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 매각현장 점검](1) 장성·부지사·도의원·읍장, 가족까지 ·현직 줄줄이 

공직자가 자신의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함은 마땅한 도리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의 본분이다. 지난 4.13총선 당시 제주지역 최대 이슈로 대두됐던 고위 공직자 또는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공유지 매입 논란과 공유재산 관리 허점 문제와 관련, <제주의소리>가 행정자치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회 등 다각적인 경로로 정보공개 청구 등의 절차를 통해 단독 입수한 ‘최근 10년간 제주도 공유지 매각현황’ 자료를 정밀 분석해 기획 취재 했다. 도민의 공복이어야 할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의 공유지 매입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일부 공유지 매각은 난개발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도민의 소중한 자원인 '공유재산'의 관리제도를 보완하는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공직(公職, public office)의 의미는 국민의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이라는 뜻이다. 공복이란 국민의 심부름꾼이며 봉사자란 의미이다. 그러나 공익을 우선해야 할 공직자들이 사익을 앞세우다 각종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하루가 머다 하고 터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4.13총선 당시 제주지역 최대 이슈로 대두됐던 고위 공직자 또는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공유지 매입 논란과 공유재산 관리 허점 문제와 관련, <제주의소리> 현장 취재 결과 전·현직 고위공무원과 그 가족, 전·현직 도의원 등 제주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다수의 공유지를 매입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고위 공직자나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행정절차에 따라 공유지를 매입한 것만으로 비판 받아선 안 되지만, 시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가진 봉사자로서의 공직윤리를 가져야 하는 공직자들이 너도나도 사익을 위해 공유지를 매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유지 매매와 관련한 정보 접근성이 일반 시민에 비해 훨씬 유리한 공직자들이 공무원행동강령상의 직접 직무관련성이 없다 하더라도 공유지 매입 사례가 빈번하다고 하면 공직과 사적 이익 사이의 ‘이익충돌’로 인한 공직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기 때문.  

▲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제주도 국장 출신 Y후보가 매입한 애월읍 상가리 소재 공유지(임야 1533㎡, 붉은색 원 안) ⓒ제주의소리

우선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제주도 국장 출신 Y후보의 애월읍 상가리 소재 공유지(임야 1533㎡)는 고위 공직자 당시 일반경쟁입찰로 매입한 것으로 낙찰 가격보다도 낮은 가격에 계약하는 등 매입 과정이 석연치 않아 많은 논란이 제기됐다. 

정작 Y후보와 일반경쟁입찰을 벌였다는 상대는 그와 공유지 연접(連接, 맞닿음)토지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함께 해온 8촌 형으로 드러났고, 법원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재산매각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온비드 입찰 방식임에도 8촌 형은 법원을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취재진에 답하는 등 의혹투성이였다.    

또한 Y후보 부인도 제주시 외도동 소재 맹지이자 묘지인 땅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부인도 스스로 “재테크 차원에서 샀다”고 취재진에 실토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고, 외도동 묘지나 상가리 공유지, 그 외에 Y후보 부부가 소유한 토지 등이 대부분 도시계획도로 선이 나있는 곳이어서 많은 의혹이 집중됐다. 

Y후보가 지난 2010년 12월29일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매입한 애월읍 상가리 공유지는 1533㎡ 규모로 당시 4530만원에 매입했지만, 현재는 왕복 2차선의 대도로가 나면서 가치가 급상승했다.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시세는 3.3㎡당 70만원 안팎으로 약 3억2000만원을 넘나들어 만 5년 사이 최소 2억5000만원 상당의 시세차익이 생긴 셈이다.  
 
▲ 2013년 애월읍장을 끝으로 지방서기관으로 퇴임한 L모씨도 애월읍 애월리 소재 한담리 해안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난 2014년 12월 509㎡의 공유지를 998만원에 매입했다. 붉은색 원안. ⓒ제주의소리
 
지난 2013년 애월읍장을 지내다 지방서기관으로 퇴임한 L모씨도 애월읍 애월리 소재 한담리 해안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부동산 광풍이 한창 몰아치던 지난 2014년 12월 509㎡의 공유지를 998만원에 매입했다. 

해당 공유지를 사이에 두고 남측과 북측 연접부지에 각각 자신 소유의 땅을 가지고 있던 L씨는 이 공유지의 다른 연접부지 소유자가 2명이 더 있음에도 지명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이 땅을 매입했다. 

▲ 제주도 부지사를 지낸 K모씨의 부인 H씨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조천읍 조천리에 두 차례 공유지를 매입했다. 매입 공유지 규모는 각각 893㎡(낙찰가 2477만원)와 2734㎡(7777만원)이다. ⓒ제주의소리

제주도 부지사를 지낸 K모씨의 부인 H모씨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두 차례 공유지를 매입했다. 우선 H씨는 2009년 8월 조천읍 조천리 소재 893㎡의 공유지를 제주시로부터 2477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3년 뒤인 2012년 8월 조천읍 조천리 소재 2734㎡의 공유지를 다시 한차례 더 매입했다. 당시 매입가격은 7777만원. 매입한 두 공유지는 연접한 토지로 현재 과수원이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K 전 부지사의 부인 H씨는 이들 공유지와 연접한 도로변 과수원을 지난 1996년 증여받아 소유해오던 중 잇달아 인근 공유지를 매입해 땅을 넓히는 수완(?)을 발휘했다.   

H씨가 매입한 공유지 두 필지는 합계 3627㎡ 규모로 H씨가 증여받아 소유하던 도로변 과수원과 연접해 현재 시세가 3.3㎡당 약 80만원에서 100만원을 육박할 것이라고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답했다. 이 경우 약 1억254만원에 매입한 공유지가 8억원에서 10억원의 시세를 기록해 수년 사이 약 열배 가까이 지가가 뛴 셈이다. 
  
▲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에 매각된 공유지.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군 장성 출신의 H씨가 매입한 구좌읍 김녕리, 전직 도의원 S씨가 매입한 한경면 조수리, 현직 읍장 K씨가 매입한 애월읍 하가리, 전직 도의원 K씨가 매입한 대정읍 구억리, 전 서기관 K씨가 매입한 외도동, 현직 도의원 P씨가 매입한 애월읍 수산리 토지 전경. ⓒ제주의소리

이밖에 오늘 자로 단행한 도 하반기 정기인사 직전까지 현직 읍장을 맡고 있던 K씨도 지난 2011년 애월읍 하가리 소재 852㎡ 공유지를 2016만원에 지명입찰 방식으로 매입한 사례도 있다. 

그 외에도 예비역 장군 출신의 H씨도 구좌읍 김녕리에 수의계약과 지명입찰 등의 방식으로 지난 2008년 3차례에 걸쳐 총 158㎡의 공유지를 457만원에 매입했고, 제주도 지방서기관을 지내다 퇴임한 K씨도 제주시 외도1동 소재 159㎡의 공유지를 658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현직 도의원 P모 씨도 2012년 8월에 애월읍 수산리 소재 94㎡ 공유지를 241만원에, 전직 도의원 S모 씨는 지난해 2월에 한경면 조수리 소재 376㎡ 공유지를 313만원에, 전직 도의원 K모 씨는 지난 2007년 대정읍 구억리 소재 A관광시설 주차장 부지 내 671㎡ 규모의 공유지를 각각 절차에 따라 매입했다. 

지방관리관으로 명예퇴임한 고위공직자 출신 K씨도 지난 2010년 서귀포시 남원읍 소재 2486㎡ 공유지를 53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매매돼 현재는 소유권자가 바뀌었다. 

대부분의 공유지 매각 사유는 '소규모 보존 부적합' 사례가 가장 많았고, '미활용 부지'도 일부 있었다. 모든 공유지 매각은 제주특별자치도 공유재산 관리조례에 근거해야 한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도민들 입장에선 공유재산은 공공자원이고, 공유재산에 대한 정보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전현직 공직자를 포함한 제주도내 고위직 인사들이 공유재산 취득 사례가 빈번한 것은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20년 이상 부동산 업계에 종사해온 공인중개사 P모씨는 "시세가 아니라 감정평가에 의해 최저입찰가가 결정되는 공유재 매각은 일반토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것이 사실이지만 일반인들은 공유지 매입에 따른 절차와 조건이 까다롭다는 인식이 크고, 공직자들이 공유지 매각 결정 과정에서 정보 접근이 훨씬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자는 “공직자들에게는 공직 임무와 사적 이익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같은 이익충돌은 공직자의 사적 이익에서 주로 나타나며 이는 공직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면서 “공직자라는 이유로 공유재산 취득에 대해 차별적 입장이 되어서도 안되지만 지금처럼 공직자들이 너도나도 공유재산을 취득하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고위공직자들의 공유재산 매입 사례는 이밖에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이나 취재에 따른 물리적 시간과 정보 한계 등 취재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 등 공직자 가족 명의로 취득한 공유재산에 대해서는 더욱 정보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제주의소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후속 현장취재를 통해 관련 정보를 도민사회와 독자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 취재=김봉현 기자, 영상취재=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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