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유난히 일반계 고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른바 인문계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학생 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의기소침해질 정도. 하지만 지금은 반듯한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 이런 가운데 제주 특성화고 출신들이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특성화고 출신들을 채용한 도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고졸 취업자들의 강점과 발탁 배경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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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타리에너지 회사 전경. ⓒ제주의소리

[특성화고, 인재들이 뛴다] (6) 강병효 보타리에너지 부사장 "전기 기술 분야 한림공고 독보적"

1953년 문을 연 한림공업고등학교는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표적인 특성화고로 손꼽힌다. 제주에서는 유일하다시피 한 공업 분야 고교로서 지금까지 1만 8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중 상당수가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는 기계과, 토목과, 건축과, 전기과, 전자과를 운영하면서 기술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제주도 에너지·전기 전문기업 보타리에너지(주)의 김홍삼 대표 역시 한림공고 출신이다. 전기, 태양광 발전을 비롯해 도내 전기차 충전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보타리에너지는 한림공고와 산학협력 관계를 맺고 3학년생을 실습생으로 받고 취업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3명씩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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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타리에너지 강병효 부사장. ⓒ제주의소리
강병효 부사장은 전기를 비롯한 도내 기술 관련 업종에서 한림공고의 위치는 독보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전기 분야만 놓고 봐도 기본적인 관련 지식이 쌓여있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강 부사장은 “전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위험하고 다루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기도 한다. 한림공고 출신은 그런 부분에서 실력이 검증된 인재들이니 현장에서 빠르게 숙달된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과 현장에서 배운 기술을 적용하면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기술 인력이 될 수 있다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보타리에너지는 신입 사원들에게 무정전 작업 관련 자격증, 가공배선 자격증, 지중배선 자격증 같은 자격증 교육 기회를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2002년 5월 문을 연 보타리에너지는 전기, 태양광, 전기차 충전기 분야를 주로 다루는 제주 중견 기업이다. 2012년 3월 김홍삼 대표가 기능한국인을 수상했으며, 2015년 9월 우수조달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올해 11월에는 특허청장상을 수상했다. 현재 32명이 회사에 몸담고 있다. 특히 근래 50kW급 급속충전기, 7kW급 완속 충전기, 가정용 충전기, 10~50kW ESS 융복합 하이브리드 충전기 등을 개발하며 전기차 충전기 분야에 사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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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타리에너지 회사 전경. ⓒ제주의소리

강 부사장은 “학교에서 여러 가지 지식을 배우고 오더라도 현장에 오면 기초적인 역할부터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 그래야 안전과 기술이 탄탄하게 쌓인 숙련공으로 커갈 수 있다”며 “학교에서 보다 실질적인 실습을 강화한다면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보타리에너지에서 실습을 시작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이기찬(20) 씨는 애초 대학 진학을 고민했지만 취업 후 경험을 쌓아 원하는 목표를 이루자는 마음에 보타리에너지 입사를 결정했다. 그는 "학교에서 기본적인 전기 이론과 실습도 하지만 이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전기 외선 작업도 보타리에너지에 입사해서 새롭게 배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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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공고를 나와 보타리에너지에 입사한 이기찬 씨. ⓒ제주의소리

이 씨는 “취업 당시 지금보다 편한 일자리도 있었지만 전문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타리에너지에 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더 노력해 전기 전력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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