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 매각현장 점검](2) 공유지 팔아 해안 난개발에 중산간 석산 개발까지 

지난 4.13총선 당시 제주지역 최대 이슈로 대두됐던 고위 공직자 또는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공유지 매입 논란과 공유재산 관리 허점 문제와 관련, <제주의소리>가 행정자치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회 등 다각적인 경로로 정보공개 청구 등의 절차를 통해 단독 입수한 ‘최근 10년간 제주도 공유지 매각현황’ 자료를 정밀 분석해 현장 기획취재 했다. 허점투성인 공유지 관리실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상당수의 공유지가 허술한 매각 결정으로 난개발로 이어진 사례도 빈번했다. 이번 기획보도가 공유재산 관리의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청정과 공존’, 각종 개발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늘날 제주의 위기를 반영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화두다. 해안선과 중산간 곶자왈에 이르기까지 ‘제주는 지금 공사 중’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만큼 제주는 자본유치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다. 제주가 갈수록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의소리>가 ‘공유지 매각현장’ 기획취재 두 번째 순서로 공유지 매각이 환경파괴와 난개발을 자초한 사례를 현장 취재했다. ‘미활용토지’나 ‘보존부적합’ 등의 이유를 들어 매각해 난개발을 자초한 ‘비극의 현장’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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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어느 조용한 바닷가 마을. 지난해 8월 K모씨가 도로와 맞붙은 29㎡(약 8평)짜리 공유지(붉은선 원안)를 사들이면서 사실상 맹지였던 이 부지(파란선 원안)에 건축이 가능해졌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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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소재 공유수면 인근에 2층 다가구주택이 지어지는 현장 지적도. 파란색 바탕 부분이 사실상 맹지였던 공사부지이고, 건축주인 충남 대전 주소의 K씨가 29제곱미터(약 8평, 분홍색 바탕 부분)의 공유지를 매입하면서 도로와 연결돼 건축공사가 가능해졌다. 건축부지 맞은편엔 바로 공유수면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어느 한적한 해안가. 조용한 바닷가 마을 공유수면과 바로 맞닿은 좁은 도로가 끝나는 곳에 펜션으로 보이는 2층짜리 단독 다가구 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공유수면과 불과 4~5미터 거리에 지어지고 있는 이 다가구주택이 들어선 부지는 원래는 사실상 맹지였다. 충남 대전 주소지의 K모씨가 지난해 1월 하귀1리 이 마을 주민으로부터 347㎡의 대지를 매입했으나 약 7개월이 지나 지난해 8월에 도로와 맞붙은 29㎡(약 8평)짜리 공유지를 추가 매입하면서 건축이 가능해졌다. 소위 ‘신의 한수’라 할 만큼 그냥 8평이 아니라 ‘신의 8평’에 다름 아니다. 

행정에선 너무 협소해 활용가치가 없는 땅이라는 이유로 K씨에게 지난해 8월 단돈 888만원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공유수면과 바로 맞닿은 곳에 건축행위가 있을 것임이 쉽게 예상됐음에도 공유지를 매각, 현재 다가구주택이 지어지고 있어 행정이 해안경관이 훼손되는 난개발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땅값에 버금간다는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 최근 제주에 몰아치는 부동산 광풍이 제일 거센 곳이다. 이곳 현장취재에서도 소규모 공유지가 매각된 자리에 몇몇 카페와 펜션 건물들이 들어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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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바닷가에 위치한 관광개발사업 예정지 전경(붉은색 원안). C모씨는 이 사업부지에 포함된 공유지 세필지를 지난 2007년과 2009년, 2011년까지 세 차례에 나눠 매입했다. 매입한 공유지는 총 5628㎡ 규모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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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바닷가 인근에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다 멈춘듯한 현장이 보인다. 이 사업부지 내에도 제주도가 매각한 공유지 세필지가 포함돼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해안선의 매력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함덕 신흥리 바닷가. 제주올레길 19코스가 이곳을 따라 나있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만나는 올레길과 만나는 곳에 관광지 개발공사를 하다 멈춘 듯한 현장이 보인다. 

공사를 알리는 현장 안내판과 각종 공사용 자재들, 그리고 돌하르방 등 여러 기의 석조물들이 이곳이 관광개발사업 예정지임을 보여줄 뿐 현장은 공사가 멈춘 지 오래돼 보인다. 

이 사업부지 내에는 C모씨가 지난 2007년과 2009년, 2011년까지 세 차례에 나눠 매입한 총 5628㎡의 공유지가 있다. C씨는 세 필지의 공유지를 일반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으로 총 2억5480만원에 매입했다. 

20년 경력의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시세로 이 세필지 가격이 최소 2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조언을 했다. 현장에 동행한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경관이 뛰어난 이런 해안변 땅은 사유지도 사기 어렵다. 최근에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살 수 있는 땅 자체가 아예 없다”며 “전체 사업부지에 포함된 세필지 공유지의 현재 시세는 최소 25억원 이상의 가치”라고 말했다. 매입 당시보다 최소 열배의 시세차익이 생긴 셈이다. 
 
C씨는 신흥리 외에도 지난 2007년 함덕리 소재 공유지 1273㎡를 4273만원에 매입하는 등 2011년까지 5년간 총 네 차례나 공유지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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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소재 Y기업의 골재 채취 현장 전경. 2009년 10월 이 기업은 2795㎡와 1203㎡의 공유지를 총 5200만원에 일반경쟁입찰로 매입했다. 매각된 공유지는 이미 상당부분 석산개발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공유지 매각이 중산간 석산개발로 이어진 현장들도 있다. 조천읍 와흘리 소재 Y기업은 골재와 토석을 채취하고 레미콘 등 석제품의 가공생산과 판매를 하는 곳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골재 채취 현장은 곳곳에 커다란 암반들이 속살을 드러냈다. 지난 2009년 10월 이 기업은 2795㎡와 1203㎡의 공유지를 총 5200만원에 일반경쟁입찰로 매입했다. 매각된 공유지는 이미 상당부분 석산개발이 진행된 상태.  

이미 석산개발을 하던 이 사업장에 골재채취에 사용하라고 공유지를 싼 값에 팔아치운 셈이다. 이곳에선 최근 건축자재난 탓인지 모자란 골재를 공급하기 위해 연일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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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소재 골재채취사업 현장. D산업개발은 2009년 당시 합계 5000㎡ 조금 못미친 각각 2440㎡와 2420㎡ 규모의 두 필지 공유지를 사들여 골재채취 등 석산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현재는 법인명이 S기업으로 바뀌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소재 S기업 골재 채취현장. 이 회사도 골재채취와 레미콘 제조 판매를 하는 곳이다. 건축자재난을 실감하듯 이곳 현장도 곳곳에서 포클레인과 대형장비들이 쉴 새 없이 먼지를 날리며 작업 중이다. 대형덤프트럭 등도 바쁘게 현장을 드나든다. 

원래 이 기업은 D산업개발에서 법인명이 S기업으로 바뀌었다. D산업개발 당시인 2009년 6월 사업장 인근에 있던 2440㎡와 2420㎡의 두 필지 공유지를 총 4851만원에 매입했다. 두 필지 합계는 5000㎡에 조금 못미친 4860㎡였다. 현재 이곳도 석산개발이 한창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법인 등기부등본 확인결과, D산업개발 법인명 당시 대표와 이사·감사 명단에 전직 K 도지사 측근이거나 인척인 Y씨 K씨 등 낯익은 이름이 다수 발견됐다. 

업계에선 2007년 4월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될 무렵, D산업개발이 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제주 산남지역 골재수요에 대비한 석산개발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른 공통점들도 있다. 2011년 제정된 공유지 매각 관련 조례에는 5000㎡ 이상인 경우에만 공유재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의회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는 공유재산심의위에서 매각여부를 자체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대부분 개발사업장 내 공유지 매각이 도의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5000㎡ 이하였다. 법을 피해 갔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공유지가 그동안 소규모 공유지 같은 경우엔 미활용토지 등의 이유로 특정한 목적과 관계없이 민원인이 사겠다고 하면 매각해버려 상당부분 난개발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며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채석사업에 이용된 것도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매각 과정에서 토지 이용 목적을 정확히 따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어 “공유지는 공공의 자원이다. 기업이나 자본이 개발을 위해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공유지를 사들일 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고 만약 그 목적 외에 다른 방향으로 토지를 이용한다면 그것에 대한 제재 조치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주도특별법에 의한 각종 개발사업에 대규모 공유지를 매각하는 사례는 반복돼왔다. 골프장, 리조트, 동물테마파크 등 숱한 논란이 이어졌던 사업들은 의례적으로 공유지 인근 사유지 일부를 먼저 매입해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우고 전체 사업부지의 90% 안팎에 이르는 인근 공유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특혜를 누려왔다. 

공유지는 공익성을 위해 관리되는 공공재이면서 지자체의 수익성을 도모하는 수익재로서의 이중적 성격도 갖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유지는 공공재로서의 가치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제주도 공유지 매각실태를 현장 취재한 결과 ‘미활용토지’나 ‘보존부적합’ 등의 이유를 들어 너무 쉽게 매각을 결정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팔기만 하면 끝이라는 식의 공유지 매각은 도민들에겐 비극이다. 이는 어김없이 난개발로 이어지거나 곳곳에서 특혜 의혹도 일었다. 공유지 관리와 매각 심의제도의 손질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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