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현우범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일부 주민들이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금지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헌법소원의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민만 비싼 돼지고기 가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육지부에서 돼지고기를 반입하지 못하니 도내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비싼 돼지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고려할 때 반입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필자는 헌법소원 제기를 준비하는 주체가 육지부 양돈업자나 유통업자가 아닌 제주도민이라는 점과 소비자의 선택권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어서 착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 사실 육지부 돼지고기 반입금지 해제 문제는 단순한 소비자 선택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산 돼지고기 브랜드의 가치와 직결된 문제로 봐야한다. 국내산 여느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제주산이 동등하게 평가된다면 어렵게 일궈온 제주산 돼지고기의 브랜드 가치와 명성이 자칫 하락할 수도 있다. 때문에 반입금지 해제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왜 육지부 돼지고기가 반입금지 조치가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 등 해외 선진 국가에서는 돼지열병 등 악성가축전염병에 대해 비백신청정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정책이 가축전염병 방역에 있어서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1999년 12월 돼지열병 비백신 청정지역을 선포했고, 2000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 보고해 이를 인정받았다. 또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반출·입 가축 및 그 생산물 등에 관한 방역조례’에 근거해 돼지열병 백신을 접종하는 육지부의 살아있는 돼지·돼지고기·돈분 등의 반입을 2002년 4월부터 지금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는 돼지열병 비청정지역인 타시도로부터 제주도로 돼지열병 병원체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기본적인 방역조치로, OIE 규정에 따라 국제적으로 돼지열병 발생 국가는 다른 국가로 생축은 물론 고기도 수출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는 방역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따라서 돼지열병 청정국가에서 수입하는 외국산 돼지고기의 도내 반입이 가능한 것이다.

과거 육지부에서도 돼지열병 청정화를 선언한 적이 있었고, 제주에서도 육지부의 생축과 돼지고기를 반입한 적이 있었다. 향후 육지부에서 돼지열병 청정화 조치가 될 경우 당연히 타도산 돼지고기의 도내 반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현재 국내산 돼지고기의 반입금지는 방역과 검역과 관련한 당연한 통제사항으로 봐야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도내 한 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해 긴급 방역조치가 이뤄졌다. 다행히 완전 종식이 됐고, 계속적으로 돼지열병 비백신 청정지역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제주산 돼지고기가 국내산 돼지고기와 차별화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고 본다.

그럼, 비싼 돼지고기 가격의 실태는 어떤가? 우선 흑돼지를 제외한 경매가격을 비교해보면 지육 1kg당 경매가격은 2015년 평균 기준 육지부는 5165원, 제주도는 5981원으로 제주 돼지 지육이 816원 더 비싸다. 우리나라 국민이 선호하는 삼겹살 부위의 도매가격은 1kg 당 육지부 1만6400원, 제주도 2만원으로 제주가 3600원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최종 소비자가격은 판매업체에 따라 할인판매, 행사가격 등으로 가격이 달라 정확한 소비자가격을 육지부와 제주지역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식당에서의 가격은 식당 수준별로 천차만별이라 비교하는 의미가 별로 없다. 서울지역 고급식당의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쇠고기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이 육지산 보다 높은 이유는 단순히 경락가뿐만 아니라 제주산 돼지고기의 맛과 안전성, 브랜드 축적 등 여러 가지 다른 이유가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금지 때문에 도내 소비자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명확하게 크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방역상의 이유로 시행하고 있는 반입금지 조치를 돼지고기 가격이나 다른 이유를 붙여 이를 해제하려고 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반입금지가 방역상 이뤄졌듯이 육지부 돼지고기 반입금지 해제를 위한 헌법소원도 다른 무엇보다도 방역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제기하는 것이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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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우범. ⓒ제주의소리
물론 양돈장 악취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법을 내려야 한다. 도내 양돈농가는 주변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양돈장 악취를 줄이는 시설투자와 냄새저감 방지시설을 강화해 마을주민과 상생하는 자구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양돈악취문제와 반입금지는 다른 문제이다. 현재 방역상의 이유로 시행하고 있는 반입금지 조치를 돼지고기 가격이나 다른 이유를 붙여 이를 해제하려고 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현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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