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탁발순례 전야제…도법 스님이 말하는 '생명평화의 길'

내가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함을 압니다.
첫째,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겠습니다.
둘째, 모든 생명을 우애로 감싸겠습니다.
셋째, 대화와 경청의 자세를 갖겠습니다.
넷째,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청빈하게 살겠습니다.
다섯째, 모든 생명의 터전을 보존하겠습니다.
여섯째,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실현하기 위한 길에 앞서겠습니다.
일곱째, 끊임없이 깨어 공부하겠습니다.( 지리산 생명평화 서약문)

▲ 제주의 소리꾼 현희순.
제주시 사라봉 기슭에 평화의 기운이 진하게 퍼져나갔다.
24일 관덕정 출발을 시작으로 28박29일 제주순례길에 나설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제주순례 전야제'가 23일 오후7시 국립제주박물관 강당에서 열려 제주 온 섬에 생명과 평화가 함께하기를 소망했다.

도법 스님과 수경 스님, 이원규 시인, 박남준 시인 등 탁발순례단과 이들의 따뜻한 게 맞은 제주도내 평화의 일꾼들은 생명문화마당으로 진행된 전야제에서 평화의 등불이 되기를 약속했다.

생명문화마당의 첫 문은 제주의 소리꾼 현희순의 판소리로 시작됐다. 현희순씨는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을 떠 함께 기뻐하는 장면을 멋들어지게 뽑아올려 참석자들의 분위기를 돋구었다.

가수 김원중, 김원규 박남준 시인과 함께 한 생명과 평화의 노래

▲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
북한동포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가요라는 '바위섬'을 부른 가수 김원중도 생명과 평화를 노래를 함께했다.

"노래한번 불러달라"는 김원규 시인의 부탁으로 부른 노래가 "관객은 안 보이고 노래만 보였다"는 도법 스님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 두번, 세번 부르다가 결국은 탁발순례 홍보대사가 됐다는 김원중은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를 비롯해 영원한 통일의 노래인 '직녀에게'를 불러 관객들을 행복하게 했다.

또 지리산 순례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 너와 나의 화해, 인간과 자연과의 치유를 시로 담아 온 박남준 시인과 김원규 시인의 시 낭송도 있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도법 스님의 강연. 도법 스님의 이야기는 '왜 우리가 생명과 평화의 등불이 돼야 하는가'였다.

"탁발순례는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동지를 구걸하는 일입니다"

도법 스님은 탁발순례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다.

▲ 도법 스님.
"탁발은 구걸 행위입니다. 돈을 구걸하고, 밥을 구걸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사귀고,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동지를 구걸하는 일입니다"

"생명의 위기, 현대의 위기에서 우리의 생명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우리 삶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자기 삶의 현장에서 생명살림의 문화를 가꿔가는 일, 일상생활에서 평화로움을 가득 채워나갈 수 있는 좋은 친구를 얻는 게 탁발순례의 욕심입니다"라고 말했다.

한반도 방방곡곡에서 생명화 평화의 등불을 켤 수 있는 일꾼을 얻는 게 탁발순례의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탁발순례는 '지리산평화결사'에서 이끌어 가고 있다. 지리산평화결사의 목표는 우리나라에서 10만명의 생명·평화 일꾼을 결사 시켜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10만 결사로 무엇을 할 것인가. 도법 스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가 살아 온 세월을 되돌아 보면, 선진강대국이라고 하는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로 온 세상을 싸움판으로 만들고 우리 삶을 돈의 노예로 만든 선진강대국을 부끄럽게 하는, 그들의 벽을 넘어서는 길이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이 시대 지성들의 고민이자 순례단의 고민입니다"

선진강대국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를 극복해야

   
"돈의 논리로 미국과 경쟁해서 어떻게 넘어설 것이냐, 힘의 논리로 미국을 극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를 믿고 살아가는 한 선진강대국 앞에 목이 메일 수 밖에 없고, 늘 비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늘 우리 삶이 위태롭고 피폐해집니다"  도법 스님의 우리 시대의 화두로 삼을 것을 요구하는 생명과 평화의 출발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그 사슬을 끊어내기도 하고, 매듭을 풀어내기도 하고, 한계의 장벽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 가능성을 제주에서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또 분명 제주에서 새로운 시작이 실현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첫 출발점을 제주로 삼았습니다"

왜 제주일까. 무엇이 제주로 하여금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를 극복하고, 선진 강대국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도법 스님의 화두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힘으로는 힘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힘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길, 돈을 사용해야 하는 길로는 저 선진강대국을 어찌해 볼 길이 없습니다. 종속되고 예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힘이 아닌, 돈이 아닌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제주의 현장으로 성큼 들어온다.
"제주도는 힘의 논리의 의해 가장 많은 아픔을 지니고 있으며, 돈의 논리에 의해 가장 많은 슬픔을 지닌 곳입니다." 아마도 현대사 최고의 비륵인 제주4,3과 개발의 열풍에 휩싸여 신음하고 있는 지금의 제주를 이야기 하고 있으리라…

"힘과 돈을 버리는 길은 바로 생명과 평화의 길입니다"

   
"누군가에 의한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를 붙잡고 연연하는 것은 너무나 바보 같은 일입니다.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를 버릴 때 선진강대국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 반드시 그 길을 찾아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의 스승 선자, 현자들은 한결 같이 그 길을 가르쳤습니다. 예수와 부처, 공자님도…많은 현자와 철인들도 그 분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에 따라서 표현방식과 내용은 달라도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은 한 길, 바로 힘을 버리고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길,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고 행복하게 가는 길, 그 길을 생명·평화라고 정리했습니다"

도법은 선진강대국에 얽매이지 않고, 그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길은 힘과 돈을 버린 생명과 평화의 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주도는 산천이, 산하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산하가 아름다워 다시 찾아오는데 머물지 말고, 진정 생명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아릅 답고 우리 삶이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 삶이 늘 싱그럽게 피어나는 제주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그런 희망을 주는 곳으로 자리매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에 왔습니다"

24일부터 도법 스님 일행은 28박29일의 순례길을 떠난다.
"한달 동안 길을 걷는 과정에서 생명 평화를 화두로 붙잡고, 끊임 없이 만나고 사귀고 토론하는 인연을 맺었으면 합니다. 생명 평화의 일꾼으로 함께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동지로 함께 했으며 좋겠습니다"라며 도법 스님의 그의 이야기 끝을 맺었다.

▲ 박남준 시인(왼쪽)과 김원규 시인이 시 낭송을 하고 있다.
도법 스님의 이야기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지리산 생명평화서약문'을 낭독하며 생명·평화의 등불이 될 것을 약속했다.

"내가 밝힌 한 등의 불빛이 이웃의 등을 밝히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 밝힙니다. 마침내 우리의 삶터와 이 세상이 환히 밝아지는 생명평화의 대동세상이 올 것입니다. 이렇듯 나로 인해 온누리의 뭇 생명, 온누리의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서원하며 지리산 생명평화결사를 서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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