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대회 일환 한국지역학포럼...현혜경 “제주다움 기록 넘어 다방면 이용 가능”

제주만의 마을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마을기록화’ 사업이 근래 활발히 추진되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제주발전연구원과 서울학연구소는 10월 7일부터 8일까지 제주시 칼호텔에서 제10차 한국지역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제주발전연구원이 올해 처음 개최하는 제주학대회와 연계한 자리로 국내 지역학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자 5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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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발전연구원과 서울학연구소가 10월 7일부터 8일까지 제주시 칼호텔에서 개최한 제10차 한국지역학포럼. ⓒ제주의소리

‘지역학과 마을이야기’라는 전체 주제 아래, 서울 한양도성에서 서촌의 위상과 현재적 의미(박희용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수석연구원), 마을조사 및 기록사업의 현황과 활용 방안(방문식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기록되지 않은 마을이야기(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동래 안락서원과 기억(박상필 부산발전연구원 경영사회실 연구위원), 제주지역 마을 기록의 역사와 전망(현혜경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 등이 발표됐다.

이날 현혜경 연구위원은 근래 제주에서 마을기록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로서 더욱 폭넓은 범위에서 기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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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혜경 연구위원. ⓒ제주의소리
현 연구위원은 “제주는 육지부와 구별되는 해양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개발 과정에서 자료가 유실되고 지방행정기관의 무관심과 도민들의 향토자료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제주마을에 대한 기록이 상당부분 부재하다”며 “여기에 가파른 개발과정에서 공동체 해체와 변동을 겪으면서 마을에 대한 기록은 공동체 복원, 정체성과 자존감 회복과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지난 배경을 설명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 관학자들에 의해 마을 조사가 이뤄졌고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생산이나 수집 행위가 미미했지만, 1980년대 중반 들어서 언론·지식인·초등학교 중심의 기록이 시작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마을 기록과 마을지 활동이 점차 확산되고 2010년부터는 역사문화지 형태의 마을 기록으로 발전했다.

마을의 역사를 찾으려는 노력은 자연스레 ▲마을공동체 자존감 회복 ▲유실된 마을 자료들의 수집 계기 마련 ▲마을 유력자 집단의 결속 계기 ▲마을 전통의 재창조 등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다만 한계도 드러나는데 현 연구위원은 “1980년대 초기 향토지의 구조가 그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고, 마을지마다 내용이 중복되거나 마을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내용이 실린 경우가 상당수”라며 “또 대개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는 비매품이어서 주민이나 후속세대 공유가 어려운 것도 단점이다. 남성 중심 구조에다가 가장 기본적인 주민들의 의식주와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 속에 제주다움을 증언할 수 있는 구술세대가 급속도로 소멸되고, 제주다운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요구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지역 기록물이 생산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바로 디지털 마을지다.

대표적으로 제주대 김태일 교수가 진행 중인 ‘제주 마을 옛길’ 데이터 구축, 제주주민자치연대와 소도리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라디오 자서전을 꼽을 수 있다.

현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마을지 작업은 제주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의 로컬리티(지역다움)를 보다 자세히 밝혀낼 수 있다. 나아가 3차원적 자료 구축으로 전국적, 세계적인 이용도 용이하다”며 디지털 마을역사 작업이 더욱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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