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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은 30일 오후 2시 제주시 도두동 하수처리장 인근 ‘악취체험 천막’을 방문, 마을주민들과 악취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제주의소리
[현장]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도두하수처리장 ‘악취’민원 현장방문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을 맨 처음 맞이한 건 ‘우리는 도두‘똥’민이 아니라 도두동민이고 싶다’는 현수막이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이 30일 오후 2시 제주시 도두동을 찾았다. 이 마을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이 최근 인구 증가,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유입 하수량이 늘면서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서다.

마을주민들은 하주처리장 인근에 ‘악취체험 천막’을 설치, 마을이 처한 실정을 알리고 있다. 의원들은 물론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도 직접 마을을 찾아 ‘악취체험’을 해보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의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마을주민 20여명은 “미쳐붑니다. 미쳐부러”, “지금 도두는 똥냄새 천지다. 제발 살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악취체험 천막을 찾은 도의원은 환경도시위원회 하민철 위원장을 비롯해 안창남, 고정식, 강연호 의원 등 4명. 상하수도본부에서는 김영진 본부장과 양병우 하수도부장이 참석했다. 다행히(?)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천막에서는 특별한 ‘악취’를 체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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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은 30일 오후 2시 제주시 도두동 하수처리장 인근 ‘악취체험 천막’을 방문, 마을주민들과 악취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제주의소리
천막에서는 곧바로 토론장이 펼쳐졌다.

“하수대란을 보면서 안타깝고, 또 괴롭다. 근래 들어 악취가 더 심해졌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똥냄새가 이제는 아예 베어버렸다”.

“도두 주민들이 사는 게 삶이 아니다. 악취로 인해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정서불안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발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

“방류관 곳곳이 파손돼 해녀들은 ‘똥물’을 먹으면서 물질을 한다”.

“쓰레기처리장을 뺀 혐오시설이라는 혐오시설이 전부 이곳에 있다. 왜 우리만 이렇게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 냄새만이라도 안 났으면 한다”.

주민들의 토로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의 속사포 같던 토로를 잠시 중단케 한 것은 항공기 소음이었다.

한 주민은 의원들에게 “지금 듣고 있죠. 항공기 소음도 모자라 이제는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다. 오늘 이곳에서 보고 느끼고 나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대출 마을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행정에서)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는 전처리시설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행정에서) 20년 넘게 주민들을 속인 것”이라며 “시를 상대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안창남 의원은 “제 지역구가 봉개동이다. 누구보다 여러분들의 고충을 잘 안다”며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의회에서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식 의원은 “제주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하수처리 문제는 예산이 얼마가 들어가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회가 돕겠다”고 했고, 강연호 의원도 “여러분들이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문제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하민철 위원장은 배석한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들에게 “전기요금 등 실질적인 보상에서부터 급한 대로 악취 저감을 위한 단기 대책을 빨리 수립해 최대한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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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민철 환경도시위원장이 도두하수처리장에서 상하수도본부 관계자와 악취 저감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하수처리장으로 발길을 옮기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침전지에서는 그래도 악취가 덜한 편. 유입된 하수는 이곳에서 자갈과 모래, 쓰레기 등을 1차로 거른다. 여기서 약 30%의 오염물질이 제거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 슬러지다. 슬러지는 소화조로 옮겨져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가장 심하다. 마을로 유입되는 악취는 대부분 이곳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늦은 밤부터 새벽 시간대에는 바다에서 뭍으로 해풍이 불면서 이곳에서 발생한 악취가 마을을 덮친다. 주민들이 자다가도 냄새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이유다.

주민들의 하소연에 김영진 상하수도본부장은 “전문기관에 진단을 의뢰해 냄새저감을 위한 단기대책부터 세우겠다. 또 월정과 판포처리장으로 하수를 분산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 본부장은 또 “지사께 사무관급 이상 수자원처리 전문인력 채용을 건의해놓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하수처리용량 증설 용역시 방류관 교체문제까지 포함하고, 유입하수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도두하수처리장은 지난 1994년 3월부터 가동됐다. 벌써 22년째다. 현재 처리능력은 1일 13만t이다. 이는 도내 운영 중인 8개 하수처리장 전체 시설용량 23만1500t의 56%를 차지한다. 제주시 19개동 36만6700여명의 하수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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