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으면 겁쟁이인가요?
걱정이 많으면 겁쟁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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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질문이며, 질문은 문입니다.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술의 문. 우리가 맨 먼저 넘어서야 할 장벽은 ‘그림책은 어릴 때 읽고 만다’는 편견입니다. 그림책은 초·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그림책의 발견’이 한창입니다. <논어>와 ‘그림책 이야기’로 함께 했던 오승주 작가가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독자 곁을 찾아옵니다. 바로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입니다. 질문을 가지고 그림책을 읽는 사람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 (2) 겁쟁이 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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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빌리 ㅣ 앤서니 브라운 (지은이), 김경미 (옮긴이) | 비룡소 | 2006년 8월

빌리는 왜 겁쟁이가 되었나?

저는 어릴 적에 걱정이 많은 어린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걱정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걱정이 일상다반사였지요. 초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갔는데, 현관 위에 숫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집배원이 우리 집 주소를 알기 쉽게 매직으로 적어 놓은 것이지만, 그 당시는 숫자의 뜻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우리 집에 외계인이 쳐들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에 누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지만 기척이 없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가방을 마루에 휙 던져놓고 도망쳤습니다.

가족들이 올 때까지 밖에서 놀다가 늦게 집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엄마에게 늦게 들어왔다고 혼났죠. 저는 지금까지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겁쟁이라고 놀림 받는 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겁쟁이 빌리>라는 책의 내용 안에는 ‘겁쟁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스스로 ‘바보’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빌리가 ‘겁쟁이’라면 저는 ‘겁쟁이 대장’쯤 될 겁니다. 왜냐하면 빌리는 적어도 부모님과 할머니께 걱정을 털어놓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빌리의 걱정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겁쟁이가 되기도 하고, 상상력이 되기도 합니다. <겁쟁이 빌리>의 부모님들은 빌리를 지켜주려고만 하죠. 이것은 좋은 해결방식이 되지 못합니다. 빌리는 고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할머니를 찾았죠. 할머니는 지혜와 경청을 상징합니다.

드디어 빌리의 걱정을 귀담아 듣고 지혜를 발휘해줄 상대를 찾은 거죠. ‘걱정인형’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빌리가 겁쟁이가 된 까닭은 명백합니다. 부모가 도와주려고 하면 그렇게 됩니다. 도와주려는 부모에게 길러진 아이는 ‘도움 받는 아이’로 머물거든요. 이런 부모님은 아이의 걱정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귀담아 듣지 않고 도움만 주려고 하거든요. 육아를 잘 하는 방법, 수학을 잘 하는 방법, 글을 잘 쓰는 방법의 답은 똑같습니다. 사소하고 엉뚱한 질문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걱정인형은 누가 만들었나요?

<겁쟁이 빌리>에도 나왔듯, 걱정인형은 옛 마야 문명의 발상지인 중부 아메리카 과테말라(Guatemala)에서 전해옵니다. ‘걱정일랑 내게 맡겨. 그리고 너는 잠이나 자.’라는 주문은 듣기만 해도 걱정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요. 걱정인형이 일상에서 활용되는 모습은 더 놀랍습니다.

아이가 걱정이나 공포로 잠들지 못할 때 부모는 아이의 가방에 걱정 인형 대여섯 개를 넣어줍니다. 하루에 하나씩 걱정을 고백하라고 설명해준 후, 걱정을 이야기한 다음 날 “네 걱정은 인형이 가져갔단다.”라며 위로해줍니다. <겁쟁이 빌리>에서는 걱정인형의 걱정인형을 만들어주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저도 머리가 굵었는지 ‘그럼 걱정인형의 걱정인형의 걱정인형은 어떻게 하지?’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걱정인형 두 개를 짝꿍으로 만들면 서로 걱정을 하나씩 나눌 수 있으니 걱정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걱정인형이 사랑스러운 까닭은 어린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옆에서 잘 관찰한 사랑과 상상력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걱정이 아주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제게는 맘에 들었습니다. 마치 화분에 옮겨놓은 꽃처럼 걱정에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는 기분이에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 것처럼, 걱정도 어떤 좋은 생각이나 물건을 태어나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혜로운 할머니 같은 생각을 하는 어른이 많다면 이 세상은 재미있는 상상으로 넘칠 거예요. 이것이 걱정인형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아닐까요?

★ <겁쟁이 빌리>를 읽고 질문을 2개 만들어 보아요.

1. 우리 부모님이라면 엉뚱한 걱정에 어떻게 대답하셨을까요?
2. 내가 걱정인형을 만든다면 어떤 걱정을 이야기해주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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