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최순실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이들이 ‘최순실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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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질문이며, 질문은 문입니다.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술의 문. 우리가 맨 먼저 넘어서야 할 장벽은 ‘그림책은 어릴 때 읽고 만다’는 편견입니다. 그림책은 초·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요즘 성인들 사이에서 ‘그림책의 발견’이 한창입니다. <논어>와 ‘그림책 이야기’로 함께 했던 오승주 작가가 이번엔 물음표를 달고 독자 곁을 찾아옵니다. 바로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입니다. 질문을 가지고 그림책을 읽는 사람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 (8) 똑똑했던 사람들이 미련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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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 윌리엄 스타이그 (지은이) | 조은수 (옮긴이) | 비룡소 | 2001-06-25

악당 슈렉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최순실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초등학생에게 맞는 <슈렉!>이라는 그림책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슈렉이 이 글을 본다면 명예훼손으로 저를 고발할지 모르지만, 양해를 구합니다. 슈렉은 유명한 악당입니다. 괴물 슈렉의 손을 거친 생명체는 모두 시들해지거나 죽어버리듯 슈렉과 만나는 사람들은 영혼 없는 좀비가 되거나 기업들은 감옥에 갇힐 위험에 빠집니다. 대통령이 있는 파란궁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슈렉이 파란궁을 제집 마당처럼 들락거리니 그 똑똑했던 사람들이 모두 미련한 농부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슈렉의 아빠가 유명한 무당이라 그런지 슈렉도 당연하듯 무당을 찾아갑니다. 마녀는 당나귀를 타고 파란궁에 가서 공주를 만날 거라고 예언했죠. 마녀는 슈렉의 그 다음 운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슈렉은 무서운 벼락도 사나운 용도 못 당할 정도로 치명적인 약점이 딱 하나 있죠. 바로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니 무서울 수밖에요. 특히 유라는 슈렉이 가장 무서워하고 아끼는 아이입니다.

슈렉을 파란궁에 태워주겠다고 하는 당나귀가 너무 많아서 그 중 한 마리를 타고 궁에 도달했습니다. 공주가 사는 궁이니 문지기가 없을 리가 없죠. 하지만 문지기 기사는 마치 한패처럼 슈렉의 눈빛 한방에 떨어져나가고 말았습니다. 공주를 만나고 나서 둘은 금방 눈이 맞았습니다. 마치 공주도 마녀에게 슈렉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최순실이 무슨 잘못을 했나요?

슈렉이 무슨 잘못을 했냐고요? 한마디로 말해서 그 사람은 잘못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할 게 있겠어요. 슈렉은 그렇게 태어나 자라고 그렇게 배웠을 뿐이죠. 지금 세상에 슈렉이 한 명만 있겠어요? 슈렉이 공주의 파란궁에 들어가 거울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엄청나게 많은 슈렉이 사실을 하나의 영혼에 여러 개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죠. 슈렉 같은 아이들은 지금도 태어나고 자라고 배우고 있습니다. 마녀, 농부, 당나귀, 문지기, 공주처럼 슈렉 옆에서 아첨 떠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겠지만 30년 후에는 누가 더 많은 수를 차지할까요. 솔직히 막막합니다.

슈렉이 무서워한 아이들 중에는 유라 말고 다른 어린이도 많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 윌리엄스타이크가 그린 '어린아이에게 둘러싸인 슈렉'의 모습을 보고 또 봅니다. 돈이 곧 능력이라는 유라의 생각은 많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은 어린이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여전히 슈렉의 아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까요? 어떤 생각이 세상을 이끌까요? 그 비밀은 어린이와 가족에게 숨어 있습니다.

★ <슈렉>를 읽고 질문을 2개 만들어 보아요.

1. 괴물 슈렉을 직접 만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2. 악당 중의 악당인 슈렉 가족 이야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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