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물이 생명을 품을 수 있도록

오늘도 산지천 옆을 지난다.

새봄을 맞은 산지천은 어둠 속에 묻혔던 30여년간의 세월을 말끔히 잊은 듯 맑고 시원함을 담고 있다.

음악분수 물줄기의 오르내림에 눈을 맞추는 아이들, 단장된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벤치의 따스함에 기대어 봄을 즐기는 노인들까지 산지천은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이고 놀이터가 된 듯하다. 하지만 이 생동감 넘치는 풍경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 지금의 산지천 용진교 남쪽에 있는 무지개 다리.다리 사이로 보이는 집들이 있는 곳이 '졸락코지'이다.
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많은 다양한 생명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산이 아름다운 이유도 또한 그 속에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성이 풍부한 이들은 산과 물을 위대한 자연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인간의 어머니가 아니라, 자연의  어머니...

산지천 복원의 의미는 산지천이 콘크리트로 덮이기 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고, 모든 생명들 이 동등한 지위로 물을 누리는 그 때로 되돌리자는 것이 아닌가? 그 것이 바로 생태하천으로 표현되는 산지천의 이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산지천은 생명들의 성스러운 태반이 되고 있는가?  혹시 인간들의 눈만을 즐겁게 해주는 놀이 감이 되지는 않았는가를 조용히 돌이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의 산지천을 찬찬히 바라보자. 수많은 인공구조물과 거대한 배수로를 연상시키는 돌로 다듬은 하천변, 그리고 어느 잘 다듬어진 정원을 연상시키는 산책로, 이런 것들이 정말 자연을 위한 것들인지 아니면 인간을 위한 것들인지...

▲ 복원된 무지개 다리...아름다움은 있지만 웬지 생명력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직도 인간이 손길이 덜 미치는 곳에는 수 많은 생명들이 공존하는 하천들이 있다. 그 곳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떻게 해야 생명들이 모이고 자라는지 답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산지천을 전면적으로 다시 바꾸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좀더 많은 생명들이 깃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자는 것이고, 산지천 뿐 만 아니라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인간의 노력에서 생명을 우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지천의 복원은 아직 미완성이다.

어쩌면 자연에 더해지는 인간의 모든 노력이 미완으로 그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지금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산지천, 그 푸른 물은 오늘도 조용히 인간이 가로막았던 생명의 길을 이제는 열어주라고 꾸짖으며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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