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20)  커다랗고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새, 닭 오리를 위한 레퀴엠

▲ 전 세계적으로 연간 공장식 축산으로 700억 마리의 동물이 처참하게 도살된다. 호주 동물보호단체인 Animal Liberation Victoria에서 제작한 인간에 의해 죽어간 수 많은 동물을 위한 위령제 영상, ‘동물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덕담이 오가야 할 병신년 끝자락에 계속되는 기막힌 상황이 얼얼하기만 하다. 도 단위로 보면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역대 최악의 죽음의 행렬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 건강하든 않든 추정 보균자란 명목으로 생명을 마구잡이로 빼앗는다. 격년제 비엔날레 행사도 아니고 언제까지 매번 미흡한 초기 대응을 반복할 것인가.

지난 11월 16일 최초 AI 의심신고 후 40일 하고 며칠이 지났다. 그간 깊은 흙구덩이에 파묻은 닭이 자그마치 30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바이러스 활동이 강해지는 추운 날씨로 앞으로 5000만 마리가 살처분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보다 먼저 지구상에 존재했던 야생의 새, 철새들은 거의 모든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갖고 있지만 보통은 거의 증상이 없다. 오히려 바이러스와 유유히 공존해 왔다. 그러나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가금류인 닭, 오리에 옮겨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공장식 축사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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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조류독감(AI) 살처분 중단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출처=환경운동연합

공포의 조류독감의 발단은 오리나 섭금류 같은 야생 물새의 내장에 있던 아주 약한 바이러스이다. 야생조류는 저항성을 갖고 있으나 면역력이 약한 가금류인 경우에는 약한 바이러스가 전염돼 병원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바이러스가 농장의 새들에게 감염되고 심지어 다른 종에게 번지는 과정에서 변이에 변이를 거쳐 인간에게까지 발견되고 있다. 조류와 인간 사이에는 바이러스를 옮길 수 없다는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18명이 고병원성 AI A형 H5N1에 감염돼 이중 6명이 사망하였다. 조류에게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H5가 인간에게 감염됐고 현재는 H9, H7 타입의 조류독감이 사람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아직도 완치약이 없어 인류에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 중 하나인 A형 독감 바이러스는 조류독감을 유발하는 A형 바이러스와 같다. 이러한 조류독감은 내성이 전혀 없는 인간에게 치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아직까지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조류독감 A형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면 돌연변이를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가 인간끼리 전염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대륙 간 전염병으로 퍼지게 돼 수 주일 내에 1억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거기다 변이에 변이를 거치고 있어 백신 개발도 쉽지 않고 신뢰받고 있지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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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동물보호법’, ‘가축전염병예방법’, ‘AI방역 지침’ 등에는 오리와 닭 등은 CO2 가스 등을 이용해 고통 없이 안락사(安樂死)시킨 후, 매립 또는 소각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생매장 살처분 방식은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가까운 일본인 경우에도 안락사 후 매장을 하지 한국처럼 생매장하지는 않는다. /사진 출처=환경운동연합

하루가 멀다하여 식탁 위에 올라오는 공장식 축사의 닭, 오리의 생을 보라! 도대체 우리가 그들에게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가.

완전 밀폐된 구조로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100%의 인공조명을 이용하여 일조시간을 인위적으로 연장시켜 잠자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수천수만 마리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차 배설하는 배설물과 사료에서 발생되는 암모니아 가스로 눈이 아프며 악취로 인하여 극도로 악화된 공기로 호흡하고 있다.

처참하게 살아가는 동물은 극한적인 열악한 생태환경에 장기간 노출로 대사기능이 악화돼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항생제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병에 걸려 있을 때 감염은 치명적이다. 거기다 대부분 닭들이 지내는 가령 2000~3000마리 닭이 갇혀 지내는 공장식 축사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닭들끼리 바로 전염돼 한 닭에서 다른 닭으로 옮겨갈 때마다 변이와 변화의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인류에 대재앙을 우려하는 강력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이 병의 최고의 온상은 다름 아닌 더럽고 배설물로 가득한 심하게 오염된 공장식 축산에 있는 것이다. 높은 병원성의 조류독감 같은 악성 변종은 공장식 축산에서 더 많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공장식 축산이 마치 압력 밥솥처럼 바이러스가 자라고 퍼지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조류독감은 공장식 축사를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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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곳엔 수많은 무력하고 무고한 새들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고 있다. 동물들은 산채로 구덩이에 묻거나 쓰레기봉투에 잔인하게 넣어져 천천히 질식하거나 우리에서 단체로 도살 된다. 무엇이 되었든 도살은 전혀 인도적이지 않으며 얻는 것이 없다. 우리는 눈앞의 위험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다른 종에 대한 학대로 야기된 우리에게 닥칠 위험을 인식할 때이다.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 아주 저렴하고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닭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장식 양계장이 늘어나면서 조류독감의 치명적 변종 가능성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장식 축산이 사라지지 않는 한 조류독감이 사라질 수 있을까? 

공장식 축사에서 빠르게 퍼지는 조류독감과 다른 질병의 위협을 종식시키고 수십억 동물들의 비양심적인 학대를 어떻게 막을까? 답은 있다.

2007년 미국공중보건협회(APHA)의 저널에서 축산업 곧 돼지고기와 가금 산업의 해체에 대한 요구를 뛰어넘은 사설을 실었다.

“인간이 동물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고 가장 기본적으로 육식을 멈추거나 철저히 최소한으로 육식을 제한하는 것이 중대한 예방수단으로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다. 그런 변화가 제대로 채택되거나 도입된다면 아주 두려워하는 유행성 독감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 인류는 이런 선택을 고려조차 않는다”

새해는 닭의 해. 그것도 아름답고 화려한 붉은 닭의 해. 고대시대에는 어둠을 뚫고 빛을 상징하는 귀한 동물로 여겨 닭의 우렁찬 소리에 깨어난 만물이 새로운 시작과 새 시대를 가져온다고 했다. 만물의 영혼을 깨우는 희망과 개벽을 의미하는 붉은 닭. 이 말(言)이 밀알이 되어 지금의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빛으로 자라 인간과 동물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정유년 새해가 되길, 그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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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과 오리에게 날개를 펼 수 있는 자유를, 돼지에게 흙을 밟을 수 있는 자유를 주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지 않았나. 우포늪에서 자유로이 날갯짓하는 야생의 새들. /사진 제공= 사진작가 윤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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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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