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일인당 소득 수준은 7990달러로 세계 72위(2016년 4월 IMF 발표)에 그친다. 아직 OECD 회원국도 아니다. 선진국들의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에 들어가려면 소득 외에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즉 보통선거를 통해 정치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며 경제는 정부가 아닌 자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에 외환자유화를 하며 OECD 가입국이 되었는데 바로 그 다음해에 IMF 경제위기라는 혹독한 경험을 했다. 반면 중국의 외환 및 자본시장 자유화는 매우 서서히 진행되어왔다. 내국인의 외화 사용 및 외국인의 중국 위안화에의 접근은 극도로 제한되었고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이나 내국자본의 국외진출도 차단되어 왔다. 금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2020년까지 외국인의 위안화 차입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나마 큰 발전이다.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을 꺼리는 이유는 국제 핫머니에 의해 경제가 휘둘리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실물경제에서는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했지만 화폐경제에서는 서방의 자본주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중국이다.

본래 화폐의 기능은 물건을 사고 파는 결제수단에 있는데 외환자유화가 되면 화폐 자체가 사고 파는 물건이 된다. 그에 따라 환율도 무역결제 또는 해외여행을 위해서 필요한 교환비율로서의 환율의 성격에서 단순히 어떤 통화의 가격을 표시하는 환율로 그 성격이 크게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품 가격이 상품시장에서 등락하듯이 환율도 통화시장에서 더 심한 등락을 경험하게 된다.

외환관리를 하는 OECD 비회원국

중국 위안화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전날 시세를 감안하여 다음날 아침에 기준환율을 고시하고 당일 중에는 고시된 환율의 일정 범위 내에서만 변동이 허용되는 이른바 고시환율제를 택하고 있다. 중국의 상품 수출입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하는데 위안화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비중은 2%에 불과할 뿐 아니라 국제 통화시장에서는 위안화가 거래되는 일이 없는 이유다.

중국사람들이 바라는 중국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마오쩌둥은 다퉁(大同)사회를 제시했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구성원들이 모두 갈등 없이 화목한 가운데 누구나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정도로 경제가 발전한" 사회다. 덩샤오핑은 한 단계 낮춰 샤오캉(小康) 사회를 제시했다. 이는 작은 강녕을 누리는 사회, 즉 구성원 간에 "대체로 갈등이 없고 화목하며, 대부분이 잘 사는" 사회를 말한다.

이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흑묘백묘(黑猫白描)의 정신으로 자본주의를 택한 것은 좋은 결과를 낳았다. 덩샤오핑이 경제개혁에 착수했던 1979년과 비교하면 중국 경제는 35배나 성장했다. 그러나 샤오캉 사회까지의 길은 아직 멀다. 그런 와중에서도 갈 길 바쁜 중국은 스스로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었는데 그 모습을 다음 몇 가지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희망, 즉 자본주의의 장점은 취하고 자본주의가 동반하는 어두운 면은 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배어 있다.

첫째, 시진핑 주석의 집권 3년 차가 되는 금년은 중국의 사회발전 5개년 계획이 13회차로 접어드는 첫해이기도 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제까지의 고속성장 대신 중속성장(中速成長)을 택했다. 둘째, 그 대신 부패 척결의 고삐를 더 당겼다. 지나친 반부패 정책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국내 자금도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셋째,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작년 가을 기준금리와 은행 지불준비율을 각각 소폭 인하했을 뿐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주식시장과 부동산을 부추기는 등 상궤를 벗어난 정책들을 일체 동원하지 않았다.

속도 늦춘 제13차 5개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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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중국이 걷는 길은 하나의 실험의 길이다. 주변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것이 진행되는 한 그 길이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 길이 꼭 미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또한 미국 식의 선거를 통해서 지도자를 선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미국이 말하는 민주주의에의 도전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경제대국이면서 동시에 후진국인 중국. 그들의 희망과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주변국들이 생산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8월 24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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