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석 칼럼] 혼용무도, 군주민수, 그리고 정유년...난파·난항 면하려면 가변적 균형 추구해야 

정유년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참으로 빠른 것이 시간이고 세월이지만 스스로 가고 옴이 없다. 강물과 같이 흘러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어 새해를 불러들이고, 추억이 고통스러운 이들은 묵은 해를 흘려보낼 뿐이다. 

우리 속담에 ‘세월은 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없는 일을 감히 생각해야만 한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형사피의자가 되고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 민심의 힘으로 탄핵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어서이다.

2015년 12월 교수사회가 선정한 2015년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混用無道)였다.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비유한 말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2016년 한 해를 통칭하는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가 꼽혔다. ‘백성은 물이고 군주는 배이니 곧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며 백성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은 썰물 때. 아무리 발버둥질 쳐도 그들 스스로 떠오르게 할 수 없다. 박근혜 선장과 선원들은 남의 탓만 하며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지 않는다.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 하고 오히려 거짓과 위선으로 허물에 분칠한다. 아니 허물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다. 뱀도 묵은 허물을 1년에 한번 벗는데 구시대 적폐에 찌든 그들의 꼬락서니를 보면 참고 견딤에도 한계가 있다.

정유년 새 아침 우렁찬 닭 울음소리가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그 드높고 날카로운 울림소리에 천지간을 방황하던 온갖 헛것들이 허둥지둥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닭은 아침의 메신저이고 모든 암흑을 닫아 버리는 광명의 예언자이다.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주는 닭의 울음소리는 한 시대가 가고 다른 새로운 시대의 열림을 상징한다.

최근 수년 간 우리는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 왔다. 온 마음을 기울이고 생명을 걸고 믿어 온 이념이 허구임이 드러나거나, 사회안전망이 허술하거나, 평소 존경했던 사회지도층의 인격에 용서할 수 없는 위선이 밝혀질 때 우리는 진한 슬픔을 느꼈다. 어쩌면 그 슬픔은 이지러진 과거사의 더께를 깨고 올라오는 정신적 용암인지도 모른다.  

비록 이 시대가 어지럽고 혼란스럽지만, 광장에서 평화와 환희를 낳게 해 준 촛불이라면 진창길에서 헤어나지 못할 바 뭐 있겠는가. 그것은 질곡의 세월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출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은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여러 가지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역사의식을 가지고 보면 모든 변화에는 인과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발적인 사건과 같으나 그 내면에는 모두 역사적 인과관계가 존재해 있음을 알게 된다.  

179317_204708_2808.jpg
▲ 김승석 <제주의소리> 상임공동대표·발행인.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꽃피는 봄이 오면 물때가 바뀔 것이다. 밀물이 들어온다. 밀물은 모든 배(舟)를 띄운다. 그 중 어떤 배가 온갖 풍파에 오래 견디며 순항할 수 있을까? 

공이 물 위에 잘 뜨려면 공기의 밀도가 적정해야 한다. 밀도가 너무 높으면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너무 낮으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정치의 도(道)란 이와 같아야 한다. 무슨 일이건 극단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가변적(可變的) 균형을 추구하는 중도(middle way)로 대처한다면 난파(難破)하거나 난항(難航)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제주의소리> 상임공동대표 ·발행인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