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95) 21세기의 어떤 날 / 페퍼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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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ginner's Luck / 페퍼톤스(2012)

누가 내게 음악 관련 글을 쓰는 것을 보고 음악 좋아하는군요, 라고 말하면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음악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이 음악은 사랑과 바꿔도 된다. 사랑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이제 사랑은 싫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사랑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거나 속으로는 좋으면서 아닌 척 하는 사람일 게다. 김사월은 노래 ‘수잔’에서 “너무 초라해 몰래 원한 너의 진심”이라고 노래한다. 나의 초라함을 채워주는 것은 오직 사랑뿐인가. 헤어지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 마음을 달래주는 건 음악뿐이지.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사랑. 이별도 반복이다. 김광석은 노래 ‘서른 즈음에’에서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고 노래하지 않나. 우리가 음악을 좋아하는 건 비트가 심장 박동소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계절처럼 음악은 순환한다. 우리는 연말이면 괜스레 우울해졌다가 새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신태희의 시 ‘과원서점’에서 “내용은 할리퀸 문고판처럼 뻔하지만 / 차곡차곡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꾸린다”. 사실 이 희망은 사랑이다. 한 해가 저물면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려보고,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한다. 킷캣 광고에서 들었는데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중독성 강하다. Claude Pelouse, Minnie Benoliel의 ‘Road To Freetown’. 반복은 리듬이 되는데 사랑도 반복이다. 반복하면 중독이고 되고 그 중독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에 취하던 날들이 그립다. 그래서 연말이면 사람들이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는 거겠지. 한 해가 저물고 한 해가 시작되는 이 슬픔과 희망의 반복을 우리는 몸으로 느낀다. 박자에 맞춰 춤을 추듯 일 년이라는 박자에 맞춰 허리춤을 춘다. “한 번만 단 한 번만 허공에 외쳐보는”(<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 그것은 사랑. 그 사랑은 음악.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외쳐 보자. “오/늘/지/금/바/로/여/기/이/멋/진/우/주/한/복/판/에/서/너를 만나 정말 기뻤다”(<페퍼톤스>의 노래 ‘21세기의 어떤 날’).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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