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93) 겨울바람 / 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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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s - 오석준(1993)

지난 2002년 군산의 한 집창촌에서 불이 났다.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쇠창살 때문에 그녀들은 방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유리'. 이 노래를 들으면 자꾸 그 사건이 생각난다. 하사관에 지원해 전북 여산에서 교육을 받을 때 군산으로 외박을 나가곤 했다. 군산의 밤은 밤하늘이 밤바다 같았다. 석회질 서해 바람이 도시를 어둡게 누르고 있었다. 집창촌 화재 사건은 그 뒤에도 다른 도시에서 다시 발생했다. 음악은 아무 관련 없어도 어떤 기억과 연결되어 연상되기도 한다. ‘유리’라는 이름이 그 화재로 목숨 잃은 여자의 이름 같다는 생각이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떠나질 않는다. “지금부터 우리는 유리 너를 볼 수가 없을 거라는” 슬픈 삶을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갇힌 채 암울하게 지내고 있다. 뒷골목엔 지친 영혼들이 발가벗긴 채 흐르고 있다. 갇혀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람들. 노랫말 따라 슬픈 사연만 떠올라 어떡하나. 성시경의 ‘두 사람’을 들으면 그 사람 생각나고, <미선이>의 ‘송시’를 들으면 그 시절 자취방 떠오른다. 음악은 기억으로 가는 패스포트다. 오태호는‘기억’을 좋아하는 사람 같다. ‘기억’에 관한 노래가 많다. <공중전화>는 그가 이승환과 함께 <이오공감>을 하기 전 만들었던 밴드다. ‘기억 속의 멜로디’가 된 그의 음악들을 다시 듣기 좋은 겨울이 깊어간다. 말하다보니 오석준의 ‘겨울바람’도 듣고 싶어 선곡표에 추가한다. 결국 오늘 저녁은 오석준. 어제는 싸락눈 내렸다. 붕어빵 먹고 싶다. 제주시 연동 홈런분식에 가서 오뎅 국물도 마시고 뜨끈한 붕어빵도 먹고 싶다. 시 쓰는 세홍 형이 구워주는 붕어빵 먹으러 가고 싶다.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흥얼거리며.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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