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공노, 곽지 해수풀장 담당 공무원 변상 두고 “하위직에게만 왜?”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철거비용으로 4억원대 변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책임을 져야하는 건 당연하나 하위직 공무원에게 사상 초유의 거액 변상 결정을 내린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29일 오전 10시 30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이번 변상금 요구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밝혔다. 잘못된 행정집행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만 하위직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에 변상판정을 청구하고 추후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전공노는 “도민 여러분께 끼친 심려는 물론, 공직자의 잘못된 행정집행이 얼마나 큰 재정적 손실로 다가오는지를 깨달으면서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료의 한 사람으로서 먼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도민 여러분들께 호소하고자 하는 것은 하위직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최근 감사위의 변상명령에 대해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제주도 감사위가 곽지해수풀장 사업 담당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변상 명령을 내릴 방침을 정한 가운데, 29일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이에 반발하며 회견을 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 제주의소리

이들은 “이번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과 같은 정책적 결정 사무도 명령에 따라 집행해야 하는 특수성을 안고 있다”면서 “이번 사례도 최고 결정권자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시작된 일이라 판단되며, 하위직은 그 명령에 따라 집행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휘 책임자에게는 모두 면죄부를 준 반면 하위직에게만 사상 유례 없는 4억4000만원 변상금 폭탄과 더불어 징계처분이라는 양벌을 가한 것은 정의와 도덕은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도민사회의 요구도 겸허히 수용하는 한편, 행정집행 과정의 오류나 실수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하기보다는 조직적 시스템 개선 등으로 공직사회를 새롭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쇄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SNS를 통해 밝힌 감사위 재심의 요청과 관련해서는 “정답이 될 수 없는 발언으로, 우리 노조는 이해당사자로 하여금 이른 시일 내에 감사원에 변상판정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판정 청구는 감사원의 변상판정 전에 지방자치단체나 감독기관의 장으로부터 변상명령을 받은 직원이 이의가 있을 때 감사원에 판정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면서 “하위직에게만 전가된 고통을 진정 이해한다면 실익 없는 감사위 재심 청구보다는 권한기관인 감사원의 변상판정 청구를 위한 법률전문가 지원 등 실질적인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 전공노는 당시 업무추진과 관련해 정부공개를 청구했고, 감사원 변상판정 청구 이후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문상 전공노 제주본부장은 “하위직원들이 독단적으로 집행했을리 만무하다. 시장으로부터 최초의 지시가 있었다고 본다”며 “(김병립 전 시장이)퇴임을 하셨다 하더라도 책임을 지셔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에 변상판정 청구를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번 변상금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이는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고의’나 ‘중차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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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감사위가 곽지해수풀장 사업 담당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변상 요구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9일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이에 반발하며 회견을 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왼쪽부터 김봉호 서귀포시지부장, 강문상 제주본부장, 김충희 제주시지부장. ⓒ 제주의소리

강 본부장은 “이번 일이 전례화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공무원들이 변상금을 내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시민혈세에 대한 논란을 피하려는 게 아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규정이 있는 만큼 이에 따라 벌칙을 받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감사위는 이번 주 중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변상금 청구 사유 등을 밝힐 계획이다.

문제가 된 해수풀장은 제주시가 특별교부세 3억원, 자체 재원 5억원 등 총 8억원을 투입해 곽지과물해변에 2000㎡ 규모로 조성하는 위락시설이다.

너비 15m, 길이 30m와 너비 15m, 길이 12.5m의 성인풀장 2곳과 너비 15m, 길이 19m의 유아풀장 한 곳, 급·배수시설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제주도는 제주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을 착공 후 4개월이 지나서야 확인하고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김병립 제주시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공개 사과하고 사업철회 의사를 밝혔다. 공정률 70% 상태에서 완전 철거된 뒤 지난 6월말 원상복구됐다.

감사위는 담당 공무원 4명에게 총 4억4000여만원의 변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는 담당 국장에게 8000만원, 과장·담당(계장)·주무관에게는 1억2000만원씩의 변상액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직사회에서는 이 결정을 두고 반발기류가 감지됐고, 원 지사도 SNS를 통해 “감사위에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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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 사진은 해수풀장 공사 진행 당시 곽지과물해변의 모습, 아래 사진은 지난 6월말 원상복구된 해변의 모습. ⓒ 제주의소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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