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게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정유년(丁酉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6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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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후보가 전부 승리, '4연속 3석 싹쓸이'라는 신화를 썼다. ⓒ제주의소리
[2016, 올해의 제주 키워드] (2) 4.13…‘민주, 4연속 3석 싹쓸이’ 제주정치사 신기원

올해 4월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제주정치사에 전무후무한 ‘4연속 3석 민주당 싹쓸이’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주인공은 강창일(제주시 갑), 오영훈(제주시 을), 위성곤(서귀포시) 의원들. 제주도민들은 17대 총선 이후 4차례 치러진 총선에서 제주지역 3석의 국회의원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잇달아 안겨줬다.

◇ 강창일, ‘4연속 금배지’…제주대 총학생회장 출신 오영훈·위성곤, 국회 동반입성

특히 강창일 의원은 더민주의 전신인 열린우리당(17대)과 통합민주당(18대), 민주통합당(19대)에 이어 20대 국회 입성에도 성공해 ‘같은 정당에서 4연속 당선’이라는 제주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고위공직자 출신인 양치석 후보는 재산신고 누락 및 공유지 매입을 둘러싼 특혜 의혹들로 ‘불량 후보’ 딱지가 붙으며 ‘4연속 금배지’의 희생양이 됐다.

가장 극적인 승부는 제주시을 선거구에서 벌어졌다. 출구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뒤진 것으로 예측됐던 오영훈 후보가 사전투표 결과와 아라·이도지구 투표함이 열리면서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18대 총선 때부터 시작해 ‘3수’에 나섰던 새누리당 부상일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도 당선권에 가장 근접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여의도행 금배지를 다는 데 실패했다.

여·야 1대1 진검승부를 펼친 서귀포시선거구에서는 도의원 3선을 하며 탄탄한 기반을 다진 위성곤 후보가 상대후보를 7.05%p의 큰 차이로 누르며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강지용 후보는 19대에 이어 이번에도 국회로 가는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영훈, 위성곤 당선인은 1968년생 동갑내기로, 고교(서귀포고), 대학 동기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도의원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것까지 삶의 궤적이 비슷하다.

도민들은 중앙으로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방분권, 지방대 발전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숙제를 이들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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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3총선에서 제주도민들은 '불량 후보'를 공천하고, 경제실패 등 모든 것을 야당 탓으로 돌린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오만한 태도에 기꺼이 회초리를 들었다. ⓒ제주의소리
◇ ‘불량 후보’ 공천 + 모든 것 ‘야당 탓’ 오만한 집권여당 심판

당초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서로 “최소 2석 당선”을 자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희비가 갈렸다.

12년 무관 설움을 설욕하겠다며 지난 4년을 절치부심했던 새누리당은 또 다시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선거 막판까지도 “최소 2석은 탈환하겠다”며 승리를 장담했지만, 17대 총선에서 시작된 ‘3석 전패’ 악몽은 네 번째 되풀이됐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패인은 ‘잘못된 공천’이었다. 3명 모두 선거기간 내내 각종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양치석(제주시 갑), 강지용(서귀포시) 후보는 재산신고를 누락(허위사실 공표)해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며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본선에 진출한 후보 2명이 국가기관에 의해 동시에 고발된 건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후보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당은 우왕좌왕 했다. 그러는 사이 이들에게는 ‘불량 후보’라는 딱지가 붙었고, 유권자들의 마음은 떠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의 오만에 제주도민들은 회초리를 들었다.

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동안 추락한 각종 경제지표를 들이밀며 ‘경제파탄을 심판하자’며 서민표심을 공략했지만, 새누리당은 모든 것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듣도보도 못한 ‘야당 심판론’을 내걸고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생떼에 감동할 유권자는 별로 없었다.

게다가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도 대통령이 9년째 위령제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4.3민심’이 완전히 등을 돌렸고, 그러는 사이 여당에서 내놓은 공약들에 대해서도 “과연 지키기는 할 것인가”라는 냉소가 번졌다.

◇ 선거판 기웃 ‘제주판 3김’ 구태정치 부활 시도에 강제·완전 퇴출 명령

4.13총선은 ‘구태정치 부활’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는 민심이 투영됐다.

이른바 ‘제주판 3김(金)’의 두 축인 우근민, 김태환 전 지사도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이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후보(양치석, 부상일) 모두 추풍낙엽처럼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근민, 김태환 전 지사는 신구범 전 지사와 함께 20년 가까이 제주사회를 쥐락펴락 하면서 온갖 갈등을 잉태한 장본인들이다. 특히 내편 네편으로 갈린 공직사회의 폐해가 컸다.

4.13총선 기간 내내 이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둘은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상임고문으로 참여했고, 측근들은 캠프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선거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게 부메랑이 됐다. 또 다시 제주사회를 편 가르고, 자신들 손아귀에서 쥐락펴락 하려는 ‘나쁜’ 의도로 인식한 유권자들은 투표로서 이들에게 ‘강제퇴출’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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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마케팅' 전패 이번 선거에서 원희룡 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현수막에 집어넣은 등 '원희룡 마케팅'을 적극 펼친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도민들은 '구태정치 청산'이라는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고메시지를 원 지사에게 보냈다. ⓒ제주의소리
◇ ‘원희룡 마케팅’ 펼친 후보들 전패…“초심 잃지 말라” 원희룡 지사 향한 경고메시지

4.13 민심은 현직인 원희룡 지사에게도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2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의 원희룡 지사의 승리는 ‘제주판 3김 시대’의 폐단을 끊어달라는 도민들의 염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거기간 중에 보여준 원 지사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겉으로는 ‘공무원 선거중립’을 강조했지만, 정작 본인은 총선에 출마한 측근 챙기기에 열성을 보였다.

‘원희룡 마케팅’을 펼친 예비후보(현덕규, 강영진)가 컷오프 탈락한 것이나, 본선에 진출한 양치석 후보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것은 원 지사를 향한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이뤄냈다고 생각했는데, 4.13총선에서 엉뚱하게도 자신이 극복해야 할 대상(제주판 3김)과 의기투합한 셈이 되면서 ‘구태정치 척결’이라는 초심은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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