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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도문화상 예술 부문 수상자인 시조 시인 연담(蓮潭) 오영호 씨가 신간 《귤나무와 막걸리》(정은출판)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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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호 시인. ⓒ제주의소리
자신의 네 번째 시조집인 《귤나무와 막걸리》에서 시인은 공 들여 정리한 70여편의 시를 선보인다. 책머리에서 “등단 30년, 7부 능선을 오르는 삶 속에 지난해 문화상을 수상했다. 이 시집을 내는 이유라면 이유"라며 "누군가 시를 왜 쓰느냐고 물을 때면, 나는 바로 ‘자아를 만나 깨어 있기 위함이요, 카타르시스다’라고 말한다”며 “모든 것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인 것을 어찌 모르랴. 그렇다고 허공에 집 짓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왜냐면 내 마음에 딱 맞는 집 한 채 꼭 짓고 싶기 때문”이라는 꺼지지 않는 창작의 불씨를 내비쳤다.

귤나무와 막걸리

오영호

시름시름 앓고 있는 귤나무 한 그루
그래도 십년 넘게 아끼며 살아왔는데
살리는 방법이 없을까 강전정을 하였네
봄 되니 새싹 돋아 살아나나 했더니
또 다시 시들시들 늘어지는 이파리들
때 지난 막걸리 세 병 펑펑 쏟아 부었네
얼마쯤 지났을까 이파리에 윤이 돌고
5월엔 하얀 꽃을 무더기로 피워 놓더니
슬며시 내 손을 잡고 향기 품어 가라하네

김수열 시인은 “눈길이 닿는 곳, 발길 머무는 곳에서 우연히  스친 것들마저 천의무봉하게 우리 고유의 가락에 얹는 어떤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시편”이라고 선배 시인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제주시 연동에서 태어난 오 씨는 제주시조문학회 창립 멤버로 198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조집 《풀잎만한 이유》, 《화산도 오름에 오르다》, 《올레길 연가》를 펴내며 한국시조비평문학상, 제주도문화상을 수상했다.

제주시조시인협회장, 제주작가회의회장, 한국작가회의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영주고등학교장을 역임했다. 현재 연담별서(蓮潭別墅)로 이름 붙여진 자택에서 귤나무와 벗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역협력형 사업으로 지원받게 발간됐다.

정은출판, 13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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