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위즈돔 사람도서관 제주 총괄 매니저는 콘텐츠기획가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제주토박이 청년이다. 그가 <제주의소리>를 통해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은 제주의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사람간의 연결로 창조적 발상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센터와 위즈돔이 손을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제주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풀어져 나온다. 그의 만남과 이야기가 제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자 주]

[박경호의 제주 사람책] (13) 제주평화축제 방승철 위원장

오는 30일부터 제주 교래자연휴양림에서 평화로운 제주의 가을을 배경으로 하는 제주평화축제가 열린다. 2박 3일간 개인의 평화로움을 공유하는 작은 마을이 생기는 것이다. 그 마을을 준비하는 방승철 제주평화축제위원장을 만났다. 제주도민 4년차인 그는 서로가 느끼는 평화로움을 공유하고 축제를 찾은 아이들이 서로 보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제주 미래세대에 평화로움을 전달하려 한다는 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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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승철 위원장. ⓒ 제주평화축제

- 안녕하세요, 독자 분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방승철입니다. 지난 2013년에 이주한 제주도민 4년차입니다. 이주한 다음 해부터 제주평화축제의 위원장을 맡았고, 최근에는 제주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더욱 알려진 것 같아요.

- 제주평화축제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주평화축제는 말 그대로 우리가 평화라는 단어, 프리즘들이 각기 자기의 마음속에 각인 되는 시간을 갖는 축제입니다. 평화라는 단어에 대해서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평화로움’에 대한 다양한 느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말하며, 또는 가족 혹은 연인과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등이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평화로움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 평화축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화로움에 대해서 공유하는 그런 장입니다.

지난 2회 동안 축제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좋은 표현은 ‘3일간 다양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마을’이라는 말이예요. 그 마을에는 먹거리도 있을 것이고, 어린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평소의 도시생활에서 벗어난 자연친화적인 삶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가 정말 다양한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관심에 중심에는 제주 본연의 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재활용 물품을 활용한 리싸이클링, 토종씨앗, 유기농법 등이 지켜져야 한다고 느껴 마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평화축제에서 이러한 모습을 느끼고 자랐으면 해요. 우리 세대는 이미 현실에 녹아들어 살면서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최대한 자연에 기인하는 질서와 친환경적인 먹거리, 책과 놀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그리고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 우정을 만들어가는 그런 마을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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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제주평화축제 모습. ⓒ 제주평화축제

-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제주평화축제, 올해로 3회차입니다. 1,2회의 평화축제와 이번에 진행되는 3회의 평화축제는 어떻게 다른가요?

평화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하면 자발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능기부의 형식보다는 즐기기 위한 형태의 축제입니다. 예를 들어, 예술하시는 분들이 축제에 참가해 버스킹도 하고, 간판도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농부, 목수, 일반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각자 하고자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것이 평화축제의 특징이죠.

처음 축제를 열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이 예산이였어요.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관에서 지원을 받는 형태보다는 각 자의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모두가 평등한 느낌으로 축제를 진행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져서 진행하게 되었죠. 너무나도 힘들었죠.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행사를 축소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많은 고민과 기획을 하게 되었죠. 그래도 그처럼 1회가 끝나고 나서의 우리의 결론은 앞으로도 이런 축제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2회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기존과는 다르게 6일 간의 축제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3일은 기획단과 함께 참가하기로 하신 분들이 미리 와서 축제장을 같이 꾸미면서 3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처럼 평화축제는 누구의 축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를 지향하고 있어요. 3일 동안 다 같이 축제를 준비하고, 우리가 준비한 것을 3일 동안 같이 즐기는 그런 2회의 평화축제였습니다.

이번 3회는 아직 준비과정이지만 콘셉트를 밝히자면 ‘가족(The Family)’입니다. 가족이라는 말이 정말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3일 간의 평화축제에 오신 모든 분들이 가족처럼 지냈으면 하는 생각에서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어요. 가족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듯이, 제주의 중심에도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아이들이 제주에 대해서 보고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지난 5월에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을 통해 사람책 만남을 진행하셨는데요. 어떠셨나요?

‘평화축제 2년, 그리고 앞으로…’라는 주제로 만남을 진행했는데, 그 분들과 면면히 이야기를 나눌 때 진중한 마음들이 전해져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분들이 평화축제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로 인해 친근감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 때 참석했던 분들이 또 이번 평화축제에 같이 하게 되었는데, 평화축제라는 시스템이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장임을 또 다시 인지하게 되면서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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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제주평화축제 모습. ⓒ 제주평화축제

- 인생에 있어서 기억될만한 혹은 전환점이 된 인연이 있으신가요?

제가 제주에 이주하게 된 계기는 자연 환경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사람’이에요. 작곡가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던 6년 전에 제주를 찾았는데, 우연히 해녀를 주제로 수중촬영을 하고 계시는 분이 제가 작곡가임을 알고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된 제주영상위원회의 고창균님이 계세요. 그 당시 얼추 작업을 마무리하고 제주를 떠났는데도 그 분이 계속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제주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그 메일이 처음에 몇 번 오고 말겠지’라는 생각했는데 계속 보내주시더라고요. 그 때 생각했어요. 내가 제주에 살아도 이처럼 나를 좋아해주시는 든든한 형님이 계시면 살아볼만 하겠다라고요. 그렇게 제주로 이주하게 되었고, 제 2의 삶을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앞으로 어떤 인연을 만들어 가고 싶으신가요?

너무나 소중한 인연들이 많고, 같이 하고 싶은 인연들도 당연히 많아요. 그리고 그러한 인연의 중심에는 평화축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제주평화축제가 아직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그 만큼 가능성도 넘쳐나는 축제인거죠. 그런데 저의 최근 고민은 하루 빨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제가 아니여도 평화축제가 잘 운영이 되는 것이에요. 그 좋은 시스템은 결국 사람인거죠. 좋은 사람들, 평화축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인연을 만들어 가고 싶은 게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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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평화축제

방승철은? 가수, 작곡가이자 문화기획자.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3년 제주로 이주한 뒤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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