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포럼] 김종현 '섬이다' 대표 "제주를 담고, 제주를 닮자"
제주 축산업과 사회적 경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성이시돌목장. 아일랜드 출신 임피제 신부를 중심으로 제주 양돈 산업의 시초이자 인공 초지에 기반한 국내 최초의 목장이다. 최근까지도 성이시돌목장에서 질 좋은 우유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6차 산업화 ‘우유부단’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18일 오후 2시 제주 센트럴시티호텔에서 열린 '제주多 6차多 최고多’ 주제의 <제주미래비전 6차산업화를 위한 오감만족 포럼>에서 김종현 '섬이다' 대표는 성이시돌목장에 있는 17평 남짓 카페에서 연매출 7억원을 달성한다고 말했다.
빛날 섬(閃), 다를 이(異), 많을 다(多). ‘다름이 많아 빛나는 섬’, ‘빛나는 다름이 많은 섬’이라는 뜻의 '섬이다' 김 대표는 국내 대표 게임 회사 넥슨 지주회사 NXC 대외사업본부장 직을 역임하다 최근 휴직해 섬이다 대표를 맡고 있다.
NXC라는 대기업 직원으로서 김 대표는 사회 환원의 하나로 제주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닐모리동동이다. 제주시 이호동 해안도로에 위치한 닐모리동동은 ‘한라산 빙수’ 등 제주 식재료로 제주를 상징한 퓨전음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를 담았고, 제주를 닮은 음식들이다.
그러다 지난해 성이시돌목장과 제주 미래가치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매일 3.5~5톤의 우유를 생산하는 성이시돌목장이었지만, 다른 원유에 비해 2~3배 비싼 가격 때문에 가공공장에 납품하는 것이 전부였다.
6차산업을 위해 숙박, 체험장, 유가공 시설 설치까지 고민했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만약 실패하면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이시돌목장의 원유로 다섯가지 우유차(밀크티)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우유부단’이란 17평 남짓 카페를 성이시돌목장 한켠에 세웠다. 6차산업화된 제품이다.
우유부단은 선택지가 있을 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 등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어원은 ‘너무 부드러워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좁은 카페 건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카페 밖에 우유팩 모양의 벤치가 제작됐다.
올해 6월10일 오픈한 카페지만, 10월31일 기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약 1만건의 게시물이 등록된 상태다. 하루 평균 70개의 게시물이 뜬다는 점에서, 최소 100여명의 고객이 찾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 휴가철 우유부단은 1일 약 500개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성이시돌목장 우유 생산량의 1% 수준이다. 지금 추세면 연매출 7억원을 달성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6차 산업의 성공을 위해 품질경쟁, 가격경쟁을 넘어 생산품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차산업화를 위해서는 자기다움, 제주다움을 놓치면 안된다. 일본에도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제주에 가져온다고 크게 성공할 수 있겠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여기저기 많다. 자기만의 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사람들이 제주의 가치를 얻기 위한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남보다 조금 나은 물건 보다는 좀 더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완성도 높은 스토리 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만들어진 가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제주의소리>와 제주CBS, 제주발전연구원이 주관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 대표의 주제발표 말고도 아모레퍼시픽 백석윤 창조경제지원단 단장의 ‘K뷰티 진원지 제주를 꿈꾸는 아모레퍼시픽’, 이상근 카카오파머제주 프로젝트 매니저의 '당신이 몰랐던 제주를 만나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발표가 끝난 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허창옥 제주도의원,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농업·농촌 6차산업화지원센터장,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 홍오성 사단법인 제주마씸 대표, 이종인 영농조합법인 보롬왓 기획자, 배창봉 제주관광대 디자인경영학과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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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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