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창간 16주년 기념 설문조사를 읽고


# 제민일보 창간 16주년 설문조사
  지난 6월 2일(금), 제민일보는 창간 16주년을 맞이하여 도내 각계인사 205인을 대상으로 2020년의 제주도 비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100만 명 내외의 상주인구에 연간 1,000여 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휴양 중심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또한,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4.8%가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 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소득 수준과 사회복지 수준, 그리고 주택 등의 생활여건, 문화/예술, 교육, 근로 요건 등의 순으로 판단을 한 결과,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나는 위와 같은 설문결과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고싶다. 첫번째는 생태적, 사회적인 면에서 제주도가 견뎌낼 수 있는 인구와 공간을 중심으로한 환경용량과 사회용량, 그리고 두번째로 제주도민들이 갖고 있는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이다.

# 환경용량과 사회용량
 먼저, 환경용량은 자연환경이 인간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원 추출과 폐기물 흡수/처리 능력이 어느정도인가를 나타내주는 수치이다. 그리고 사회용량은 한 사회가 인공환경(도로, 주택, 범죄 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해 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제시한 상주인구 100만과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을 위해서는 제주도가 얼마만큼의 자연환경과 인공환경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는 여러가지 지표를 동원한 계산을 통해 적정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정대연 교수(환경사회학 전공)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점용환경용량은 3.1배 초과되었다고 한다. 즉, 현재의 제주도라는 섬은 그 용량을 이미 3배나 넘어섰고, 이를 위해 외부에서 많은 의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그 용량을 66배 초과했다고 한다. 이것은 싱가포르 내부에서 자원을 공급하거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66배나 초과했다는 말이다.

 이러한 개념에 비추어 봤을때, 현재상태 보다 2배인 상주인구 100만과 연간 1,000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라는 섬에 압력을 가하면, 자원공급과 폐기물처리 능력도 그 2배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그 만큼 환경용량도 커져야 한다. 하지만 자연환경은 한정되어 있기때문에 환경용량의 확대는 불가능하다. 다만, 사회용량은 어느정도 확충이 가능하다. 이 점을 고려하여 위 설문결과를 다시 생각해보자.

 삶의 질이 증가할 것이라는 답변 또한 위와 같은 전제조건 하에 도출된 것이다. 하지만 사회발전(경제성장)은 자연환경의 한계로 인해 지속불가능하다. 아래의 글은 경제성장의 정지 또는 사회의 붕괴를 염두에 두면서 제주도의 미래를 생각해본 것이다.

# 제주의 생태적 생존을 생각하면서
 제주는 고립된 섬이다. 폐쇄된 것은 아니지만, 육지와는 멀리 떨어져있다. 이 섬과 연결해주는 통로는 항공기와 선박이 유일하다. 제주로 들고 나가는 모든 물품과 사람의 이동은 이들을 이용한다. 그러나 가끔씩 기상상태의 악화로 인해 결항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겨울에도 만 24시간 이상 육지와 끊긴 사태만 해도 3번이나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올해 4월 1일에는, 제주도 전역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이 겹쳐서 발생했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두렵다.

21 세기는 환경의 세기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물과 에너지, 그리고 식량이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대재앙의 시기에 인간의 생존에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는 대재앙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섬이다. 식량과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물'의 경우는 지하수를 뽑아 쓴 이후로는 상수도 공급율이 100%를 달성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현재 적정개발량의 90%에 육박한 상태이다. 또한 현재 16개인 골프장이 앞으로 40개 까지 늘어나면, 물수요는 더욱 많아지는 데 비해, 물부존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는 '물'도 안심적인 공급재가 아니다.

식량의 경우, 제주도는 쌀농사가 힘들다. 대부분 감귤을 경작하고 있고, 그 밖에는 밭농사이다. 제주농업의 기본은 '환금작물'생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량작물 생산은 고려하지 않는다. 식량은 거의 전부 육지로 부터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쌀'이 그렇다.

에너지도 전력의 1%를 공급하는 풍력이외에는 모두 외부로부터 들여온다. 전력의 반을 해저케이블을 통해 공급받고 있으며, 나머지 또한 자체발전설비이지만, 수입해온 기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전력이외에도 수송에 쓰이는 것은 전부 수입석유이다. 가정에서 난방/취사로 쓰이는 것도 LPG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제주도는 모든 것을 외부에 의존하며 지탱해가고 있는 반자립적이며, 자원낭비적인 섬일 뿐이다. 피 묻은 석유가 없으면 단 하루도 움직일 수 없고, 관광도 감귤도 할 수 없는 섬이 '평화의 섬'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제주도의 생태적 생존을 위해서는  물, 에너지, 식량의 자립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현재 국제유가가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것은 석유생산이 정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유에 기반한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 점에서 제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다.

물의 경우, 지하수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골프장'을 규제해 대폭 축소하거나, 전부 없애야한다. 또한 빗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연구/개발되고 있으며, 이를 널리 실용화해야한다. 식량의 경우도, '환금작물'재배에서 벗어나, '식량작물'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농약도 안치고, 화학비료도 안쓰는 친환경유기농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의 경우, 우리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에, 절약이 우선이다. 그리고 지역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내야하고, 유채를 활용한 바이오디젤을 생산해야 한다. 이것은 에너지효율적인 사회경제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이룰 수 있다.

허무맹랑한 주장일 수 있지만, 나는 경제적인 성장을 고려하기 이전에, 생태적인 생존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쓰나미, 지진, 대규모 태풍 등 21세기 들어서 지구를 휩쓸고 있는 거대한 자연재앙이 제주도를 삼켜버리는 무서운 꿈을 꾸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가끔씩 해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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