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범칼럼] 정부정책 반대 국민들에 괴담과 외부 세력 프레임으로 '물타기' 


박가의 보도

고고도(高高度)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국내여론이 만만치 않다. 사드 배치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4년 만에 열리는 지구촌의 최대 스포츠 잔치인 올림픽에 기대를 잔뜩 걸었던 때문이었을까. 국회에서 사드배치설을 강력히 부인하느라 국방부 장관의 입술에 묻었던 침이 채 마르기도 전에 청와대는 사드의 성주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도 변변한 변명 하나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메달종목들에서도 대부분 죽을 쓰는 바람에 이른바 사드 정국의 탈출이 녹녹지 않다. 

무자비했던 광주학살 때보다도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도 제대로 규명할 의사가 없는 이 정부에 더 이상 무슨 기대를 걸 수 있을까만, 사드 배치에 대한 비판여론에 ‘괴담과 외부세력’ 프레임으로 맞서는 구태는 여전히 국민들의 복창을 터지게 만든다. 비단 세월호만이 아니라 강정 해군기지 설치와 밀양 원전 송전탑 사태에서도 익히 보지 않았던가. 국민들의 당연한 의문제기엔 괴담으로 맞서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종북 세력으로 색칠하는 전략은 이제 ‘박가(朴家)의 보도(寶刀)’가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담의 반격

민주국가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고 멀쩡한 국민이 자신의 나라에서 외부세력이고 종북이 되는 곳이 달리 어디 있을까. 또 ‘전설의 고향’에서나 들었을 괴담(怪談)이라는 용어가 이 정부에 의해 국민들의 여론을 억누르는데 애용되는 것도 우습다. 복지국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헬 조선의 오명을 뒤집어쓰더니 급기야 이 나라가 산 자가 아닌 죽은 귀신들의 나라라도 됐단 말인가. 백번을 양보해 설사 사드에 대한 여러 부정적인 소문이 단지 괴담이라고 하더라도, 사태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국민들이 아니라 자신을 탓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귀속을 후비고 눈에 불을 켜가며 지난 방송과 기사를 다시 샅샅이 살펴봐도 정부가 사드에 관한 불안한 의혹을 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시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감춤으로써 의혹만 키운 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사드의 핵심인 X-밴드 레이더의 탐지범위가 일반 레이더보다 훨씬 광범위한 2000 km에 달한다면 전자파의 영향 반경도 이와 비례해 당연히 확장될 터. 미국 육군의 교범이 출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위험반경의 기준으로 5.5km를 제시한 것과 달리 우리의 국방부만큼은 100m에 불과하다고 박박 우겨대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나 해안가에만 배치됐다는 사드가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서울의 잠실 운동장 한가운데 설치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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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미사일 발사 모습.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제주의소리

나팔수의 물타기

이성적인 국민이 졸지에 외부세력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합당한 의문이 흉흉한 괴담으로 증폭된 데는 정부의 나팔수를 자처해 온 지상파 방송들과 종편 방송들의 책임도 크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명확히 반대”한다며 “사드배치가 동북아 지역 군비경쟁을 초래하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해도 대부분의 보수 언론에서는 낙관론 일색이다. 오히려 이 언론들은 정부의 뜻을 받들어 중국과 러시아의 심각한 반발을 괜한 오해에서 비롯된 괜한 괴담으로 몰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본래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가 단지 북한용일 뿐이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이 자국민들에게도 먹히지 않는데 다른 주변국들에게 통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벌써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비관세 장벽에 의한 무역보복 조짐이 여기저기서 관측되고 있다. 자칭 경제대통령의 정체성을 잠시 망각하고 최대 무역상대국들과 실속 없는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갑작스런 사드배치 결정이라니 99.99%의 국민의 한사람인 필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붕어빵의 향유자

하지만 이 정부가 들어선 이래 국민들이 안중에나 있을까.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 있지 않듯 국가의 중대사에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가 돼버렸다. 안보라는 이유만으로 지역주민들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사드 배치를 장소를 정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은 수십 년 전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주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여론을 수렴하는 합당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자신의 책임은 외면하고 주민들의 반발을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몰고 가는 정부의 태도가 한심스럽다. 지금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정부에서 잘 나가는 지도층 인사들의 일련의 권력형 비리의혹들은 이 같은 붕어빵의 궁극적인 향유자가 누구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국민 없는 붕어빵의 하이라이트는 며칠 전 여당 지도부와 함께 한 청와대 만찬이다. 서민들은 백년만의 살인적인 더위에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기세로 냉방기도 제대로 켜지 못한 채 헬 조선의 진국을 톡톡히 맛보게 하면서도, 이 날 만찬 장소가 얼마나 시원했으면 참석 인사들이 거추장스런 양복을 겹겹이 입고도 땀을 닦는 장면을 보지 못했을까. 만찬의 식탁에 몇 년 전 어느 경매에서 1kg에 일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려 나갔다는 송로버섯이 오른 것은 헬조선의 오명을 벗기 위한 청와대의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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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 이정현 당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초청,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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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성주군 군민들이 14일 오후 8시부터 촛불집회를 가지고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제주의소리

하릴없는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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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범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래서 그날 이후 붕어빵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몹시 궁금한 게 하나가 생겼다. 북한과의 전쟁이 발생해 포탄과 중, 단거리 미사일들이 마구 날라 다니며 한반도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결국 핵미사일이 발사돼 사드까지 사용돼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번 사드배치의 강력 주장으로 남다른 애국심을 입증했던 우리의 지도층 인사들 중 이 땅에 남아 있을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라는. / 김헌범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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