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탈리반과 부르카의 나라 '아프가니스탄'

   
 
 
탈리반과 부르카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거의 25년 이상 내전과 외국군의 침공, 회교 근본주의를 주장하는 탈리반의 통치로 수도 카불은 도시전체가 성한 건물이 거의 없어 먼지투성이의 폐허처럼 보였습니다.

아직 카불 시내에서도 매설된 지뢰의 폭발음이 들리기도 하고 요인 암살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으며 여타 지역에서의 잔존 탈리반 세력의 테러 공격에 대한 풍문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지인을 대동하지 않고 외국인이 시내를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은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위험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지방에서는 아직도 외국인 머리를 가져오면  3백~4백만원을 포상한다는 포고문은 보았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테러의 위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카불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면  7단계의 검색대를 통과해야했으며 어느 단계에서는 성추행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 심한 몸수색을 당했으며 이를 통과하기 위해 최소한 비행탑승 시간 다섯 시간 전에는 공항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한국이 증축한 병원 운영 정상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방문

그러나 짧은 방문 기간이었지만 4반세기만에 찾아온 평화의 기운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에서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게 된 것은 전후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 사업의 하나로 카불시내에 있는 4대 국립병원의 하나인 이브니 시나 병원을 2004년 KOICA (대한민국 국제 협력단)가 새로운 병동을 증축해 주고 의료 기자재를 제공하였으나 잘 운영하고 있질 못해 GNI (굳 네이버스)라는 국내 NGO 단체를 통해 이 병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서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종국적인 목적은 cost-recovery- system 도입을 통한  무료병원인 이브니 시나 병원의 유료화를 통하여 국가지원이나 외국의 도움 없이도 병원이 자생하게 하는 것이며 교육지원을 통해 이들 병원의 의료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사용방법 몰라 비싼 의료장비 방치, 세탁기조차 쓰지 못해 병원세탁물 손빨래
 

   
 
 
350만불이라는 거금을 들인 병원 지원 사업이었지만 KOICA가 사준 쇄석기 같은 비싼 의료장비들도 사용 방법들을 몰라 진료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한국에서 보내준 세탁기조차 그냥 세워놓고 병원 세탁물을 사람을 고용해 손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양변기 시설도 이들 아프칸 사람들의 습관 중에 배변 후 돌로 마무리는 하는 사람들이 있어 사용한 돌이 양변기를 막아 애를 먹고는 이 화장실의 관리를 위해 따로 시설 관리인을 고용하고 있었습니다. 

국립병원 조차 약과 주사, 수술 의료자재 없어 외부에 도움 요청

   
 
 
한 국가의 국립병원에다 수련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봉급이 한 달에 120불 정도였으며 2시 정도면 병원이 진료를 끝내고 소속 의사들은 각자 시내에 자기 진료소를 차려놓고 개인의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명색이 무료 병원이긴 하지만 약이나 주사 심지어는 수술에 필요한 의료자재가 없어 외래 환자는 약을 외부 약국에서 사먹어야 하고 입원 환자나 수술환자도 주사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수술에 필요한 마취약 봉합사까지도 수술 전에 보호자가 사다 병원에 주어야 수술이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최소한 응급환자에 대한 주사나 약물처방 만이라도 무료로 지급할 수 있게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그쪽 병원의 요청이었습니다. 이곳 의사들도 병원의 유료화를 통하여 병원의 질도 높이고 자신들의 월급도 올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병원의 유료화가 쉽지 않은 것은 아직 많은 아프칸 국민들이 끼니를 해결 못해 기아선상을 헤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경제사정이 나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참금 없는 미혼 남성 늘어 에이즈 환자들도 발생

   
 
 
특이한 사실은 결혼 시 처가에 보내야 하는 비싼 결혼 지참금을 준비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혼자 지내는 결혼 적령기의 남자들이 많고 이들 가운데는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동성애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통해 에이즈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아프칸에 들어와 중국식당을 경영하는 중국인들이 여자장사를 한다는 소문이 나서 엄청난 아프칸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었으며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이런 오해를 받을 까봐 중국 식당을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프칸 여자들은 아직도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부르카라는 장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거리에 많았으며 여자가 밖으로 나가 장사도 사회적인 활동도 인정되지 않아 여자 간호사도 식당의 종업원도 노천 시장의 가판에서도 여자를 볼 수 가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혹 담장이나 창문을 통해 이웃집 여자를 건너보다가 총을 맞아도 총을 쏜 사람의 책임을 묻지 않는 다고 했습니다.

9.11사태 후 미국이 퍼부은 우라늄 폭탄영향 백혈병 어린이 환자 증가

   
 
 
이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환자에 대한 진찰을 여자산부인과 의사가 거의 없음에도 남자 의사가 할 수 없어 적절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런 경제 수준의 나라 여성 경우 자궁 경부암의 유병율이 높을 가능성이 많음에도 기초적인 암 진찰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프칸 국내에는 암을 진단 할 수 있는 병리 시설이나 전문가가 없어 암이 의심되면 파키스탄 병원으로 간다고 했으며 최근 미국의 CURE INTERNATIONAL 이라는 의료 전문 NGO가 세운 병원에서는 병리 조직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슬라이드 사진을 미국으로 보내 병리 조직의 암 유무 판정을 받게 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근래에 아프칸 아이들에 백혈병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데 그 원인이 그곳 의사들의 말로는 9.11사태이후 알카에다를 잡기위해 지하 벙커들을 부수는 과정에 칸다하라 지역에 퍼부은 미군의 우라늄 폭탄이 만들어내는 방사선 영향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한국이 시행한 가장 성공적인 NGO 사업 중의 하나로 카불에 소문이 나있는 여성문화 센터의 경우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모아놓고 반종교적인 교육을 한다고 소문이 나 이 센터가 회교 근본주의자들이 노리는 테러 대상이 되고 있어 여성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출입 여성들 한사람 한 사람 몸수색을 한 다음 들여보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GNI가 KOICA가 지원한 5만불과 JAICA (일본 국제협력단)가 지원 한 9만불로 이 센터를 지었는데 카불 시내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소문이 나 있으며 프로그램도 한국 NGO인 GNI가 운영하고 있음에도 일본대사관에서 조차 여기에 지원 한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했습니다.

대충대충 지원하는 한국정부, 확실한 지원으로 홍보효과 높은 일본

일본의 경우는 정말 지역 주민의 피부에 와 닿으면서도 홍보 효과도 높은 대외 지원을 잘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아프칸 지원의 경우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카불 시내를 다니는 에어컨이 장착된 고급 시내버스 100대를 무상 지원 하면서 버스에 일장기를 그려 넣고 정류장마다 일장기가 붙어 있어 엄청 일본 정부에 대해 아프칸 국민들이 고마워하고 있었으며 학교 지원 사업의 경우도 한국의 경우 지원이 시원찮아 학교를 지어 주고도 좋은 소리를 못 듣고 있는 반면 일본은 확실한 지원을 통해 좋은 시설의 학교를 지어 주고 있었습니다.

   
 
 
여성문화 센터의 경우 프로그램은 영어, 컴퓨터 교육과 모자 보건 관련 내용, 여성 인권과 관련된 영화를 보여주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공개적으로 여성은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자체 사진 촬영 시설을 만들어 사진이 붙는 출입증을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오사마라는 제목의 아프칸 영화에서도 여자 홀로 살수 없어 어린 소녀를 남장을 시켜 생활을 하게 하다가 발각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 아프가니스탄 여자는 지금도 혼자는 살수 없어 형님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있어 최근에도 GNI에서 일하는 의사한 사람이 애인이 있음에도 형수를 아내로 맡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능력만 있다면 형수를 아내로 들이고도 또 다른 두 번째 아내를 맞을 수가 있지만 돈이 없다는 것이 이 의사의 고민이었습니다.

저도 몰랐던 사실 중에 하나는 탈레반 통치시절 통치자금을 양귀비 재배를 통하여 조달하였다는 것이고 지금도 국민 총생산의 51%가 마약 판매가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 마약 재배만큼 수입을 가져다주는 대체 작물이 없어 아프칸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NGO가 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드는 아프칸, 지뢰제거도 NGO가 담당

최근 이란 핵 문제로 아프가니스탄 국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이 이란국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어쩌면 이란과 미국과의 전쟁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들 했습니다.

아프칸에서 며칠 지내는 동안 아프칸은 지금 NGO가 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전 세계의 NGO가 모두 들어와 의료 교육 분야는 물론이고 지뢰제거까지도 NGO 단체가 담당하고 있었으며, 아프칸 평화 재건 지원을 위해 우리의 젊은이들도 생명의 위협과 열악한 생활조건에도 불구하고  4년 이상 이곳에서 NGO 활동을 통해 아프칸 사람들을 섬기며 그들과 나누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 이기적이고 자신 만 안다는 요즈음 젊은 친구들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 아프가니스탄 기행을 다녀 온 홍성직 외과 원장(맨 오른쪽)
그중에는 자랑스러운 제주인도 있었습니다. 제주 출신으로 명문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곳에 와서 봉사하고 있는 예나산부인과 고성민 원장님의 따님 고영주 양도 만날 수 있어 그곳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제주의 신선한 한치 회가 가장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제주인 끼리의 회포도 풀 수 있었습니다.

먼지와 태양의 나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동안  제주 땅의 안개, 비, 구름 그리고 평소 싫어하던 제주의 눅눅함 까지도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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