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선화 의원(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제주도가 2018년 제주세계섬문화축제 개최 추진을 발표했다. 최근 도민사회를 중심으로 과거 개최됐던 세계 섬문화축제 부활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고, 세계 섬들 간에 인문, 자연, 문화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한 매머드급 국제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제주세계섬문화축제는 1998년도에 처음 개최됐다. 3년 후인 2001년에 두 번째 축제까지 개최됐지만 이후 중단되고 말았다. 1998년 개최 당시 일본 등의 주변국가에서는 무릎을 치면서 아쉬워했다고 한다. 섬문화축제라는 아이템을 놓친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20년 전이었던 그 당시에도 제주는 주변국가가 샘을 낼 정도의 좋은 아이템을 선점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축제개최 결과는 처참했다. 마치 실력 없는 주방장이 비싼 재료로 서투른 음식을 내놓은 것처럼 모두를 실망시켰다. 도의회에서조차 행정사무조사가 발동되고 기획력 부족, 질 낮은 공연, 운영미숙 등의 평가를 받으면서 실패한 축제로 평가됐다. 제주가 선점한 아이템임에도 축제의 효과도, 도민공감대도 얻지 못한 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던 것이다.

이처럼 실패한 축제의 부활을 다시 꺼내든 제주도정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제주의 대표축제가 없다는 자기반성과 세계섬문화축제를 빨리 부활하지 않으면 주변국 관광지인 하이난 섬과 오키나와 등에게 이 브랜드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였다.

그러나 제주도정이 18년 전 그 세계섬문화축제라는 아이템을 꺼내들고 2018년 개최를 발표했을 때에는 과거 축제의 실패에 대한 2016년 보고서가 나왔어야 했다. 과거 의회에서 심도 있게 실시한 행정사무조사는 문제에 대한 진단이었다. 20년 전 과거 축제의 반복적 부활이 아닌 21세기형 축제로의 변모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했다.

문화보다는 관광에 주안점을 두었던 과거 도정과는 달리 문화를 가치로 삼는 원희룡 도정은 제주문화의 글로벌화를 추구한다면 부산을 눈여겨봐야 한다. 오는 10월1일부터 23일까지 2016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전통, 한류, 음식, 해양을 총망라한 아시아의 대표 문화콘텐츠로서 아시아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원아시아페스티벌의 콘텐츠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미 제주가 가진 아이템들이다. 스마트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축제소재들을 융합해 새로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울 게 없는 과거 축제의 재현이라면 제주세계섬문화축제의 개최는 의미가 없다. 제주세계섬문화축제를 개최하려는 제주도정에 두 가지의 주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창의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축제개발을 요청한다.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어렵고, TV나 신문지상을 통해 세계의 문화를 접하던 과거 아날로그 시대식의 축제를 지양해주길 바란다. 한 장소에 여러 섬 문화를 모아놓고 보여주기 식의 과거지향적 축제는 지루할 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의 어느 곳이든,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고, 가상현실 체험까지 가능한 스마트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새삼 이웃나라의 섬이 끌리는 콘텐츠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제주는 섬으로서의 어떠한 매력을 극대화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도민공감대 없이 실패로 끝난 과거 세계섬문화축제의 전철을 밟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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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화. ⓒ제주의소리
세계섬문화축제 개최 발표에 탐라문화제라도 잘 키우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제주도정은 분명히 잘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둘째, 제주도정이 섬 콘텐츠를 살려 제주세계섬문화축제를 개최해 승부수를 띄우고자 한다면 과거 축제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축제개최의 성공조건을 도민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해 주길 바란다. / 이선화(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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