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 김태석

‘제3공화국’, ‘제5공화국’. 과거 재미있게 봤던 정치드라마들의 제목이다. 여기서 제3공화국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제5공화국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을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몇 공화국인가. 지금은 ‘제6공화국’이다. 그간 여러 대통령이 있었는데, ‘왜 제6공화국이지’ 라고 의구심을 갖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공화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헌법 개정이다. 그렇기에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인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은 모두 제6공화국이 된다.

필자가 공화국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바로 헌법 개정을 말하기 위해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권에서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약 180여명의 의원이 동참 등 개헌 논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 훨씬 전에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형 헌법 개헌 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헌법 전문에 분권을 명시하고,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이며, 국민은 직접 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통하여 권력을 행사한다’는 조항을 두자는 헌법 개정운동을 펼치는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이 2012년 10월 창립됐다. 대구, 경북, 부산, 강원, 경기, 충북 등에서 지역청원운동본부가 발족되는 등 전국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 논의에서 제주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주는‘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이미 타 시도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분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렇기에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무관심하게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금만 돌아보면 제주 또한 특별법으로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를 보장 받기에 발생하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그 지위를 헌법으로 보장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비록 그 논의는 이내 추진동력을 잃어버렸으나, 지금은 제주 이외의 대다수의 지역에서 헌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즉 2017년 대선을 헌법 개정의 의제화를 성공시킬 절호의 찬스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도, 중앙에서도 헌법 개정에 대한 불씨를 지피고 있는 이때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제주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선도적 분권제도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는 제주 또한 10여년을 해보니, 이런 형태로는 지방분권을 제대로 해낼 수 없더라, 그렇기에 헌법에 지방분권이 보장돼야 한다’ 라는 논리를 보탠다면 개헌의 추진동력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동참을 통해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 또한 헌법에 명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원희룡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 논의 때는 제주특별자치도 지위 근거 마련 위해 노력하겠다. 다만 그 정도 수준의 국민이 올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너무나 소극적인 자세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면 누가 환영하겠는가.

김태석(기고 180).jpg
▲ 김태석.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는 선도적인 지방분권 제도를 선 경험한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그 경험의 공과 과를 타 지역과 나눔으로서 지방분권 개헌의 논리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다. 지방분권 개헌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를 헌법에 명시해내야 한다. 제주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논의에 있어 룰 테이커(rule taker, 규칙 준수자)가 아닌 룰 메이커(rule maker, 규칙 제정자)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 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