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가장한 사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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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사람 레코드> (89) 모험을 가장한 데이트 / 후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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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ng you a secret in silent night / 후추스 (2016)

구름으로 가장한 UFO에 대하여 들은 적 있다. 그 우주선은 구름을 만들어 구름 속에서 지구를 관찰한다. 사람들은 그냥 구름인 줄 알고 지나친다. 그러다 다른 구름들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다 들통이 날 때도 있단다. 흘러가는 구름 따라 흘러가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구름이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맑고 푸른 하늘에 홀로 떠 있는 구름이 있다면 구름으로 가장한 UFO일 수 있다. 스무 살 무렵에는 재수를 가장한 백수 시절을 보냈다. 재수생이라고 하면 연민의 눈빛으로 특혜를 제공해준다. 스무 살 무렵의 재수생에게 세상은 관대할 정도로 그 실력으로는 사회인이 될 수 없을 거라는 걱정 혹은 증거다. 나는 오랫동안 사회인을 가장한 외톨이로 지냈다. 여행을 가장하여 방랑을 종종 한다. 대전에서 문학을 공부할 때, 무작정 기차를 타고 가다 낯선 역에서 내리곤 했다. 요즘도 버스를 타고 가다 바다나 나무 그늘이 보이면 하차벨을 누르곤 한다. 지금 나는 도시를 가장한 사막에서 살고 있다. 모험을 가장한 데이트 중이라면 이 모험 끝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대는 저 푸르고 기괴한 성에서 상어 고기를 먹으며 입을 쓱 닦는 악당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내게 무섭다고 안기지도 않는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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