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단, 부동산업자 구속영장...국공유지 식생도 '싹둑', <제주의소리> 보도로 수사 시작

경계목-좌측-도로,-우측-임야.jpg
▲ 곶자왈을 훼손하고 국공유지를 사유지처럼 개발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제주의소리
제주 번영로 인근 국공유지 곶자왈을 무차별 훼손해 쪼개기로 토지를 팔아 2개월만에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번영로 인근 곶자왈 일대 산림을 훼손한 부동산 개발업자 진모씨(58·조천읍)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제주의소리>가 지난 5월4일 '부동산 광풍에 무너지는 경계선 신음하는 곶자왈'이라는 기사를 단독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임야내-도로포설-구간.jpg
▲ 곶자왈을 훼손하고 국공유지를 사유지처럼 개발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제주의소리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진씨는 2015년 8월 번영로 인근에 있는 와산리 임야 3필지 3만7570㎡를 17억원에 매입했다.

진씨는 토지를 분할해 되팔기로 계획하고 15필지로 분할하는 가도면을 만들어 9월 제주시 모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통해 '위 토지는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토지이고, 폭 4m 도로와 각 필지별로 수도시설을 설치해 주겠다'는 조건을 걸어 매수인을 모집했다.

진씨로부터 토지분할된 가 도면을 보고 건축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매수인들이 토지 매입의사를 밝히자 진씨는 10월 세금감면 혜택까지 받기 위해 본격적으로 부동산매매업을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대표는 부인을 내세우고, 사내이사로 등록해 '토지쪼개기' 수법으로 15필지로 분할해 14필지(1필지는 도로 부지로 남겨둠)를 총 28억4600만원에 팔아넘겼다.

토지를 매입한 지 두 달만에 11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이다.

임야-도로-경계지점-측량-말뚝.jpg
▲ 곶자왈을 훼손하고 국공유지를 사유지처럼 개발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제주의소리
조사 결과 진씨는 곶자왈 임야 3필지 3만7570㎡ 외에 국유지 7892㎡, 공유지 4475㎡(지목상 도로)를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사유재산인 것처럼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임야 내에서 자생하는 7~8m 팽나무 등 나무 600~800그루와 초본류 식물 전체를 중장비를 동원해 하나도 남김없이 무참하게 잘라내 땅속으로 파묻는 등 총 1만1064㎡의 대규모 산림을 훼손한 혐의다.

지목상 도로지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에 걸쳐 있다. 제주특별법상 경관보전지구 3등급,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에도 포함돼 있다.

훼손지역-서측입구.jpg
▲ 곶자왈을 훼손하고 국공유지를 사유지처럼 개발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제주의소리
또한 진씨는 폭 4m 길이 800m의 시멘트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포클레인으로 지면 3m 정도 이상 높은 곳을 절토해 낮은 곳에 성토하는 방법으로 평탄작업을 했고, 번영로와 연결되는 진출입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움푹 패인 임야에 외부에서 반입한 25톤 덤프트럭 7대 분량의 암석으로 높이 5m 석축을 쌓은 뒤 토사로 포설하는 등 산지형질을 변경해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지가상승을 목적으로 임야를 매입하고 부동산 투기와 세금감면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한 후 여러 필지로 분할해 단기간에 매각해 시세차익을 노린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행위"라며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지역을 훼손해 원래 상태로 복구가 어렵다는 점, 국공유지 재산을 사유재산인 것처럼 사리사욕을 챙겼다는 점, 피해면적과 훼손규모가 광범위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