기획을 맡게 됐다. 이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볼 장이다.

‘제주의 20대는 서울의 20대 보다 불행하다’, ‘제주에서는 할 게 없다’는 편견에 대한 작은 반란이다. 또 학과공부와 취업준비, 술자리 말고는 ‘뺄라진 일’로 치부하는 일부 청년들 사이의 선입견을 바꾸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청년위원장인 박옥진(25.여)씨는 소소하지만 분명히 의미있는 한 줄기로 그들의 움직임이 기억됐으면 한다.

“어떻게 보면 그냥 ‘재밌는 프로그램을 하는 단체다’라고 보실 수 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걸 뛰어넘어 제주 청년들에게 부족한 것을 스스로 제공하고 실현시켜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또 이를 계기로 제주도 청년들이 ‘우리도 유니브엑스포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내보일 수 있다’는 점을 느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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