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시인 김도해, 시집 <괜찮아요, 저물녘 氏>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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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뜻한 언어로 품는 제주시인 김도해가 새 책 <괜찮아요 저물녘 氏>(문학의전당)를 최근 펴냈다. 출판사 문학의전당이 펴낸 시인선 236번째 작품인 김도해의 신간에는 그녀가 쓴 60편의 시가 담겨있다.

시인은 머리말에 “사는 게 늘 경계였다. 그때마다 가만히 나에게 팔을 내밀어 주던 것들, 시(詩)의 이름으로 짓고 허물다 비로소 가슴에 작은 암자 하나 남긴다”는 겸손한 소감을 내비쳤다. 시인의 겸손이 그대로 묻어나듯 작품은 부담 없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저물녁이라는 말이 참 좋다
쉼 없이 달려와 
남은 한 걸음을 두고 머뭇거리는 시간
빈손의 시간

영영 이별을 위해 마지막 분단장을 마치고 가까이 지냈던 이들
앞에 누운
망자의 얼굴처럼 무심하고도 먹먹한 시간
저묾, 천천히 되뇌면 
붉은 덩이 하나가 목젖 가득 차오른다
- 김도해의 <저물녘>



숲길을 가다
눈을 감고 서 있으면 들리는 소리
괜찮아 괜찮아
나무들이 어깨를 겯고 서로 토닥이는 소리
괜찮아 괜찮아
숲 그늘 밑 아직은 여린 나무들도
나무 밑 작은 꽃들도 
괜찮아 괜찮아

절반은 고사목이 되어 기우뚱 서 있으면서도
뿌리를 훤히 드러내어 위태하게 흔들리면서도
괜찮아 괜찮아

바람이 지날 때마다 슬그러니
내 어깨에 얹어지는 그늘의 팔
괜찮지 않던 것들도 그냥 괜찮아져 버리는
내 붉은 혈류마저
그의 푸른 수액과 흐름이 닮아가는
숲길의 늦은 오후
나도 그들처럼 스스로에게 하는 말
괜찮아 괜찮아
- 김도해의 <괜찮아 괜찮아>

강승희 교수(추계예술대 판화과)는 “김도해 시를 읽으면서 뭔지 모를 통쾌함이 느껴졌다. 김도해의 시에는 피로에 지친 현대인을 껴안아주는 힘이 있다”며 “편안하게 읽히는 시에서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소파에 누인 듯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그 편안함 속엔 현실에 대한 비평의 날도 숨어 있다”고 책 속에서 소개한다.

제주시 한경면 바닷가 마을 널개에서 나고 열다섯까지 자란 김도해 시인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2011년 <문학광장>으로 등단했다. 현재 <돌과바람>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올해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창작 활동 중이다.

문학의전당, 114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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