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학과장 박경숙 교수)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지역언론연구 2016' 학술세미나가 6일 오후 제주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로컬과 글로벌, 그리고 알고리즘 저널리즘'이란 대주제로 개최됐다. 롯봇기자 이미지 = 한국언론진흥재단 ⓒ제주의소리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6일 지역언론연구 세미나 '알고리즘 저널리즘' 큰 관심

19세기 초 산업혁명은 노동자들의 육체노동을 대체해 상품을 찍어냈다.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기계에 빼앗겼다. 200년이 지났다. 이제 컴퓨터와 로봇이라는 기계는 인간의 지식노동마저 대체하려 한다. 대표적 지식노동자인 ‘기자’들의 일자리마저도 위협하는 시대가 됐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학과장 박경숙 교수)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지역언론연구 2016' 학술세미나가 6일 오후 제주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제주의소리
'로컬과 글로벌, 그리고 알고리즘 저널리즘'이란 대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만드는 콘텐츠'에 대한 주제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발표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알고리즘 저널리즘. 이미 언론계에선 주목하는 화두다. 

컴퓨터는 계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 문제를 푸는 절차나 방법을 사람이 제시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 등의 묶음을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검색엔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알고리즘의 거대한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 검색엔진이 제공하는 ‘연관검색어 기능’은 이용자들이 입력한 데이터 검색어를 바탕으로 확률이 높은 다른 검색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서비스의 하나이다. 

구글의 검색결과, 페이스북의 게시글 및 친구추천 기능, 트위터의 트렌드 서비스 등은 모두 각각 고유한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다. 이미 우리는 거대한 알고리즘의 체계 속에 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데까지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언론도 ‘알고리즘’ 활용이 필수여야 함이 강조됐다. ‘알고리즘 저널리즘’ 또는 ‘로봇 저널리즘’ ‘데이터 저널리즘’ 등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언론의 흐름이라는 것.
  
실제 <엘에이타임스>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지진기사를 작성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지진기사를 전문으로 하는 알고리즘인 ‘퀘이크봇’(Quakebot)의 등장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이 시스템이 자동으로 기사와 제목을 작성해 편집국에 등록한다. 

<가디언>은 2013년부터 로봇저널리즘 실험 차원에서 <더롱굿리드 : 긴 읽을거리>란 타블로이드판 주간지를 찍고, 지난 4월에는 미국에서 로봇알고리즘이 온라인상의 인기 기사를 편집한 <#오픈001>(24면)이란 무가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는 스포츠 기사를, <포브스>는 금융시장 기사를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생산하고 있다. 

▲ 12월6일 제주대학교 행정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지역언론연구 2016' 학술세미나 전경 ⓒ제주의소리

오세욱 선임연구위원은 "컴퓨터라는 메다 미디엄은 기존 미디어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텍스트 뉴스까지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작성되는 일이 현실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데이터 수집 → 이벤트 추출 → 핵심 이벤트 도출 → 뉴스분위기 결정 → 뉴스 작성 등 5단계를 거쳐 실제 기사가 작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동으로 생성된다고 하지만, 아직은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어쩔 수 없이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알고리즘은 현재까지는 질문을 하거나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기 보다는 주어진 체계 내에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널리즘 본연의 의무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사회의 공론 장을 형성하는 저널리즘의 기능을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뉴스에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결국, ‘저널리즘의 핵심은 사람이지 기술이 아니’라는 말로, 알고리즘 저널리즘의 한계와 입력되는 데이터의 이면까지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기사작성 등 기술적 발전은 계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마이크로포맷 형식으로 서로 다른 언론사 형식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이 가능하고,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가 다르더라도 통합적인 관리와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알고리즘 저널리즘의 확장성 못지않게 알고리즘 데이터의 유입경로가 분명하게 보이는 ‘투명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알고리즘이 내리는 자동의사 결정에는 우선순위 결정, 분류, 관련짓기, 필터링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고리즘은 얼마든지 의도된 목적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사회의 여론조성과 사회 공론의 장을 형성해온 전통적 저널리즘의 기능을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알고리즘 저널리즘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김희정 제주대 교수(언론홍보학과) 사회로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김봉현 제주의소리 부국장, 안도현 제주대 교수(언론홍보학과),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이사, 이재승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알고리즘 저널리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토론자들은 지역 언론 현실에서 ‘알고리즘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언론시장의 환경변화 선제적 대응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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