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91) Boat Behind - Kings Of Conven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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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laration Of Dependence / Kings Of Convenience (2009)

김동률은 여행을 가기 위해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어떤 날’은 멀리 떠나게 되면 “외로움”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서 몇은 여행광이다. 사과 연구원을 하다 사과 수출 업무를 맡아 해외 출장이 잦았던 이재의 사진들을 보며 나는 그가 사진집을 내게 되면 ‘낯선 곳에서의 데자뷔’라고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멈춰버린 트럭 같은 표정을 지었다. 땡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영중은 언제든 여행을 가기 위해 계약직 일을 한다. 여행을 떠났다하면 한 달을 훌쩍 넘기는 것이 예사다. 캄보디아 캄폿의 한 작은 어촌마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한 두 시간 정도 달렸다고 하면서 입가에 묻은 막걸리를 쓱 닦는다. 그는 생김새도 그쪽 사람들과 비슷해서 거리감 없이 마을 속으로 들어가 허우적허우적 돌아다닌다. 성당에 다니면서 불경을 외는 민승 형은 그 나라 사람들과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친해지고서 종종 그들의 초대까지 받는다고 한다. 패키지 여행이나 가본 나로서는 둘의 자유여행이 부럽기도 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또 제주불교신문의 이병철 기자는 박봉으로 힘든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해마다 불교 순례를 따라가 취재 글을 쓴다. 그는 순례 중에 진짜 불교를 봤다는데 나도 그것을 덩달아 느끼고 싶어 다음엔 꼭 데려가 달라고 조르고 있는 중이다. 민승 형하고는 언젠가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서 ‘무미 뜨롤’의 노래를 함께 듣기로 했다. 그런데 민승 형은 “함께”라는 낱말에서 잠시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가 말했다. “여행은 혼자 다니다 모국어의 감각을 잃어버려야 제 맛이지.” 보헴시가를 태우며 눈빛은 이미 바라나시를 담고 있었다. 아주 멀리 가서 낯선 풍경을 보며 언젠가 와 본 곳 같다며 호들갑 떨고 싶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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