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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이타미 준 제주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는 가칭 ‘아시아 건축 발전과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10일 첫 제주 지역 간담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아시아 건축 발전과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10일 첫 제주 간담회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水·風·石) 미술관 등 빼어난 건축물을 제주에 여럿 남긴 재일교포 2세 건축가 故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을 기리기 위한 가칭 ‘이타미 준 제주 기념관’ 설립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 건축계 인사들은 생전 제주를 제2의 고향처럼 사랑한 고인의 뜻과 건축 철학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가칭 ‘아시아 건축 발전과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10일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중선농원에서 첫 제주 지역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이타미 준의 장녀이자 건축가인 유이화 대표(아이티엠유이화건축사무소)를 비롯해 김태일(제주대학교 교수), 양건(가우건축 대표), 현군출(토펙엔지니어링 대표), 고성천(시유재 대표), 김윤희(비움건축 대표), 김미영(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 등 도내 건축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1937년생인 이타미 준은 한국 국적을 유지한 채 일본에서 활동한 건축가로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 및 레지옹도뇌르 훈장, 김수근 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일본 최고의 건축상인 무라노도고상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 상당수가 제주에 존재할 만큼 제주와는 인연이 깊다. 제주 비오토피아의 핀크스골프클럽, 포도호텔, 수·풍·석(水·風·石) 미술관, 두손미술관, 방주교회, 폴로클럽하우스, 더클래식 클럽하우스 등이 그의 작품이다. 제주의 땅과 바람에 맞서지 않는 설계로 전문가와 대중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살아있을 당시 “제주도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품었지만 아쉽게도 이루지 못했다.

유이화 씨가 중심이 돼서 추진 중인 제주 기념관은 생전 이타미 준이 남긴 유언(▲이타미 건축 자료관을 만들고 싶다 ▲이타미 준 문화재단을 설립해라 ▲이타미 준 건축상을 만들어라)을 실천하고, 생의 마지막을 제주에서 보내길 원했을 만큼 제주를 사랑한 이타미 준의 유지를 함께 살리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 11월 3일 서울에서 첫 모임을 개최했고 이날은 두 번째이자 제주에서의 첫 번째 자리다. 유 대표는 “제주에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주 건축인, 도민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주 간담회의 취지를 전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을 높게 평가하며, 제주 기념관이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김태일 교수는 “가장 핵심적으로 논의할 점이 세 가지다. 어떻게 기념하느냐? 장소를 어디로 정하느냐? 이끌어갈 조직은 누구인가로 정리된다. 이미 서울 방배동에 이타미 준을 소개하는 기념관이 존재하는 만큼, 제주는 다른 차원에서 기념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념관은 자칫 제한적인 기념 공간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의 건축 철학과 제주를 바라본 태도를 제주 건축가들과 건축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이타미 준 건축아카데미’ 형식을 제안한다”며 “추진협의체를 구성해서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건 건축사는 “현재 개인 전시관에 대한 도민 정서는 기대만큼 우려가 높다. 기증만 한다고 다 만들어줄 것이냐는 목소리부터 변시지 작가처럼 아직 논의만 되고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이타미 준 제주 기념관은 이런 비판에 휩쓸리지 않는 진중한 과정과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참석자들은 ▲전시용 보여주기 공간 지양 ▲다양한 기능 가능한 공간 ▲공간 설립보다는 프로그램으로 시작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공공 지원 혹은 자립 아이디어 고민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유 대표는 "제주 기념관은 공공의 지원 없이 아버지가 남기신 사재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며 "앞으로 한 두 차례 제주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여러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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