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고사리 손부터 70~80대 4.3유족까지 박근혜 퇴진 '한목소리'

제주시청 앞 광장은 발디딜 틈 없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도내 집회 사상 최대인 1만여 촛불이 제주시청 광장 일대를 밝혔다.

끝까지 잘못이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제주도민의 성난 민심에 불을 더 붙였다. 단순히 하야나 퇴진 촉구가 아니라 "즉각 퇴진"과 "끌어 내리자"는 말까지 나왔다.

제주지역 104개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제주행동)은 3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와 시청 주차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비바람이 불던 지난 주와 달리 포근한 날씨를 보여 촛불 들기가 딱 좋았다. 유모차를 타고 나온 3~4살 어린이부터 70~80대의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까지 박근혜 퇴진 촛불을 들었다.

특히 이날은 지난 11월28일 국정 역사교과서 발표에 성난 4.3유족회 회원들까지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나서 눈길을 모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만에 최대 인파를 기록한 지난 11월19일과 26일 6000명에서 일주일만인 3일 주최측 추산 1만 1000명(경찰 추산 3000명)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제주시는 주차공간인 시청 주차장과 민원실 앞을 촛불민심을 위해 내놓았다. 집회 현장에는 처음으로 박근혜 퇴진 애드벌룬까지 띄웠다. 

제주도민이 들고오는 피켓도 촛불집회가 연이어질수록 톡톡 튀는 문구가 많았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근혜야 살려는 줄게, 큰 집 들어가자’ ‘교육부가 성형외과냐? 4.3역사 축소·왜곡이 웬말이냐’ 등 촌철살인의 문구가 쏟아졌다.

‘하야가’ 율동배우기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작으로 헌법유린, 국정농단 박근혜 퇴진 시민발언이 나왔다.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200만명, 300만명 모여도 박근혜 작당은 끄떡도 안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에서 자기는 사심도 없고, 사욕도 없고,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며 “이런 사람이 국민이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오겠느냐. 국민이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회장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정부가 발표했는데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반대하고, 전국 교육감들이 반대하고,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제주도는 이승만 정권 당시 3만명의 무고한 생명이 처참하게 죽어갔다. 그런 역사를 달랑 3문장 6줄로 교육시키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박근혜는 함께 탄핵이 안되면 끌어내야 한다 이번에 국정교과서를 완전히 폐기하고, 진실한 역사가 실린 제대로 된 교과서 만들고, 미래 책임질 학생들에게 제대로운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축제에서 박근혜 퇴진 서명을 받았다는 중앙고 학생 문지우 군은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학생들도 이런 서명을 받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자랑스러웠다”며 “퇴진 서명 90명을 받았는데 나머지는 제주도민이 더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강지웅 군도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가 타락하고, 사회가 타락하면 정의라는 단어가 금이 간다. 오늘도 청와대와 광화문 광장, 이곳 제주에서 수백만명이 하나같은 마음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박근혜가 자리에서 내려와 진실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에서 온 한 시민은 “박근혜씨는 2013년 2월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안녕과 복리증진 및 민족문화창달을 위해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국민에게 맹세했다”며 “하지만 이 사람은 자기 선서를 헌신짝처럼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노동자 오한정씨는 “박근혜씨만 잘라야 하는 게 아니라 부역자 모두 정리해고 해야 한다”며 “노동자에게 하듯이 하면 박근혜를 자르는 것은 순식간에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박근혜씨가 노동자를 자르기 위해 도입한 게 성과퇴출제로, 성과를 못내면 임금을 깎고, 2번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면 퇴출하는 게 성과퇴출제”라며 “성과퇴출제로 박근혜를 퇴출하자”고 역설했다.

장애인 이승헌씨는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능멸한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며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던 박근혜는 자신이 공약했던 장애인등급제 폐지 공약을 4년 동안 이행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장애인 인권을 짓밟았다”고 토로했다.

제주로 귀촌한 성악가 최영국씨는 ‘촛불과 함께 타오른다’는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해 이날 처음으로 선보여 큰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제주대 90학번들의 모임인 ‘응답하라 1990’이 햄버거 200개를 촛불 참가자들에게 기부했고, 제주생협에서도 촛불 1만개를 지원했다. 더많은 촛불을 모으기 위한 모금에서도 제주도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부 행사가 끝난 뒤 이어진 촛불행진은 장관이었다. 1만명 참가한 촛불의 행렬은 제주시청에서 구 세무서 사거리까지 이어졌다.

거리행진 후 생명나무학교 학생들의 율동과 만민공동회 1-2부 ‘박근혜 퇴진 이후 바라는 사회’ ‘3차 담화 후 정치권 야합규탄, 탄핵안 부결 시 제주촛불 입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제주행동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및 관련자 전원 엄중처벌 △민주주의 회복과 새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의소리>는 이날 6차 촛불집회 현장을 <제주의소리> 홈페이지( www.jejusori.net )와 페이스북( www.facebook.com/www.jejusori.net )을 통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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