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약한 사람끼리, 서로 ‘따뜻하게’
가난하고 약한 사람끼리, 서로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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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질문이며, 질문은 문입니다.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술의 문. 우리가 맨 먼저 넘어서야 할 장벽은 ‘그림책은 어릴 때 읽고 만다’는 편견입니다. 그림책은 초·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그림책의 발견’이 한창입니다. <논어>와 ‘그림책 이야기’로 함께 했던 오승주 작가가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독자 곁을 찾아옵니다. 바로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입니다. 질문을 가지고 그림책을 읽는 사람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 (1) 손님, 아버지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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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ㅣ 윤재인 (지은이), 민소애 (그림) | 느림보 | 2009년 9월
아버지의 자전거 ㅣ 이철환 (지은이), 유기훈 (그림) | 아이세움 | 2009년 2월

왜 가난하고 약한 사람끼리 도와야 하나요?

이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보다 더 많고, 약한 사람들이 힘 센 사람보다 더 많습니다. 부자와 힘 센 사람이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좀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끼리 의지하고 돕는 게 훨씬 좋습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마저도 서로 돕지 않는다면 낭떠러지에 몰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질 것입니다.

『손님』은 필리핀 소년 본본과 한국인 이름을 가진 소녀 김수진의 이야기입니다. 본본은 한국인 아버지를 기다리는 필리핀 소년이고, 수진이는 한국에서 살다가 필리핀으로 돌아온 다문화 가정 어린이입니다. 그나마 본본은 필리핀에서 나고 자라서 별 불편함이 없지만, 수진이는 필리핀이 고향도 아니고 타향도 아닙니다.

기약없이 아버지와 헤어지고 동네 아이들의 텃세에 시달리며 뭇매를 맞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본본도 수진이의 손을 잡아주지 않습니다. 저는 수진이가 되어 보았습니다. 앞길이 캄캄하고 너무 비참했습니다. 본본은 수진이가 친구들에게 맞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외면했던 일을 일러바칠까봐 집에 데려가지만 곧 수진이를 손님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본본이 수진이를 받아들인 건 한국인 아빠에게 버림받은 처지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처, 같은 불행은 서로를 이어주는 묘한 끈이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자전거』에서 가장 약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자전거를 훔쳐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의 아픈 아이일 것입니다. 낡은 자전거로 고물상을 하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의 자전거를 훔치기는 했지만, 그것마저 없었다면 병든 아기는 어떻게 될까요? 만약 아버지가 자전거 도둑을 경찰에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에서 이렇게 비참할 정도로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가자. 우리 자전거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솜사탕 아저씨가 훔친 자전거를 사과 봉지와 함께 집앞에 갖다놓았을 때 저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가난해도 사람답게 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학생들이 좀 더 큰 공부를 하거나 위대한 사상가의 책을 접한다면 한 명도 빠짐없이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돕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동양철학의 중요한 책인 『맹자』에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옵니다. 늙어서 아내가 없는 홀애비, 지아비 없는 늙은 홀어미, 늙어서 자식 없는 독거노인, 부모 없는 고아를 뜻합니다. 가난하고 비참한 처지이지만 어디서 하소연할 곳도 없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국가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옛날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제노포비아(xenophobia), 이민자 혐오를 아나요?

제노포비아는 낯선 것, 이방인이라는 뜻의 ‘제노(xeno)’와 싫어한다, 기피한다는 뜻의 ‘포비아(phobia)'를 합쳐 만든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공격성이 어느 정도 담겨 있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어머니의 고향 필리핀으로 온 여자 아이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세요.

공격성의 또 다른 측면은 자신의 직업이나 이익, 밥그릇을 빼앗겼다고 생각해 공격하는 마음입니다. 이런 행동은 대체로 가난하고 약하고 어린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집니다. 영국이 유럽 연합에서 탈퇴한 뒤 영국에서는 이민자 혐오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철강 도시 맨체스터의 트램(노면전차) 안에서 백인 청소년들이 이민자에게 폭언을 퍼붓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들은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한 욕을 하면서 들고 있던 맥주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이주민들은 세계 곳곳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민자 혐오 문제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입도민들이 늘어나고 있고, 직장을 구하러 오는 중국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입도민들의 아이들이 원주민 아이들을 제치고 좋은 직장을 차지하고, 중국인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제주도민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자전거를 도둑질당한 아버지처럼 사정을 세세하게 살펴보면서 배려를 하는 장면이 현실에서는 좀처럼 나오기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차가워졌습니다.

가난해지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아갑니다. 좋은 직장을 얻고 집을 장만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가난이 우리 가까이까지 왔죠. 제노포비아나 이민자 혐오 역시 가난이 일으키는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님』과 『자전거 도둑』이라는 두 그림책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이 어떻게 따뜻하게 관계맺을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어린 학생들이 지금부터라도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사회는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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