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밤과 꿈》에서 70여편의 시를 담아냈다. 황혼에 접어들면서 떠올리는 생각과 고민을 단어에 녹여냈고, 비정상이 정상인 척 하는 현 시대를 꿰뚫어보는 사회 인식도 놓치지 않는다.
같은 과 동료인 송성회 교수는 “제목인 '밤과 꿈'은 깊은 밤에 꾸는 희망찬 꿈을 기대하게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새롭게 읽기를 강요한다. 모든 말은 진리를 모른다는 것에 대한 절망의 표현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보이지 않는 진리를 포기할 수 없어서 ‘말을 떠날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한다”고 평가했다.
밤이 없다 눈동자는 잠들지 않는다. 겨울도 잠들지 않는다. 언어도 잠들지 않는다. 밤은 잠들지 않는다. |
시인은 책말미에 “언어로 시간을 드러내고 싶었다. 언어가 사라지는 시간 같은 현실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언어는 아무래도 바람이다. 바람의 흔적이다. 바람의 얼굴이다. 얼굴에 현혹되더라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잊지 말자. 현존의 얼굴 뒤에 부재의 얼굴이 있다. 현존과 부재가 섞인 사라짐이 사라짐이다. 그래도 우리는 빛에, 그림에, 영상에, 얼굴에 현혹된다”는 차분하면서 무게감 있는 소감을 전했다.
2011년까지 제주대 독일학과에서 교수로 활동한 시인은 200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2009년 《달래마을》, 2011년 《지상의 별꽃》을 펴냈다.
도서출판 장천, 119쪽, 8000원.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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